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발생할 때마다 “의외로 돈이 몰린다는 이 기업들” 아는 사람들만 아는 이유
||2026.05.09
||2026.05.09
2026년 3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교전이 격화되자 한국 증시는 역사적인 급락을 기록했다. 이란-이스라엘-미국 전쟁 장기화 우려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 에너지·원자재 공급망 충격 우려가 겹치면서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했고, 삼성전자·현대차·SK하이닉스 등 대형주는 줄줄이 무너졌다. 그런데 같은 날, 같은 전쟁 뉴스를 보면서 정반대로 움직인 종목들이 있었다. LIG넥스원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각각 10%대, 20% 안팎까지 급등하며 ‘방산주 불기둥’의 중심에 섰다.
전쟁과 분쟁은 대부분의 산업에겐 악재지만, 특정 섹터에는 곧바로 ‘수요’로 연결된다. 미사일과 포탄이 소모되면 재고를 채워야 하고, 전차·장갑차가 파괴되면 새로 생산해야 하며, 방공망이 뚫리면 더 강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헤럴드경제와 증권사 리포트에 따르면 과거 전쟁 사례에서도 개전 직후보다 실제 수주 잔고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 1년 전후 시점에 방산주의 장기 수익률이 더 높았는데, “전쟁 중엔 무기가 소모되고, 전쟁이 끝나면 소모된 걸 보충하고 더 강화하려는 수요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쟁·군사 긴장 뉴스가 나오면 시장의 공포와는 별개로, 방산주는 ‘무기가 더 많이 팔릴 것’이라는 기대를 선반영하며 먼저 튀어오른다.
이번 급등장에서 시장이 특히 주목한 두 기업은 LIG넥스원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LIG넥스원은 천궁-Ⅱ, L-SAM, 장거리 순항미사일 등 한국형 방공·유도무기 체계의 핵심 제조사로, 이란 미사일을 막아낸 천궁-Ⅱ의 실전 성과가 중동에서 확인되면서 “미사일 대장주”라는 타이틀이 굳어졌다. 실제로 이란 사태 이후 이라크·사우디·UAE가 천궁-Ⅱ 추가 포대 조기 인도를 타진하면서, 중동발 추가 수주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K2 전차 파워팩·항공엔진 등으로 대표되는 ‘종합 육·공 방산 업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폴란드 600여 문, 노르웨이·핀란드·에스토니아 등으로 K9 수출이 이어지면서 수주 잔고가 이미 수십조 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중동에서까지 자주포·탄약·엔진 수요가 더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주가에 반영됐다. 전문가들은 “뉴스 한 줄에 움직이는 테마주가 아니라, 수십조 원 규모 계약서에 기반한 실적주라는 점이 방산주의 질적 차이”라고 지적한다.
방산주가 급등한 날, 나머지 코스피는 왜 동시에 무너졌을까. 이유는 한국 경제 구조에 있다. 한국은 원유·가스·원자재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는데, 호르무즈 해협은 그 물량의 ‘목줄’에 해당하는 초보스 해상 요충지다. 해협 봉쇄 가능성만으로도 국제 유가는 급등하고, 이는 곧바로 한국 제조업의 전기요금·운송비·원자재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반도체·자동차·조선 같은 수출 업종은 원가 압박과 글로벌 경기 둔화를 동시에 맞기 쉽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가장 먼저 한국·대만 등 제조업 중심 시장부터 비우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같은 전쟁 뉴스가 한쪽에서는 코스피 폭락을, 다른 쪽에서는 방산주 폭등을 만들어낸다.
전문가들은 이번 이란 사태가 단기 이벤트가 아니라 ‘방산 슈퍼사이클’을 더 길게 끌 수 있는 트리거라고 본다. 하나증권·신한투자증권 등은 “전쟁이 조기에 끝나더라도 후속 공격 가능성과 역내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중동 국가들의 방공·미사일 전력이 중장기적으로 크게 증강될 것”이라며, 한국 방산 기업들이 이 수요 증가 국면에서 구조적 수혜를 누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중동 전쟁 장기화는 에너지·운임·보험료 상승을 통해 한국 제조업과 수출기업에는 지속적인 비용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전쟁이 길어질수록 K-방산과 나머지 코스피 사이의 온도 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요약하면, 전쟁 뉴스가 뜨는 순간 시장은 두 방향으로 갈라진다. 대부분의 종목은 ‘전쟁 공포’에 밀려 빠지고, 방산주는 “무기가 더 필요하다”는 냉정한 수요 논리에 따라 오른다. 다만 과거 사례처럼 개전 직후 과열된 기대감이 선반영된 뒤에는 조정이 온 적도 있고, 수주가 실제 실적·현금흐름으로 이어지는지, 정부·수출 승인 리스크는 없는지에 따라 장기 성과가 갈렸다. 전쟁은 비극이지만, 시장은 냉정하게 ‘수요·공급·수주 잔고’로 반응한다는 것, 그리고 지금 한국이 미국·러시아 다음으로 “실전 검증된 무기를 제때 공급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라”라는 사실이, 코스피 폭락의 날에도 방산주에 돈이 몰린 배경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