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독점하던 천연자원을” 심해 6000m까지 채굴해서 파낸 ‘이 나라’
||2026.05.05
||2026.05.05
일본 해양연구개발기구(JAMSTEC)는 심해 탐사선 ‘지큐’를 투입해 도쿄에서 약 1,800~1,900km 떨어진 미나미토리섬 인근 해역에서 수심 약 5,700~6,000m 해저 진흙을 인양하는 시험을 진행했다. 채굴 장비는 해저에 설치된 머신이 진흙과 바닷물을 섞어 슬러리 상태로 만든 뒤, 길이 6,000m에 달하는 약 600개의 파이프 라인을 통해 선박으로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2022년에 이미 2,470m 깊이 시험을 성공시킨 바 있지만, 이번에는 그보다 두 배 이상 깊은 구간에서 연속 채취를 입증했다는 점에서 기술적 도약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013년 도쿄대 연구팀은 미나미토리섬 주변 해저 퇴적층에 최소 1,600만 톤의 희토류가 존재할 것으로 추산했고, 이는 매장량 기준으로 중국(4,400만 톤), 브라질(2,100만 톤)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에 해당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 정부는 2026년 1~2월 한 달간의 시험 채굴을 통해 기술적 실현 가능성을 확인한 뒤, 2027년에는 하루 최대 350톤 진흙 인양 실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채굴 단가·정제 비용·물류비를 종합 분석해 2028~2030년경 상업 채굴 전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일본이 심해 희토류 개발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과거 중국의 수출 제한으로 인한 충격이 자리한다. 동중국해 센카쿠(댜오위다오) 분쟁이 격화되던 시기, 중국이 일본을 겨냥해 희토류 수출을 묶자 일본 자동차·전자·정밀기기 산업 전반이 원자재 부족에 직면했다.
이후 일본은 호주·말레이시아·브라질 등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재활용 기술 개발에 투자했지만, 여전히 정제·가공 단계에서 중국 비중이 높다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그래서 미나미토리섬 EEZ(배타적경제수역)에서 자국이 직접 채굴·정제까지 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면, ‘자원 빈국’ 이미지를 벗고 협상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번 시험은 “세계 최초로 6,000m급 심해에서 희토류 진흙 시굴에 착수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지만, 아직은 기술 실증 단계에 가깝다. 일본 정부와 연구진은 향후 수년간 대량 인양 시험을 통해 톤당 채굴 비용, 에너지 소비, 장비 유지·교체 비용을 정밀 분석할 계획이다.
심해저 채굴은 수압·온도·장비 피로도가 극단적인 환경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장기간 안정 운용 여부가 경제성에 직접 영향을 준다. 여기에 심해 저층 생태계 훼손 문제도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변수로, 국제해저기구(ISA) 규범과 자국 환경 기준을 동시에 맞춰야 상업화가 가능하다.
희토류는 EV 구동 모터·풍력발전기, 고성능 자석, 레이더·유도무기·항공우주 시스템 등에서 필수적인 소재로, 공급망 교란 시 대체가 거의 불가능하다. 지금까지는 중국이 채굴·정제·가공을 사실상 독점하며 ‘자원 무기화’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미국·EU·한국 등은 호주·말레이시아·브라질과 협력해 공급망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생산량·정제 능력 측면에서 아직 중국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일본이 심해에서 상업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의 희토류 생산을 시작한다면, 글로벌 공급망은 육상 광산+심해저 채굴+재활용이 혼합된 다극 구조로 재편될 수 있다.
한국 역시 서태평양 공해상과 우리 EEZ 일부에서 고농도 희토류 부존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2023년 탐해3호 탐사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태평양 심해퇴적물 내 희토류 분포와 농집 메커니즘을 분석해 향후 자원 개발 로드맵의 과학적 기초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일본이 미나미토리섬 프로젝트를 통해 “자원 소국 탈출”을 노리는 것처럼, 한국도 광물·희토류 공급망 전략에서 해저 자원과 재활용, 동맹국과의 공동 개발까지 아우르는 입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해 6,000m에서 올라온 한 바가지의 진흙이, 앞으로 동북아 자원 안보 구도를 어디까지 바꿔 놓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