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척도 힘든 가격인데” 한국이 4척까지 주겠다고 말하자 난리난 유럽의 방산 사업
||2026.05.05
||2026.05.05
덴마크 해군은 노후 함정을 대체하기 위해 약 10억 달러 규모의 신형 호위함 4척 도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덴마크 해군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군함 도입 프로젝트로, 북유럽·나토 해역 방위와 원양 파병까지 염두에 둔 전략 자산 확보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3월 총선 이후 연립정부 구성과 국방부 인사가 겹치면서, 입찰 절차는 잠시 멈춘 상태다. 정치 변수가 정리되는 대로 다시 속도가 붙으면, 2030년대 초까지 단계적 취역을 목표로 한다는 게 현지 관측이다.
덴마크 공영방송 DR이 전한 인터뷰에서, HD 현대중공업 해외영업 담당 임원은 자사 설계 호위함이 “유럽 경쟁사 대비 20~30% 저렴하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말은 곧, 같은 예산으로 덴마크는 원래 계획한 3척이 아니라 4척을 들여올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계약 체결 후 3년 반 안에 첫 함정 인도가 가능하고, 전체 4척도 2031년까지 모두 넘길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DR은 “유럽 조선사들이 늦어도 첫 함정 인도 시점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 조선사는 지난 6년간 약속한 인도 기한을 한 번도 어긴 적이 없고 오히려 예정보다 앞당긴 사례가 여러 번 있었다”고 전했다. 이런 발언은 유럽 업계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덴마크 호위함 사업에는 HD 현대중공업 외에도 프랑스 나발그룹, 영국 밥콕, 독일 NVL, 스페인 나반티아, 그리고 덴마크 자국 컨소시엄까지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다.
유럽 업체들은 나토 동맹·EU 연대, 기술 이전·현지 생산 등 정치·경제 패키지를 앞세우며 “동맹끼리 서로 무장을 맡아주자”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반면 한국 측은 이미 검증된 한국 해군 호위함·수상함 설계를 기반으로, 동급 대비 높은 무장 탑재량과 최신 센서·전투체계를 제시하면서도, “낮은 단가+확실한 납기”라는 조합으로 승부를 건다. 결과적으로 덴마크는 ‘동맹 프리미엄’을 택할지, ‘가성비와 일정 보장’을 택할지라는 어려운 정치·군사적 선택을 앞두게 됐다.
HD 현대중공업은 덴마크뿐 아니라 태국이 추진 중인 호위함 1척 사업에도 입찰을 마친 상태다. 여기에 한국의 한화오션, 튀르키예의 ASFAT·TAIS, 싱가포르 ST엔지니어링, 스페인 나반티아 등도 경쟁에 뛰어들어, 한국 조선 두 회사가 같은 해외 사업에서 맞붙는 구도까지 연출됐다.
이미 한국산 호위함·초계함은 동남아 여러 나라에 수출된 전례가 있고, 이지스 구축함·잠수함에 이르기까지 한국 조선소의 군함 라인업은 세계 상위권 수준에 올라 있다. 이 흐름은 한국 조선사가 ‘상선+군함’ 이중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중동·남미·유럽까지 시장을 넓히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럽 입장에선 덴마크 사례가 단지 4척짜리 사업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한 번 한국산 호위함이 북유럽 나토 해군에 들어오면, 후속함·개량·정비 시장에서 연결 효과가 생기고, 이웃 국가들이 “덴마크가 써보니 괜찮다더라”라며 따라올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유럽 조선·방산 기업들은 에너지 위기·국방비 확대 속에서도 인건비·원가 상승으로 가격 경쟁력을 잃어가는 상황이라, “한국이 유럽 본토 시장까지 파고들기 시작했다”는 상징성 자체가 부담이다. 이 때문에 영·프·독·스페인 정부가 외교 채널을 총동원해 자국 업체 ‘밀어주기’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함께 나온다.
이번 덴마크 사업은 한국 조선·방산이 단순히 “싸고 빨리 만드는 나라”라는 이미지를 넘어, 나토 해군의 최전선 호위함까지 책임질 수 있는 ‘프리미엄 설계·시스템 통합 능력’을 입증할 기회이기도 하다. 한국은 이미 이지스 구축함·잠수함·상륙함 등 고난도 군함을 자력 설계·건조하는 수준에 도달했지만, 서유럽 선진 해군을 상대로 한 본격 경쟁은 이제 시작 단계다.
덴마크가 한국산 호위함을 선택한다면, 유럽 방산 시장에서 “3척도 버거운 예산으로 4척을 제안한 나라”라는 한 줄 설명 이상의 파급효과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반대로 유럽이 ‘동맹 프리미엄’으로 자국 업체를 택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이미 한국의 가격·기술 수준은 충분히 각인됐고, 다음 기회를 위한 교두보는 마련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