“미국의 전작권 전환” 한미 동행 약화되지 않는다지만 북한이 웃는 이유
||2026.05.03
||2026.05.03
워싱턴DC 허드슨연구소·북한인권위원회(HRNK) 공동 콘퍼런스에서 브루스 클링너 맨스필드 재단 선임연구원은 “전작권 전환 자체만으로는 동맹이 약화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미국은 전작권 이양 이후에도 정보·정찰·지속 전력 등 ‘가교 역량(bridging capabilities)’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상호방위조약·유엔군사령부(UNC)·주한미군 주둔을 통해 미국이 여전히 한반도 방위에 단단히 묶여 있다고 설명했다. 요약하면, 지휘 명패가 한국군 4성 장군으로 바뀌더라도, 미국의 법적·군사적 책임 구조는 그대로 유지된다는 논리다.
현재 평시 작전통제권은 한국군 합참의장(4성 장군)이 행사하고, 전시 작전통제권은 미군 4성 장군인 한미연합사령관이 갖고 있다. 한국은 1950~53년 한국전쟁 중 작전통제권을 미군에 넘겼고, 1994년에야 평시 작전통제권을 환수했다.
전작권 전환이 완료되면, 전시에도 한국군 4성 장군이 미래연합사령부 사령관 자격으로 작전통제권을 행사하고, 미군 4성 장군은 부사령관을 맡는 구조가 될 전망이다. 명목상 “전시 지휘 주도권을 한국이 쥔다”는 의미지만, 실제 미군 전력에 대한 최종 결정 권한은 여전히 미국이 쥔 채로 남는다.
클링너는 작전통제권(Operational Control)과 작전지휘권(Operational Command)을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전통제권은 특정 작전에 한정된 행정·조직·운용 권한이고, 작전지휘권은 작전 계획 수립·부대 배치·임무 부여까지 포괄하는 완전한 지휘 권한이다.
그는 “미군은 동맹 지휘 구조 아래에서 ‘작전통제’를 받더라도, 자국 군대에 대한 ‘작전지휘권’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며 “겉으로 보기에는 미묘한 차이 같지만, 미국 입장에선 매우 본질적인 선”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입장에선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미군 전력이 결국 미국 대통령·합참의장의 지휘 아래 있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남한 내부 정치 논쟁에는 이 구분을 의도적으로 흐려서 활용할 수 있다.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은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전작권 이양에 필요한 조건을 2029년 1분기까지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내건 ‘임기 내(2030년 6월까지) 전작권 전환’ 구상과 일정상 대체로 맞물리는 수치다.
다만 한·미가 합의한 전작권 전환 3대 조건(한국군의 연합방위 주도 능력, 북핵·미사일 대응 능력, 한반도·역내 안보환경)은 모두 ‘조건 기반’이라, 실제 전환 시점은 미 대선 결과·워싱턴 정무 판단·한국 국내 정치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정치 변수’야말로 북한이 틈을 노려 도발·유화 공세 타이밍을 맞추기 좋은 환경이다.
북한 입장에서 전작권 전환은 군사기술 문제가 아니라 정치·심리전 재료다. 전작권 시기·범위를 둘러싸고 한국 내 보수·진보, 여야 간 이견이 커질수록, 북한은 “미국에 안보를 맡긴 식민지 남조선” vs “남북만의 평화체제” 같은 프레임으로 남남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
또한 전작권 전환 이후 한·미 지휘 체계가 더 복잡해지면, 유사시 미사일 도발·서해 국지도발로 한·미가 서로에게 “누가 먼저 나서야 했나”를 따지게 만들 여지도 커진다. 세종연구소는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주한미군 일부 전력은 미측 작전통제 아래 남는 이중 구조가 불가피하다”며, 북한·중국이 이를 ‘연합태세 균열’ 인상 조성을 위한 여론전 소재로 쓸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 정부는 전작권 전환을 군사주권 회복과 자주국방 상징으로 강조해 왔다. 미국은 반대로, 방위비 분담과 ‘현지 동맹 주도 방어’ 원칙을 통해 자국 부담을 줄이려는 전략적 계산을 갖고 있다.
이 둘이 균형을 이루면 “한국이 전면에 나서고 미국이 뒤에서 받쳐주는 더 강한 동맹”이지만, 국내 정치에서 전작권이 선거용 구호로 소비되는 순간 논의는 쉽게 ‘반미 vs 친미’ 이분법으로 흐른다. 전작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한·미 연합훈련·전력 전개가 지금 이상으로 유지되고, 북한이 느끼는 억제력 총량이 떨어지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클링너의 말처럼, 전작권 전환이 자동으로 한·미 동맹 약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상호방위조약·유엔사·주한미군이라는 틀은 그대로이고, 미국이 자국 군대 작전지휘권을 내려놓지 않는 이상, 한반도 방위 구조 자체는 유지된다. 하지만 전작권이라는 ‘간판 교체’ 과정은 한국 안보·정치 시스템 전반이 시험받는 계기가 된다.
군사적으로는 한국군이 연합 방위를 주도할 능력을 실전형 훈련으로 입증해야 하고, 정치적으로는 여야·보수·진보가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전작권 이후 한·미 연합태세를 건드리지 않는다”는 최소한의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 이 원칙이 흐트러지는 순간, 가장 먼저 웃는 쪽은 워싱턴도, 서울도 아니라 평양이라는 점에서, 전작권 논의를 둘러싼 국내 논쟁의 수위를 어디까지 허용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