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106년, 제목에 가장 많이 쓰인 단어는?
||2026.05.09
||2026.05.09
영화의 제목은 각각의 해당 작품이 그려내는 이야기는 물론 제작과 개봉 당시 시대적 정서와 시선을 그대로 담아낸다. 이를 통해 세상은 문화적 흐름과 당대의 사회적 감수성을 읽어낸다. 그렇다면 최초의 한국영화로 기록된 1919년 ‘의리적 구토’ 이후 지난해까지 한국영화의 제목에 가장 많이 쓰인 단어는 무엇일까.
한국영상자료원이 1919년부터 2025년까지 약 8436편의 한국영화 제목을 분석해 이 물음에 답을 내놨다. 답은 ‘사랑’이다. 모두 197편에 쓰였다. 이어 ‘여자’(172편), ‘밤’(124편), ‘청춘’(77편), ‘왕’(69편), ‘남자’(67편), ‘사나이’(67편), ‘꽃’(63편), ‘길’(61편), ‘사람’(56편) 순이었다.
‘사랑’은 “한국영화가 관계 중심 서사와 멜로드라마를 축으로 발전해 왔음”을 보여주는 단어라고 한국영상자료원은 설명한다. 이와 함께 ‘이별’, ‘눈물’, ‘연인’, ‘로맨스’ 등 “감정과 관계를 둘러싼 어휘도 높은 빈도”를 차지하며 “한국영화의 정서가 인물 간의 감정과 관계에 깊이 기대어 있음을 드러낸다”고 덧붙였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이 같은 분석 결과를 토대로 지난 8일 서울 상암동 한국영화박물관에서 기획전시 ‘제목전(展) - 텍스트, 타이포그래피, 무빙 이미지’(제목전(展))의 막을 열었다. 이번 전시는 영화와 그 제목을 통해 읽는 문화사와도 같다. “특정 시대의 감각과 시선을 드러내는 기호”인 한국영화 제목의 “한자가 섞인 문어체, 외래어 중심의 표현, 일상적 구어체에 이르기까지 변화”를 통해 “한국사회의 문화적 흐름과 대중 감수성의 변화”를 엿보게 한다.
이번 전시는 대표 섹션 ‘너의 이름은 여자’를 통해 “여성과 남성을 지칭하는 어휘의 사용 양상을 비교 분석”한다. ‘여자’는 전체 단어 빈도에서 2위를 차지했다. “여성을 지칭하는 어휘는 47종으로 남성을 지칭하는 어휘 29종보다 약 63% 더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는 설명이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이는 한국영화 산업의 역사적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면서 “신파와 멜로드라마를 중심으로 여성 인물의 희생과 감정을 강조해 온 서사 구조, 1970~80년대 성애영화의 영향 등”을 요인으로 꼽았다. ‘산딸기’(김수형 감독, 1982년) ‘가시를 삼킨 장미’(정진우 감독, 1979년) ‘앵무새 몸으로 울었다’(정진우 감독, 1981년) 등 “여성을 은유하는 표현까지 포함하면 그 비중은 더욱 확대”되는데, 이런 경향은 “한국영화가 오랫동안 여성 인물을 특정한 감정과 서사의 틀 속에서 재현해 왔음을 보여주는 단서”라고 한국영상자료원은 봤다.
이번 전시는 영화 제목을 ‘움직이는 이미지’로도 내어 보인다. 최근 미국 메릴랜드 영화제와 브라질 애님아르떼 페스티벌에 초청받은 이상화 감독 등 애니메이션 연출자들과 극영화 감독들이 참여해 ‘지구를 지켜라!’(장준환 감독, 2003년), ‘올드보이’(박찬욱 감독, 2003년) ‘괴물’(봉준호 감독, 2006년) 등 제목의 이미지를 빠르게 변주하는 모핑 애니메이션 등을 선보인다.
이와 함께 영화 제목이 선명히 박히는 포스터 디자인 제작의 대표적 회사 스튜디오 빛나는 등 작품도 전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