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최강의 전투기도 핵도 안 무섭다” 오히려 이란 내부에서 제일 무서운 ‘이것’
||2026.05.06
||2026.05.06
이란 지도부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 그 자체보다, 폭격 이후에도 정권이 살아남느냐를 승패 기준으로 삼고 있다. 핵시설·군사기지·지휘소가 아무리 타격을 받아도, 최고지도부와 혁명수비대 지휘부가 지하 벙커에서 생존해 체제를 유지하면 “패배가 아니다”라는 인식이다.
수십 년에 걸쳐 국토 전역에 굴처럼 파놓은 지하 지휘소 덕분에, 공습 동안 숨어 버티는 것은 이미 경험한 전쟁 패턴이기도 하다. 미국과 이스라엘 항공기가 이란 상공에 영원히 떠 있을 수 없고, 폭탄 재고도 무한하지 않다는 점을 그들 역시 잘 알고 있다.
전쟁 이론가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속”이라고 했다. 미국이 말하는 전쟁 목표는 이란의 핵·탄도미사일 개발 의지를 꺾는 것이지만, 이란 지도부에 핵과 미사일은 체제 생존의 상징이라 타협 대상이 아니다. 국제사회가 수십 년간 북한을 상대로 협상을 시도했지만 핵·ICBM 개발 의지를 꺾지 못한 것처럼, 폭격만으로 이란 정권의 결심을 바꾸기는 어렵다는 회의론이 크다.
이란 지도부는 오히려 공습으로 숨진 군인·민간인을 “성전에서 순교한 희생자”로 선전하며 체제 결속에 활용해 왔다. 이들에게 진짜 치명적인 건, 폭격이 아니라 그 폭격과 경제 붕괴를 견디지 못한 국민이 정권 자체를 포기하는 순간이다.
이란 반정부 성향 매체 ‘이란 인터내셔널’은 4월 27일, 이란 당국이 최고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어 “대규모 시위가 재개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전제 아래 대응책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졸가드르 혁명수비대 사무총장이 직접 회의를 주재했으며, 참석자들은 “시위 발생 자체를 막기는 어렵고, 언제 터지느냐만이 변수”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미국 해상 봉쇄 이후 환율 폭등·물가 급등으로 민생이 무너진 탓에, 1월 대규모 시위 때와 비슷한 경제 상황이 다시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권단체들은 올해 초 시위에서 실제 사망자가 수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 있는데, 정권은 “다음 시위는 더 조직적이고 더 무장할 것”이라는 점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3월 들어 이란 곳곳에서 혁명수비대 검문소와 경찰서를 노린 총격·폭발물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테헤란 도심에선 혁명수비대 산하 바시즈 민병대 차량이 원격조종 급조폭발물(IED) 공격을 받은 사건도 보고됐다. 일부 시민들은 혁명수비대원들의 위치를 촬영해 SNS와 암호화 메신저로 미국·이스라엘 측에 넘기며 공습을 유도하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시위 지도자 라얀 아미리는 이스라엘 언론과 인터뷰에서 “지난번엔 수백만 명이 맨손으로 나왔지만 이번엔 다를 것”이라며, 구체 내용은 밝히지 않은 채 ‘동원(모빌라이제이션)’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곧 반정부 진영이 무장 봉기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미국의 최근 중동 전력 재배치도 이런 시나리오와 맞물려 해석된다. 이스라엘·요르단 일대에는 미 육군 제82공수사단 예하 1여단전투팀(약 3,000명), 이라크 아르빌에는 제10산악사단 예하 2여단전투팀(약 3,000명)이 투입되었는데, 두 부대 모두 시가전·산악전에 특화된 경보병 전력이다.
여기에 M1A2 전차·M2 보병전투차로 무장한 기갑기병연대, HIMARS(하이마스) 로켓포를 운용하는 야전포병여단, 아파치·블랙호크를 보유한 전투항공여단이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해병대 쪽에서도 이라크·아프간 시가전 경험이 풍부한 제31·제11해병원정대 병력 4,400여 명이 강습상륙함 전단을 타고 중부사령부 작전 구역으로 이동 중이다. 전형적인 “도시 안에서 정권 잔존 세력을 소탕하고, 반군·시민군과 합동 안정화 작전을 수행할 때 쓰는 포메이션”이라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공중 전력의 성격도 바뀌었다. 이스라엘 오브다 기지에 배치됐던 F‑22 스텔스 제공전투기 일부가 빠지고, 그 자리를 A‑10C ‘워호그’ 공중근접지원기 36대가 채우고 있다. 곡사포 수준으로 지상 화력을 퍼붓는 AC‑130J ‘고스트라이더’ 건십도 6대나 중동에 배치됐고, 해병대 F/A‑18C 12대가 요르단에 추가 전진배치됐다.
이 조합은 대규모 전략 폭격보다는, 도시·산악 지형에서 아군 지상군 바로 머리 위로 화력을 쏟아붓는 데 최적화된 전력이다. 최근 카타르 알 우데이드 기지에 탐색구조기 HC‑130J와 MC‑130J 특수전기가 들어온 것도, 시위 지원·도시전 과정에서 격추되거나 추락한 조종사·특수부대를 구출하기 위한 준비로 해석된다. 결국 미국의 포석은 “이란 내부에서 무장 봉기가 터질 경우, 그 흐름을 군사적으로 지원하고 정권 잔존 세력을 제거하는 안정화 작전에 들어갈 수 있는 준비”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 모든 전력이 제대로 싸우려면 탄약·연료·부품·식량 같은 물자 뒷받침이 필수다. 4월 이후 미국·유럽에서 중동으로 향하는 C‑17A 수송기와 민간 화물기(747‑400 계열) 비행이 하루 10~17편 수준으로 늘어난 사실이 항공 추적 자료로 확인됐다. C‑17A 한 대가 약 70t, 747‑400 화물기가 110t 넘는 화물을 싣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일 수백~수천 톤 단위의 군수품이 중동에 쌓이고 있는 셈이다.
걸프전 이후 미국이 이렇게까지 대량의 탄약·물자를 전진배치해 놓고 실제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았던 사례는 거의 없었다는 게 군사 분석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 협상에서 극적인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다음 단계는 ‘폭격+제재’에서 ‘내부 봉기+도시전’으로 전쟁 양상이 바뀔 수 있다는 경고로도 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