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에서 깨달았다” 하루아침에 수 조원치 전투기 구매하고 전쟁 준비한 나라
||2026.05.05
||2026.05.05
이스라엘 국방부는 3일(현지 시각) 성명을 통해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I ‘아디르’와 보잉의 F‑15IA(이스라엘형 F‑15EX)를 각각 1개 비행대대 규모로 추가 구매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2023년에는 F‑35I 25대, 2024년에는 F‑15IA 25대를 이미 주문해 둔 상태여서, 이번 계획까지 모두 완료되면 이스라엘 공군은 F‑35I 100대, F‑15IA 50대를 보유하게 된다.
카츠 국방장관은 “포효하는 사자 작전(Operation Roaring Lion)이 이스라엘 공군의 압도적 위력이 이란을 억제하는 데 결정적이라는 점을 다시 입증했다”며, “향후 수십 년간 공중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전력 증강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언론과 통신사들은 이번 계약 규모를 “수백억 셰켈, 한화로 수조 원대”라고 전하며, 향후 10년간 약 3,500억 셰켈(약 174조 원) 규모로 추진되는 장기 국방 강화 계획의 첫 단계라고 소개했다. 구체적으로 F‑35I 25대 추가 도입 계약은 이미 체결돼 2028년부터 인도가 시작되고, F‑15IA 25대는 2031년 이후 순차적으로 들어올 예정이다.
여기에 이번에 승인된 추가 편대까지 더해지면, 2030년대 중후반에 이르러 이스라엘 공군의 주력 전투기 대부분이 최신 스텔스기·고성능 다목적기로 채워지는 그림이 완성된다. 이스라엘 국방부 사무총장 아미르 바람 예비역 소장은 “포효하는 사자 작전은 미국과의 전략적 관계, 그리고 첨단 공군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며 “공중전력 투자 확대는 이란 위협에 대한 가장 확실한 보험”이라고 말했다.
전투기 구매와 별개로, 이스라엘은 이란과의 전쟁이 시작된 2월 28일 이후 미국으로부터 사실상 ‘군수 홍수’ 수준의 물자를 공급받고 있다. 이스라엘 국방부에 따르면 2월 말 이후 지금까지 403편의 항공편과 10척의 화물선을 통해 11만5,600t 이상의 미국산 군사 장비가 이스라엘에 도착했다.
지난주 하루 동안에도 화물선 2척과 여러 대의 수송기를 통해 6,500t 규모의 탄약·경장갑 전술 차량·군용 트럭 등이 반입됐고, 하이파·아슈도드 항에 도착한 물자는 곧바로 각 전선 부대로 분산 배치됐다. 바람 사무총장은 “군수 물자 확보는 앞으로 몇 주, 몇 달간 더 강화될 것”이라며, 이란과의 전면 충돌 재개 가능성에 대비한 ‘장기 소비전 준비’임을 시사했다.
이스라엘이 F‑35I와 F‑15IA라는 두 축을 동시에 늘리는 이유는 역할 분담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스텔스 성능과 센서 융합이 강점인 F‑35I는 이란 핵시설·지휘소·방공망 같은 ‘첫날 표적’을 은밀히 침투해 파괴하는 데 최적화돼 있다.
반면 F‑15IA는 최대 13~15t에 달하는 폭장량과 긴 작전 반경을 바탕으로, 이란 전역·레바논·시리아까지 포함한 광역 타깃에 대량 정밀타격을 가하는 ‘미사일 트럭’ 역할을 맡는다. 포효하는 사자 작전에서 이스라엘 공군은 전투기 200여 대를 동원해 수백 개의 목표물을 동시에 타격했는데, 이 경험은 “스텔스 침투와 대량 타격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혼합 전투기 구조가 미래 전쟁의 핵심”이라는 교훈을 남겼다는 평가다.
이번 대규모 전투기·군수품 구매는 이스라엘의 독자 재정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미국은 매년 38억 달러(약 5조 원) 수준의 군사원조(FMS)를 이스라엘에 제공하고 있으며, 이 돈은 미국산 무기를 사는 데만 쓰도록 조건이 붙어 있다. 동아·서울신문 등은 “F‑35I·F‑15IA 추가 구매 50대 분 계약 가운데 상당 부분이 미국의 군사원조 예산으로 결제될 것”이라며, “결국 미국산 무기를 미국 정부 돈으로 사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란 전쟁을 계기로 이스라엘이 수조 원대 미국 무기를 ‘하루아침에 쓸어 담는’ 듯한 인상을 주지만, 그 이면에는 수십 년간 유지돼 온 미·이스라엘 군사동맹·원조 구조가 촘촘히 깔려 있는 셈이다.
이스라엘 지도부는 이번 결정이 단순히 ‘이란 전쟁의 교훈’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숨기지 않는다. 카츠 장관은 “포효하는 사자 작전은 이란의 핵·미사일 능력을 일정 부분 약화시켰지만, 그들이 완전히 위협을 포기했다고 보지 않는다”며 “향후 수십 년간 반복될 수 있는 충돌에 대비하기 위한 구조적 투자”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이미 지난해 ‘떠오르는 사자 작전(Operation Rising Lion)’이라는 이름으로 이란 핵시설·군 수뇌부를 타격한 바 있고, 이번 작전명에서도 ‘사자’라는 표현을 다시 쓴 것은 “장기적으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정치·군사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 전쟁에서 깨달은 교훈을 바탕으로, 이스라엘은 이제 공군력·미국 동맹·군수 보급망을 삼각 축으로 한 ‘다음 전쟁 준비’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