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독미군 5000명 철수 명령” 나토에서 거절하자 제대로 보복했다는 ‘이 나라’
||2026.05.06
||2026.05.06
미 국방부 수석대변인 숀 파넬은 5월 1일(현지 시각) 성명을 통해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국방부) 장관이 독일에서 약 5,000명의 병력을 철수하도록 명령했다”고 밝혔다. 현재 독일에는 약 3만6,000~3만6,4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어, 감축분은 전체의 약 14%에 해당한다.
국방부는 “유럽 내 미군 태세 전반에 대한 검토 결과”라며, 철수는 향후 6~12개월 안에 완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전투여단 1개와 일부 장거리 화력 부대, 올해 말 배치될 예정이던 토마호크 미사일 대대가 독일 대신 다른 지역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로이터와 미국 언론은 전했다.
표면적 설명과 달리, 이번 결정의 정치적 배경은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 28일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습한 뒤 나토 해군 파병을 요구했지만, 나토는 “사전 상의 없는 작전”이라며 사실상 거절했다. 이후 트럼프는 공개석상과 SNS에서 “나토는 쓸모없다”고 비난하며, 이란 전쟁에 협조하지 않은 회원국들에 대한 미군 감축을 수차례 시사했다. 독일은 그 중에서도 표적 1순위였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미국이 이란 지도부에 굴욕을 당했다”, “전략 없이 전쟁을 시작해 유럽 경제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공개 비판하자, 트럼프는 “메르츠는 이란이 핵무기를 가져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자기 나라 경제나 챙기라”며 조롱을 퍼부은 뒤 곧바로 주독미군 감축 검토를 발표했고, 사흘 만에 실제 명령으로 이어졌다.
독일 정부는 겉으로는 침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메르츠 총리는 미군 철수 발표 뒤 “새로운 소식이 아니라, 이미 수년 전부터 예고돼 온 일”이라며, 에너지·국방 자립 필요성을 다시 상기시키는 계기로 삼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독일은 이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방비 증액과 자국 군 현대화를 추진해 왔고, 미군 감축 가능성도 내부적으로 시뮬레이션해 온 상태다.
반면 나토는 “미국 측으로부터 상세 설명을 듣고 있다”며 공식 코멘트를 아끼고 있는데, 미국이 다른 유럽 회원국, 나아가 일본·한국 같은 동맹국에도 ‘협조하지 않으면 주둔군을 줄일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퍼지고 있다.
독일은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미군이 가장 많이 주둔하는 국가다. 지난해 말 기준 3만6천여 명의 미군이 배치되어 있었고, 이 가운데에는 미 유럽사령부(EUCOM)와 아프리카사령부(AFRICOM) 본부, 그리고 유럽·중동 작전의 허브인 람슈타인 공군기지가 포함된다. 주독미군은 냉전기부터 지금까지 유럽 안보의 핵심 축 역할을 해 왔는데, 5,000명 감축은 단순 숫자 이상으로 “독일 땅에 있는 미군의 일부 임무가 재배치된다”는 신호다.
한국경제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추진되던 독일 내 장거리 토마호크 대대 배치 계획이 철회되는 등, 중장거리 타격 전력 일부가 독일 밖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 입장에선 나토 집단방위 체계의 상징적 구심점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 셈이다.
이번 조치는 유럽만을 향한 메시지가 아니다. YTN·연합뉴스TV 등은 트럼프가 이란 전쟁과 관련해 이탈리아·스페인 등에도 병력 감축 가능성을 언급해 온 점을 들며, “주둔군 철수는 나토 회원국 전반을 향한 ‘동맹 압박’ 수단”이라고 분석했다. 더 나아가 트럼프는 과거부터 한국·일본을 향해서도 “자기 방어에 더 많은 비용을 내야 한다”고 공개 발언한 바 있어, 주독미군 5,000명 감축이 다른 지역 주둔군 조정의 전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미 국방부 관계자들은 “철수 병력 일부가 인도·태평양과 미 본토로 재배치될 것이며, 전반적인 해외 주둔 전략 조정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맹국들 입장에선 “전쟁 때 미국을 얼마나 돕느냐”가 향후 주둔군 규모·역할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트럼프는 이란 전쟁을 둘러싼 나토의 소극적 태도를 두고 “나토는 쓸모없다”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번 주독미군 감축 결정은, 그동안 말로만 떠돌던 ‘조건부 동맹’ 논리를 실제 정책으로 옮긴 첫 사례로 볼 수 있다. 미국이 자국의 전쟁·전략에 충분히 동참하지 않는 동맹국엔, 방위공약의 실체인 주둔군 규모·배치계획부터 재검토하겠다는 경고다.
독일 정부는 “예상된 일”이라며 차분한 척 하지만, 유럽 각국은 이제 “미국 없는 유럽 안보”라는 오랫동안 미뤄온 숙제를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그리고 이 장면은, 미군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을 포함한 모든 동맹국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미국이 요구하는 ‘협조와 분담’을 어디까지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앞으로 우리 땅에 서 있을 미군의 숫자와 역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질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