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도 폴란드도 아니다” 중동까지 흘려서 난리난 국산 1위 무기
||2026.05.08
||2026.05.08
기존 미사일은 발사 순간부터 거의 직선에 가까운 경로로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일방통행’ 방식에 가까웠다. L‑PGW(Loitering‑Precision Guided Weapon)는 발사된 뒤 곧장 들이받지 않고, 목표 지역 상공을 일정 시간 배회(Loitering)하면서 상황을 정찰한다.
내부에 탑재된 센서와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전장 영상 데이터를 분석해 군사 표적과 민간인을 구분하고, 공격 가치가 높은 표정을 스스로 선정한다. 그러다 최적의 시점이 왔다고 판단되면, 본체에서 소형 자폭 드론이 분리돼 목표물에 직접 돌입해 폭발한다. 업계가 “눈과 두뇌를 같이 단 미사일”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L‑PGW가 처음 공개된 곳이 사우디 리야드 세계방산전시회(WDS)인 것도 상징적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미 노르웨이 차세대 장거리 정밀 화력(LRPFS) 사업에서 독일 경쟁사를 제치고 천무(K239)를 선정시켰고, 노르웨이로 가는 천무 탄약은 폴란드 현지 공장에서 생산해 공급하는 ‘유럽 K‑방산 벨트’까지 구축했다.
2025년 기준 회사 매출은 26조 6천억 원, 영업이익 3조 원을 넘기며 3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는데, K9 자주포·천무·FA‑50·K2 등 기존 히트 상품에 더해 L‑PGW 같은 차세대 무기가 포트폴리오에 새로 들어온 것이다. 이번 WDS에서 L‑PGW 실물과 시연 영상이 공개되자, 중동·북아프리카 몇몇 국가가 “시험 평가·공동 개발 옵션까지 포함한 패키지 협의”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L‑PGW의 핵심은 자율성이다. 위성 데이터링크를 통해 지상 지휘소와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으면서도, 최종 표적 식별과 공격 타이밍은 AI가 상당 부분 스스로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최신 딥러닝 기반 영상 인식 기술이 투입돼 전차·포진지·지휘소 같은 군사 표적과 민간 차량·건물을 구분하고, 협의의 전투 구역 밖 표적에는 공격을 회피하도록 설계됐다.
그렇다고 완전한 ‘킬러 로봇’은 아니다. 한화 측은 L‑PGW가 항상 사람 지휘관과 링크를 유지하며, 최종 교전 규칙(engagement rules)과 공격 승인 권한은 인간에게 남겨두는 반자율 체계임을 강조한다. 이는 자율무기 규제 논의가 진행 중인 국제사회에서 법적·윤리적 논란을 피하기 위한 설계 방향으로도 읽힌다.
L‑PGW가 갑자기 튀어나온 완전히 새로운 무기는 아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위사업청·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함께 고체 연료 덕티드 램제트(SCRJ) 추진 기술, 초음속 공대지·대함미사일, L‑SAM 블록‑II 등 차세대 유도무기를 동시 개발해 왔다. 이 과정에서 축적된 항법·유도·추진·데이터링크 기술이 L‑PGW의 비행체 설계와 AI 기반 제어 알고리즘의 토대가 됐다.
다시 말해, K‑9 포탄·천무 로켓에 들어가던 유도기술이 이제는 ‘하늘을 떠다니며 표적을 고르는 미사일’로 진화한 셈이다. 이 기술 기반은 앞으로 장거리 저피탐 순항미사일, 극초음속 무기 쪽으로도 확장될 여지가 크다.
이번 WDS에서 주목받은 또 하나의 장면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공대공·공대지 무기 통합 MOU를 체결한 대목이다. 양사는 KF‑21 보라매와 FA‑50 경공격기에 L‑PGW를 비롯한 국산 공중발사 유도무기를 통합해, 항공기+무기+훈련·정비를 묶은 ‘완전 국산 패키지’를 중동·동남아 시장에 내놓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KAI 차재명 회장은 “요즘 해외 고객들은 기체만이 아니라, 전술 데이터링크·무장·훈련까지 모두 한 브랜드로 통합된 패키지를 원한다”고 말했고, 한화 손재일 회장은 “우리가 미사일을 만들고, KAI가 플랫폼을 만들면 미국·유럽 의존 없이도 완전 국산 공중 타격체계를 수출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는 ‘노르웨이는 K9·천무, 폴란드는 K2·FA‑50, 중동은 L‑PGW+KF‑21’ 식으로 지역별 대표 무기를 늘리겠다는 전략이기도 하다.
L‑PGW의 의미는 단지 또 하나의 신제품이 아니라, 한국 방산이 미국·유럽 체계의 라이선스 생산·개량 단계에서 벗어나 원천기술 기반의 독자 체계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AI 기반 자율무기는 설계·알고리즘·데이터가 핵심이라, 외국 기술을 ‘빌려와서’ 만드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그만큼 한화와 국내 연구진이 축적한 소프트웨어·센서 융합 역량이 세계 상위권에 도달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동시에, 국제사회가 자율무기의 법적·윤리적 가이드라인을 논의하는 시점에 한국이 이 분야 선도군으로 뛰어들었다는 건, 단순 수출을 넘어 “어떤 기준으로 AI 무기를 설계·운용할 것인가”라는 규범 경쟁에도 참여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