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박만 골라서 공격했다” 이란 정부와 말이 180도 다르다는 ‘이 나라’
||2026.05.08
||2026.05.08
이란이 한국 선박을 겨냥해 물리적인 조치를 취했다는 취지의 발언이 이란 국영 매체에서 나와 파장이 일고 있다. 이란 국영 방송 프레스TV는 6일(현지시간) ‘전략분석 데스크’ 코너 칼럼에서 “이란이 새롭게 정의한 해상 규칙을 위반한 한국 선박을 겨냥한 조치는 명확한 신호였다”며, 이 조치를 이란이 자국 주권을 실제 군사력으로 행사한 사례라고 규정했다. 선박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시기와 위치로 볼 때 지난 4일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폭발·화재를 겪은 한국 선사 HMM의 컨테이너선 ‘나무호’를 겨냥한 언급으로 해석되고 있다.
HMM 나무호는 이달 4일 아랍에미리트(UAE) 인근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 중이던 가운데 선체 일부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해 긴급 진화 작업이 진행됐다. 선박은 이후 예인선을 통해 인근 항만으로 이동했으며, 두바이 인근 드라이독으로 옮겨져 정밀 조사를 받을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선원 인명 피해는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폭발 원인을 둘러싸고 이란의 공격 가능성, 사고·정비 문제 등 다양한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프레스TV의 칼럼은 단순 사고 분석이 아니라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선박 보호 작전인 ‘프로젝트 프리덤’을 정면 겨냥한 정치·군사적 논평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칼럼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 시작된 이 작전의 중단·약화를 “전략적 전환이 아닌 미국의 패배”로 규정하면서, 미국이 더 이상 해군력으로 이란을 압박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 맥락에서 “새 해상 규칙을 위반한 한국 선박 1척을 겨냥한 것은 이란이 물리적 행동으로 주권을 수호하겠다는 명확한 신호”라고 평가하며, 한국 선박을 상징적 사례로 끌어들였다.
이란 정부는 HMM 나무호 화재와 자신들의 개입을 연결 짓는 주장에 대해 일관되게 선을 긋고 있다. 주한 이란대사관은 6일 성명을 내고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 선박이 입은 피해와 관련된 사건에 이란 군대가 연루됐다는 모든 의혹을 단호히 거부하며 명확히 부인한다”고 밝혔다. 대사관은 이어 “언론이 보도하는 어떤 해석이나 분석도 공식 입장으로 간주돼선 안 된다”며, 프레스TV 칼럼과 같은 논평성 기사들을 이란 정부의 공식 입장과 분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프레스TV는 한국 선박이 이란이 새로 제시한 해협 통항 규칙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이를 이유로 든 ‘물리적 행동’이 주권 수호 차원의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칼럼은 이란군이 ‘무고한’ 나무호를 먼저 공격한 것은 아니라면서도, 해당 선박이 이란 측 요구 사항을 무시했을 가능성을 시사해 책임을 한국 측에 돌리는 논리를 펼쳤다. 한국 선박을 특정해 “새 규칙을 위반한 선박 1척을 겨냥했다”고 표현한 대목은, 결과적으로 “한국 선박만 골라 공격했다”는 인상을 남기며 국내 여론을 자극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다양한 해석과 정치적 메시지가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공식 조사 결과를 먼저 지켜보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외교부와 국방부는 사고 직후부터 선사, 관련국과 공조해 사고 경위를 파악 중이며, 선박이 드라이독에 올라 정밀 조사를 거쳐야 폭발·화재의 직접 원인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청와대 역시 “추측성 발언은 자제해야 한다”며, 이란 측의 상반된 메시지에 대해서도 외교 채널을 통해 사실관계와 의도를 파악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번 사안을 둘러싼 프레스TV의 강경한 논평과 이란 정부의 부인 입장은, 이란 내부에서도 ‘대외 선전’과 ‘외교적 부담 관리’ 사이의 이중 메시지가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영 매체는 미국과 동맹국을 상대로 억제력과 보복 의지를 과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외교 채널에서는 직접적인 군 개입을 부인하며 책임을 피하는 모습을 동시에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이중적인 메시지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한국 선박의 안전 문제뿐 아니라, 향후 한·이란 관계와 한반도 주변 안보 환경에도 잠재적인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