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가면 "이 열매" 보일 때마다 쟁여두세요 혈압 뚝 떨어뜨려 혈관 청소부라 불리는 과일
||2026.05.09
||2026.05.09

재래시장 과일 코너를 지나다 보면 가을과 겨울 사이, 작고 빨갛게 무리 지어 달린 열매가 눈에 띕니다. 많은 분들이 그냥 지나치거나 새 먹이 정도로 여기시지만, 한방에서는 수백 년간 혈압을 다스리는 약재로 써온 것입니다. 바로 오미자입니다. 신맛·단맛·쓴맛·짠맛·매운맛, 다섯 가지 맛을 동시에 품고 있다 해서 오미자(五味子)라 불리는 이 열매가 최근 심혈관 분야 연구자들 사이에서 '혈관 청소부'라는 별명을 얻고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오미자의 핵심 성분은 스키잔드린(schisandrin)과 고미신(gomisin)이라는 리그난 계열 물질입니다. 스키잔드린은 혈관 내피세포에서 아산화질소(NO) 생성을 촉진해 혈관을 이완시키고, 혈관 벽에 달라붙은 LDL 콜레스테롤의 산화를 억제해 플라크 형성을 줄입니다. 고미신은 간에서 지방 합성 효소를 억제해 혈중 중성지방을 낮추고, 간 세포의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는 역할을 합니다. 두 성분이 혈관 안쪽을 청소하고 혈압을 낮추는 경로를 동시에 열어두기 때문에, '혈관 청소부'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닙니다. 해외 연구자들의 분석에서 오미자 추출물을 8주 이상 꾸준히 섭취한 그룹에서 수축기 혈압이 평균 6~9mmHg 감소하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오미자의 신맛은 유기산에서 옵니다. 구연산과 사과산이 혈액의 산성화를 억제하고 피로 물질인 젖산 분해를 돕습니다. 혈압이 높은 분들에게 만성 피로가 함께 따라오는 경우가 많은데, 오미자의 유기산이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개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단맛을 내는 다당류 성분은 면역 세포인 대식세포를 활성화하고, 쓴맛의 베타시토스테롤은 장에서 콜레스테롤 흡수를 경쟁적으로 억제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춥니다. 매운맛의 정유 성분은 혈액 순환을 자극하고 말초 혈관을 확장시켜, 손발이 차고 혈액 순환이 잘 안 되는 분들에게 특히 도움이 됩니다. 다섯 가지 맛이 제각각 다른 경로로 혈관과 혈압에 작용하는 것입니다.

오미자는 간 보호 효능도 탁월합니다. 스키잔드린이 간세포의 글루타치온 생성을 촉진해 독성 물질 해독 능력을 높이고, ALT·AST 같은 간 손상 지표를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혈압이 높은 분들 중 지방간이 함께 있는 경우가 많은데, 오미자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공략하는 몇 안 되는 식품 중 하나입니다. 한방에서 오미자를 심장·폐·신장·간·비장 다섯 장기를 두루 보한다고 표현한 것이 현대 과학으로 하나씩 증명되고 있는 셈입니다.

생오미자는 그냥 씹어 드시기엔 신맛이 너무 강합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찬물에 우리는 것입니다. 생오미자 30~40g을 찬물 1리터에 넣고 냉장고에서 8~12시간 두시면 선명한 붉은빛 오미자수가 만들어집니다. 뜨거운 물에 우리면 유기산이 쓴맛으로 변질되므로 반드시 차게 우리셔야 합니다. 여기에 꿀을 한 스푼 넣으시면 신맛이 부드러워지고 프리바이오틱스 효과까지 더해집니다. 하루 한 컵(200ml)을 아침 식사 후 드시는 것이 위 점막 보호에 유리합니다. 생오미자를 구하기 어려우신 분은 건오미자나 오미자 농축액을 활용하셔도 동일한 성분을 섭취하실 수 있습니다.

위산 과다나 역류성 식도염이 있으신 분은 오미자의 강한 산 성분이 증상을 자극할 수 있으므로 소량부터 시작하시거나 식후에 드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혈압약을 복용 중이신 분은 오미자의 혈압 강하 효과가 더해질 수 있어 처음에는 반 컵부터 드시고 상태를 살펴보신 후 늘려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시장에서 오미자가 보이면 그냥 지나치지 마세요. 한 봉지를 냉동실에 쟁여두고 조금씩 꺼내 쓰는 것, 그것이 가장 저렴하고 가장 오래된 혈압 처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