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상대로 “군사 첩보 작전 펼치다가” 제대로 들통 나버린 이 나라
||2026.05.04
||2026.05.04
올해 1월 31일(현지 시각), 프랑스 남서부 지롱드(Gironde) 지역 캉블라네-에-메냐크의 한 단독주택에서 중국 국적의 2명을 포함한 4명이 체포됐다. 이들은 에어비앤비를 통해 집을 빌린 뒤, 정원에 지름 약 2m짜리 대형 포물면 위성 안테나를 설치했다가 인근 주민들의 의심을 샀다.
마을 사람들은 “한적한 시골 집 치고는 너무 큰 접시 안테나가 생겼고, 설치 이후 인터넷이 자주 끊겼다”며 프랑스 정보당국에 신고했고, 국내보안국(DGSI)은 현장 수색 끝에 위성 통신을 가로채는 데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컴퓨터·수신 장비를 다수 압수했다.
파리 검찰과 프랑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체포된 이들 가운데 두 중국인은 무선통신 회사의 ‘엔지니어’ 신분으로 프랑스에 입국한 뒤, 에어비앤비 숙소를 장비 운용 거점으로 삼은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DGSI가 현장에서 확보한 시스템은 위성 안테나와 연결된 컴퓨터 네트워크로, 미 상업 위성통신망 스타링크(Starlink)와 프랑스 내 군·국가기관이 사용하는 일부 주파수·데이터를 가로챌 수 있는 구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들이 “중국을 위해 민감한 군사 정보를 포함한 위성 데이터를 가로채고, 이를 외국에 전달하려 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사건으로 현장에서 중국 국적 2명, 프랑스에 거주하던 중국계 2명 등 총 4명이 체포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에어비앤비 숙소에 있던 2명은 직접 장비를 운영하며 위성 신호를 수집하고, 나머지 2명은 불법 위성 장비를 프랑스로 들여오고 설치를 지원한 공범으로 분류돼 있다.
파리 검찰은 이들을 ‘외국 세력에 정보 제공’ 및 ‘국가의 근본적 이익을 해칠 수 있는 정보 수집’ 혐의로 기소 절차에 착수했으며, 실제로 어느 수준의 군사·위성 데이터가 유출됐는지 포렌식 분석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근거 없는 정치적 비방”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프랑스 정부는 “수사 결과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에어비앤비가 연루된 수상한 사건은 유럽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최근 단독주택 형태의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신고·허가 이력이 전혀 없는 비밀 생물학 연구시설이 발견돼 연방·주 당국이 합동 수사에 들어갔다.
집 관리인이 차고를 정리하다 알 수 없는 시약·액체가 담긴 냉장고·기구를 목격한 뒤 심각한 건강 이상을 호소했고, 신고를 받은 SWAT와 FBI가 출동해 1,000점이 넘는 생물·화학 관련 증거물을 압수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 집은 2023년 캘리포니아주 리들리에서 불법 바이오랩을 운영하다 적발된 중국계 인물 자 베이 주(Jia Bei Zhu)와 연관된 것으로 알려지며, 미 의회와 정보당국이 “중국과 연계된 불법 바이오 연구·정보 수집 거점”일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호텔에 비해 에어비앤비 같은 공유 숙소가 스파이 활동에 더 매력적인 이유로 몇 가지를 꼽는다.
첫째, 호스트와 게스트가 플랫폼 앱을 통해서만 접촉하는 경우가 많아, 옆집 이웃을 제외하면 실제로 누가 드나드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둘째, 단독주택·시골 집의 경우 마당·차고에 대형 안테나·장비를 설치해도 CCTV·경비 인력의 감시를 피하기 쉽고, 단기간 임대 후 장비를 철수하면 흔적도 상대적으로 적게 남는다.
셋째, 장비·시약 반입에 대한 통제가 느슨해, 공항·항만만 잘 통과하면 숙소 자체는 사실상 ‘블라인드 스팟’이 되기 쉽다는 점도 악용된다. 중국은 이미 자국 내 숙박 플랫폼을 통해 외국인 투숙객 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해 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유럽·미국에서도 숙소 인프라를 활용한 정보·데이터 수집 작전이 가시화되면서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프랑스는 이번 사건 이후 군사·우주 관련 시설 주변의 민간 숙소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일정 크기 이상의 위성 안테나·통신장비를 민간 주택에 설치할 때는 의무 신고·허가를 받도록 하는 법·제도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라스베이거스 비밀 바이오랩 사건을 계기로, FBI·보건당국·주 정부가 공유 숙소가 불법 연구·데이터 수집 거점으로 악용되는 사례를 막기 위한 수사 공조와 규제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정보·보안 전문가들은 “중국이 외교관·유학생·기업인에 이어, 이제는 공유 숙소까지 정보전의 도구로 활용하는 양상”이라며, 민간 인프라를 겨냥한 스파이 활동을 전제로 한 새로운 보안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경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