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군함은 아무도 안 쓴다며” 막말했다가 수십 년 흘러서 애원하는 나라
||2026.05.08
||2026.05.08
복수의 회고·분석에 따르면, 1980년대 말 대만 해군은 노후 함정을 교체하기 위해 한국의 울산급 호위함 도입을 검토했다. 당시 대만 국방 고위 인사가 울산급을 두고 “판자로 만든 싸구려 배”라는 식으로 폄하하며 계약을 걷어찬 일화는 지금까지도 자주 언급된다. 당시만 해도 대만은 미국·프랑스산 함정을 직접 도입할 수 있었고, 한국은 막 중형 호위함을 자력 건조하기 시작한 단계였으니 “한국 군함을 굳이 살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하지만 이 선택은 이후 두 나라 해군력 격차를 벌리는 출발점이 됐다.
대만은 한국 대신 프랑스 라파예트급 스텔스 호위함을 도입하는 길을 택했지만, 1990년대 계약 과정에서 거액의 커미션이 오간 부패 스캔들이 터지며 정치·외교적 후폭풍에 휘말렸다. 라파예트급 자체는 성능이 나쁘지 않았지만, 핵심 설계·통합 기술은 프랑스에 남았고 대만 조선·방산업체의 독자적인 기술 축적은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이후 중국의 외교·경제 압박이 강해지면서 고급 함정 기술과 부품 수입길도 차츰 좁아졌다. 그 사이 대만 정부는 중후장대 산업 대신 전자·서비스 중심 경제 구조를 택했고, 조선·철강 같은 기반 산업에 대한 투자는 줄어 해군력의 산업적 뿌리가 약해졌다.
반대로 한국은 1970년대 참수리급 고속정, 1980년대 울산급 호위함, 1990년대 광개토대왕급 구축함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청사진을 꾸준히 실행했다. 2000년대 이후에는 KDX‑II·KDX‑III(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과 손원일급·도산안창호급 잠수함을 연달아 확보하며, 설계·건조·운용을 모두 자국 기술로 해결하는 ‘풀 세트 해군’ 체계를 구축했다. 같은 기간 조선·철강·전자·기계 분야에 대한 중화학공업 투자는 세계 1위 조선 강국·상위권 방산 수출국이라는 오늘의 토대를 만들었다. 지금은 한국 함정 설계·건조 능력이 노르웨이·필리핀·폴란드 등으로 수출되는 반면, 대만은 자체 건조 잠수함을 띄우는 데조차 난항을 겪고 있다.
군사력 지표만 봐도 두 나라의 위치는 크게 갈린다. 여러 군사력 평가에 따르면 2020년대 중반 한국은 전 세계 군사력 순위 5~6위권, 대만은 20위권 초반에 머무른다. 한국의 연간 국방비는 60조 원대 중반 수준으로 대만(40조 원대 초반)을 상당 폭 웃돌고, 현역 병력 규모 역시 한국 약 50만 명, 대만 17만 명 안팎으로 세 배에 가깝다. 육군 전차·자주포, 공군의 F‑35A 스텔스 전투기, 해군의 이지스함·3천톤급 잠수함 등 보유 전력의 현대화 수준에서도 한국이 질·양 모두에서 우위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두 나라의 차이는 “어떤 산업을 키웠느냐”에서 더 분명해진다. 한국은 1970년대 이후 조선·철강·기계·전자 등 장치산업과 함께, 이 기반을 활용한 방산·무기 체계 개발에 장기 투자해 왔다. 그 결과 K9 자주포·K2 전차·K21 보병전투차·KDX 구축함·KF‑21 전투기까지 이어지는 국산 무기 계보가 형성됐고, 지금은 유럽·중동·동남아로 활발히 수출하는 위치에 서 있다. 반면 대만은 반도체·전자에서는 세계 정상을 달리지만, 전차·자주포·전투기·함정 같은 중후장대 무기 체계는 미국·유럽에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됐다. 잠수함 자국 건조 사업 역시 핵심 설계·통합 기술 부재로 난항을 겪으면서, “돈은 있어도 독자 전력화는 쉽지 않다”는 현실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늘날 대만이 한국을 향해 군사적으로 “벌벌 떤다”는 표현은 과장된 수사일 수 있지만, 한국이 해군·조선·방산 분야에서 명백한 선도국이 된 건 부인하기 어렵다. 실제로 대만 안보·국방 관련 토론에서는 한국의 조선·잠수함 기술, K9 자주포·K2 전차의 성능, 국방 R&D 구조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군함 사는 나라는 없을 것”이라던 30여 년 전의 말은, 지금 대만이 가장 참고해야 할 성공 사례가 한국이라는 현실 앞에서 완전히 뒤집혔다. 과거의 비웃음이 뒤늦은 부러움과 학습 대상으로 바뀐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