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동맹 분담금 늘렸지만” 정작 공군 사령관은 한 달간 자리 비웠다는 이유
||2026.05.05
||2026.05.05
외교·안보 사정에 밝은 정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아이버슨 사령관은 3월 19일 전후로 한국을 떠나 지난달 중순쯤 복귀했다. 3월 19일은 대규모 한미 연합연습 ‘프리덤 실드(FS)’의 마지막 날로, 연습 종료 직후 임무지를 비운 셈이다. 그는 미국 플로리다에 위치한 미 중부사령부(CENTCOM)와 미 본토 여러 지휘부를 방문해 중동 전쟁과 관련한 임무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일부 기간에는 휴가도 포함됐지만, 대부분은 이란 전쟁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임무였던 것으로 안다”며 “7공군사령관이 한반도 밖 전구 전쟁 때문에 한 달 가까이 한국을 비운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아이버슨 중장은 단순 공군 부대장이 아니라 주한미군 부사령관, 한미 연합 공군구성군사령관을 겸임하는 최고위급 지휘관이다. 전쟁 발발 시에는 한미 연합 공중전력을 통합 지휘하는 위치에 서게 되는데, 이런 인물이 한반도 밖 전쟁으로 장기간 자리를 비웠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은 “아이버슨 사령관은 과거 미 합참 합동전력 부본부장을 지낸 만큼, 중동 전쟁과 관련된 전력 기획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그동안 ‘전략적 유연성’은 주한미군 전력(병력·장비) 차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이번에는 주한미군을 지휘·통제하는 고위직 인력에게까지 적용된 사례”라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필요하면 지휘관도 언제든 다른 전쟁터로 빼 갈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라는 것이다.
미 7공군 측은 논란이 불거지자 “특정 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미 7공군사령관은 한미동맹 지원 임무를 위해 다양한 대외 활동 일정을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기간·임무 내용·중동 방문의 이유 등은 “작전 보안”을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다.
군 일각에서는 아이버슨 사령관이 이란 전쟁의 작전 경과를 분석하고, 향후 한반도 유사시 적용할 수 있는 교훈을 도출하기 위해 CENTCOM 등으로 일시 파견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정부 소식통들은 “그 정도 분석 목적이라면 굳이 한 달씩 전구를 비울 이유가 없고, 보다 직접적인 작전 기획·조정 임무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일부 군 관계자들은 “미군 지휘체계 특성상, 아이버슨 사령관이 플로리다·하와이 등 한반도 밖에서 원격으로 작전 지휘를 하는 것도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며, 지휘관의 물리적 부재가 곧바로 대비태세 약화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는다. 실제로 미군은 전역(戰域)별로 CJADC2 같은 합동 지휘통제체계를 구축하면서, 한 장소에 있지 않아도 여러 전구를 동시에 관리하는 구조를 실험 중이다.
하지만 다른 정부 소식통은 “유사시 첫 24~72시간 동안은 한미 연합 공중전력이 극도로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데, 그 시점에 공군 최정점 지휘관이 다른 전구 임무를 겸한다는 건 차원의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한반도 전쟁 발발 시 7공군사령관이 연합 공군구성군사령관으로서 직접 현장에 있어야 할 상황을 떠올리면, 이번처럼 한 달씩 타 전구에 차출되는 일이 반복될 경우 전쟁 초반 지휘 공백·혼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애초 ‘전략적 유연성’은 주한미군 전력을 한국 방어에만 묶어두지 않고, 미국 필요에 따라 동북아·중동·아프리카 등 다른 전구로 전환 투입할 수 있다는 개념으로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부터 논의돼 왔다. 그동안 한국 내 논쟁은 주로 “주한미군 병력·무기가 빠져나가면 한반도 방어 공백이 생기지 않겠느냐”는 우려에 집중됐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그 논의가 ‘사람’, 그것도 지휘 최정점에 있는 사령관급 인사로까지 확장됐다는 점에서, 한국이 미군 글로벌 전략 속에서 어디쯤에 서 있는지를 실감하게 한다는 평가다. 한 안보 전문가는 “전략적 유연성은 미국 입장에선 전 세계 위협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필수 옵션이지만, 한국 입장에선 ‘우리가 위기일 때 그 지휘관이 또 다른 전쟁터에 차출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현재 한미 간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 논의는 없다”며 이번 일을 주한미군 규모 조정과 직접 연결짓는 시각에는 선을 그었다. 실제로 병력 수 자체는 당장 줄지 않을 수 있지만, 주한미군 전력을 언제든 다른 전구로 돌릴 수 있다는 메시지는 이미 여러 차례 미 국방부·연합사 관계자 발언에서도 감지돼 왔다.
문제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으로 한국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는 상황에서, 이런 ‘전략적 유연성’이 강화될수록 “우리가 지불하는 돈과 실제로 보장받는 방어 수준이 일치하느냐”는 정치·여론의 질문이 더 날카로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아이버슨 사령관의 한 달짜리 부재는, 그 질문이 더 이상 추상적인 논쟁이 아니라 구체적 사건으로 눈앞에 등장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