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드디어 조립해냈다” 국내 최초로 제트엔진 개발했다는 ‘이 기술’
||2026.05.08
||2026.05.08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을 주도한 장수명 제트엔진 ‘KTF5500’ 1호기가 지난 4월 26일 경남 창원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장에서 조립을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장시간 운용이 가능한 제트엔진은 전량 수입에 의존해 왔다는 점에서, 국내 기술만으로 완제 엔진을 처음 완성했다는 의미가 크다. 이번 성과로 한국은 무인기용 엔진을 넘어 향후 KF-21급 군용기와 비즈니스 제트기 시장으로까지 기술 영역을 넓힐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트엔진은 수십 시간만 버티면 되는 단수명 엔진과, 수천 시간 이상 비행이 가능한 장수명 엔진으로 나뉜다. 미사일처럼 한 번 쓰고 폐기되는 무기체계에는 단수명 엔진을 달 수 있지만, 수백·수천 시간 비행해야 하는 무인기·훈련기·전투기에는 고온과 고속 회전을 오래 견디는 장수명 엔진이 필수다. 지금까지 ADD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실용화한 엔진은 대부분 단수명 계열이었고, 장수명 제트엔진을 독자 개발한 국가는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일본, 우크라이나 등 소수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의 통설이다.
KTF5500은 2019년 12월 착수해 2027년 말까지 이어지는 ‘완제 터보팬 엔진 통합 개발 기술’ 프로그램의 결실로, 저바이패스비 5,500파운드(lb)급 터보팬 엔진이다. ADD가 체계 개발을 총괄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엠엔씨솔루션 등 국내 방산업체들이 구성품·보기 시스템 제작과 조립을 맡았다. 추력은 우크라이나 이브체니프 설계국의 AI-222 엔진과 유사한 수준으로, 소형 제트훈련기나 중·대형 무인항공기에 적합한 체급으로 분류된다. 구체적인 수명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약 2,000시간 이상 운용이 가능한 장수명 엔진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번 조립 완료는 우리 방위산업의 ‘마지막 미개척지’로 불리던 항공엔진 분야에서 독자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출발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K2 전차·K9 자주포 등 지상무기 체계는 오랫동안 외산 엔진과 변속기 수출 승인(E/L) 문제로 수출에 제약을 받다가, 국산 파워팩을 적용하며 이집트 등 신규 시장을 개척한 바 있다. KF-21 보라매 전투기가 현재 미국 GE사의 F414 엔진을 사용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수출형 전투기나 차세대 국산 전투기에서 엔진 자립 여부가 수출 경쟁력의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 KTF5500은 무인기급이지만, 장수명 터보팬을 완성했다는 경험 자체가 대형 군용기 엔진으로 확장될 수 있는 기술적 ‘징검다리’로 평가된다.
다만 엔진 조립 성공이 곧바로 실전 적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개발 지연 여파로 KTF5500 탑재가 예정됐던 ADD·대한항공의 저피탐 무인편대기 ‘KUS-LW’ 시제기는 이미 우크라이나제 AI-222 엔진을 장착한 상태이며, 추가 기체 제작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KTF5500을 실제 비행에 투입하려면 별도의 시험용 기체를 새로 만들거나 기존 플랫폼을 개조해야 하는데, 예산과 사업 일정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엔진 기술은 조립 완료로 끝나지 않고, 이후 성능개량과 파생형 개발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특히 차세대 무인기·협동전투기(CCA) 시장에서는 낮은 비연료소비율(SFC)과 높은 전력 생산 능력이 핵심 지표로, 레이더·전자전 장비·AI 컴퓨팅에 필요한 전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뽑아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 중인 4,000~4,500파운드급 HAF4500 엔진은 약 100kW 전력 출력을 목표로 하고 있어, 향후 KTF5500과 함께 국내외 무인기·CCA 시장에서 쌍끌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KTF5500의 시험평가를 최대한 빠르게 마무리하는 동시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HAF4500 등 차세대 소형 무인기용 엔진 개발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KTF5500 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설계·제조·시험 데이터를 민간 항공우주 산업에 공유해, 연구소 주도 구조를 업체 주도 체제로 전환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이렇게 군수·민수 분야에서 선순환 구조를 확립해야만, 정부가 2040년께를 목표로 추진 중인 1만 6,000파운드급 첨단 국산 엔진 개발 사업도 안정적인 수요와 기술 기반 위에서 추진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진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