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신경전에 “한국 유조선 7척 1400만 배럴을” 구출하겠다는 트럼프 작전
||2026.05.06
||2026.05.06
트럼프 대통령은 5월 3일(현지 시각) 자신의 SNS ‘트루스 소셜’에 글을 올려,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 갇힌 유조선·상선을 안전하게 빼내기 위한 ‘프로젝트 프리덤(Project Freedom)’ 작전을 4일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세부 작전 방식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미 해군이 페르시아만 입구 인근에서 우군 선박의 항해를 호위 또는 엄호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발표 직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WTI 가격이 전날보다 약 2.2% 하락한 배럴당 99.73달러에 거래되는 등, 시장은 “최소한 일부 물량이라도 빠져나올 수 있다”는 기대를 반영했다.
한국 해양수산부 집계에 따르면, 현재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는 한국 국적 선박 26척이 발이 묶여 있고, 이들에 승선 중인 한국인 선원은 123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이 7척 포함돼 있는데, 이 배들이 싣고 있는 원유는 총 1,400만 배럴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는 한국의 하루 원유 소비량(약 280만 배럴)의 5배에 달하는 규모로, 전량이 안전하게 국내 정유사 탱크에 들어온다면 단기 원유 수급 압박을 크게 완화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들은 “프로젝트 프리덤이 실제로 이들 VLCC까지 호위·엄호 범위에 포함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란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라고 말한다.
원유 공급 측면에서는 OPEC+의 증산 결정도 변수다.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이라크·쿠웨이트·카자흐스탄·오만·알제리 등 7개국은 6월 생산 할당량에 하루 18만8,000배럴을 추가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3월·4월에 이어 3개월 연속 증산 기조를 이어가는 것으로, “시장이 원한다면 언제든 공급을 늘릴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특히 사우디·러시아가 각각 하루 6만2,000배럴씩 증산할 수 있게 된 점은 상징성이 크다. 다만 증산의 상당 부분이 걸프 지역에서 나오기 때문에, 실제로 이 물량이 시장에 도달하려면 호르무즈 해협이 충분히 열려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전문가들은 프로젝트 프리덤이 성공해도, 그 효과는 “단기 숨 돌리기”에 그칠 수 있다고 본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장은 “호르무즈 해협에 계류된 유조선들이 빠져나올 경우 국내 원유 수급을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는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호르무즈 통항 안전성을 제도·군사·외교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란이 향후 호르무즈를 볼모로 통행세나 정치적 조건을 내걸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 이번 작전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경우 공급망 불안은 다시 불거질 수 있다.
OPEC+의 증산 역시 호르무즈 병목이 풀리지 않으면 효과가 제한적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동산 원유는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되어야 증산 효과가 시장에 전달된다”며, “러시아산은 국제 제재로 도입이 쉽지 않고, 북해·미국·남미산 원유는 운송비가 높아 한국 입장에선 효율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이란은 최근 UAE 푸자이라 석유 항만을 드론·미사일 표적으로 삼으며 우회 수출로까지 압박을 가하고 있어, 증산된 물량 중 상당 부분은 생산지 인근 저장시설에 쌓이거나, 상대적으로 운송 여건이 나은 유럽·미국 시장으로 우선 향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입장에선 7척 VLCC·1,400만 배럴이라는 숫자만큼이나, 프로젝트 프리덤이 동맹 정치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행 화물선 피격 사건을 거론하며 “한국도 이제 작전에 동참할 때가 됐다”고 공개 압박했고, 미 행정부는 프로젝트 프리덤을 “미국 단독 작전이 아니라 80여 개국이 참여하는 자유연대의 일부”라고 규정하고 있다.
1,400만 배럴을 구출하는 것은 당장 한국 정유·산업엔 큰 도움이 되지만, 그 대가로 한국이 어느 수준까지 호르무즈 작전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할지, 또 이것이 향후 이란·중동과의 관계에 어떤 흔적을 남길지까지 함께 고민해야 하는 복잡한 계산대 위에 올라선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