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오히려 이득이다” 미국과 이란이 전쟁을 할수록 오히려 이득이라는 ‘이 산업’
||2026.05.06
||2026.05.06
UAE는 4월 말, 다음 달 1일부터 OPEC·OPEC+ 탈퇴를 공식 선언하며 60년 넘게 유지된 ‘오일 동맹’에서 이탈했다. 사우디가 주도하는 OPEC 기조는 감산을 통해 유가를 떠받치는 쪽에 가까웠지만, 생산능력을 늘려온 UAE는 “투자한 만큼 수출을 하고 싶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쌓아 왔다.
탈퇴로 할당량 제한에서 벗어나게 된 만큼, 중장기적으로 UAE는 일일 500만 배럴 수준까지 생산능력을 끌어올리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공급 확대→유가 하방 압력”이라는 기본 법칙만 따지면, 원유 수요국인 한국에 긍정적인 시그널이라고 평가한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한국의 UAE산 원유 수입량은 약 1,535만 톤, 금액으로는 87억 6,895만 달러로 전체 원유 수입의 11.2%를 차지한다.
사우디(34.4%), 미국(16.3%)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공급원이고, 이란 전쟁이 발발한 2026년 3월 이후에도 UAE는 한국의 3대 원유 수입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UAE는 호르무즈 해협 바깥에 위치한 푸자이라항을 통해 일부 물량을 우회 수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산유국이기도 하다. 이란이 호르무즈를 쥐고 흔드는 상황에서, “해협 바깥 항구+증산 의지+한국과의 긴밀한 산업협력”을 동시에 가진 공급원은 UAE가 사실상 유일하다.
여기에 6월 1일 발효되는 한‑UAE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은 한국 정유·석유화학 업계에 추가적인 이득을 안긴다. CEPA에 따라 한국이 UAE산 원유 수입 시 부담하던 3% 관세는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철폐되고, 나프타 관세도 5년간 50% 감축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들은 “관세 인하는 곧 도입 비용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수출용 석유·석화 제품 가격 경쟁력 강화와 국내 소비자 유류비 부담 완화로 연결될 수 있다”고 본다. 즉, 전쟁 장기화로 국제 유가는 요동치지만, 한국은 UAE와의 CEPA 덕분에 동일 물량을 더 싸게 들여와 정유·석화 제품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UAE 탈퇴와 OPEC+의 증산 카드가 실제로 유가를 끌어내리기 시작하면, 가장 직접적인 수혜는 항공·해운·자동차·석유화학·반도체 등 연료·물류비 비중이 큰 업종이다. 매일경제TV 분석에 따르면 호르무즈 봉쇄가 완화되고 중동 생산시설이 점진적으로 복구되는 시점에, UAE·일부 OPEC+ 국가들이 증산 경쟁에 나설 경우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20달러 수준의 하방 압력을 받을 수 있다.
한국 정유사들은 도입 원가가 떨어지면 수출 마진이 개선되고, 석유화학 제품은 나프타 가격 하락에 따라 아시아·유럽 경쟁사보다 비용 측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산업계에서 “전쟁이 길어질수록, 공급 측이 카르텔을 유지 못 하고 깨지면 결국 수요국이 이득을 보는 구조”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이런 이점은 어디까지나 ‘중장기 시나리오’에 가깝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막힌 현 시점에서, UAE가 증산을 결심하더라도 당장 실어 나를 수 있는 루트는 제한적이다. UAE 원유 수출항 5곳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 바깥에 위치한 항구는 푸자이라 하나뿐이고, 이곳은 이미 물류량이 포화 상태에 가까운 수준이라 추가 물량을 단기간에 처리하기 어렵다.
“UAE가 할당량 제한에서 벗어났어도 푸자이라 수송능력 한계로 단기 증산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호르무즈가 다시 열리고 생산시설까지 복구돼야 실질 혜택이 나타날 텐데, 빨라야 내년 이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동 에너지 질서의 또 다른 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선택이다. 사우디는 UAE의 두 배가 넘는 생산능력을 가진 초대형 산유국으로, 한국 최대 원유 수입국이기도 하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김태환 실장은 “호르무즈 통항이 재개된 뒤 사우디가 OPEC 결속을 위해 자국 물량을 줄여 고유가를 방어할지, 아니면 UAE와 비OPEC 산유국들처럼 물량 경쟁에 들어갈지가 시장 판도를 가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만약 사우디까지 증산 경쟁에 뛰어들면 유가는 구조적으로 하향 안정될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한국 정유·석화·수출 제조업 전반에 ‘연료비 디플레이션’ 효과가 퍼질 수 있다. 반대로 사우디가 감산을 유지하면, 한국은 CEPA·UAE 증산의 이득을 일부 보더라도 전체 에너지 비용 리스크에서 완전히 자유롭긴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