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73조 원 투자” 중국에선 비밀 전투기까지.. 한국도 참전한 이유
||2026.05.09
||2026.05.09
미국·중국·유럽이 동시에 ‘6세대 전투기’ 개발 레이스에 뛰어들면서, 하늘의 패권을 두고 역대급 기술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6세대 전투기는 단순히 더 빠르고 스텔스 성능이 좋은 전투기가 아니라, AI가 탑재된 유인기 1대가 다수의 무인 전투기를 거느리고 싸우는 유무인 복합전(MUM-T)을 전제로 한 “날아다니는 전장 운영 시스템”에 가깝다. 이 분야에서 뒤처지는 국가는 앞으로 수십 년간 공중전 주도권을 잃게 되기 때문에, 막대한 예산에도 불구하고 각국이 경쟁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미국은 NGAD(차세대 공중우세) 프로그램 아래 보잉을 주계약자로 선정하고, F-47이라는 명칭의 6세대 전투기를 개발 중이다. 2025년 3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F-47 개발 계획을 공식 발표하면서, 사업비는 최대 500억 달러(약 73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F-47은 수직 꼬리날개를 없앤 테일리스 설계와 카나드, 통합형 날개 구조를 채택해 F-22를 능가하는 스텔스·기동성을 목표로 하며, 프랫앤휘트니의 어댑티브 엔진 XA103을 통해 연료 효율과 추력을 동시에 끌어올린 것이 특징이다. 미 공군은 2028년 첫 시험비행, 2030년대 초·중반 작전배치를 목표로 최소 185~200대 수준의 F-47을 도입할 계획이며, 이와 별개로 해군은 F/A-XX 사업을 통해 6세대 함재기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2024년 말 청두·선양 항공사가 개발한 6세대 전투기 시제기를 공개 비행한 것으로 알려져 서방을 놀라게 했다.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청두의 J-36은 대형 삼발기로 스텔스 성능과 장거리 작전 능력을 강조한 형상이고, 선양의 J-50은 중형 쌍발기로 기동성을 중시한 설계로 추정된다. 두 기종 모두 초음속 순항능력과 무인기 지휘 기능을 염두에 둔 설계로 평가되며,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이를 통해 미국과의 6세대 전투기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미 국방·군사전문지들조차 “중국의 프로토타입 공개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며 IOC(초도운용능력) 시기에서 중국에 추월당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은 바 있다.
유럽은 두 개의 대형 프로그램으로 6세대기를 개발하는 중이다. 영국·일본·이탈리아는 GCAP(Global Combat Air Programme) 아래 템페스트 계열 전투기를 개발하고 있으며, 2035년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한다. 프랑스·독일·스페인은 FCAS(Future Combat Air System) 프로그램을 통해 유인기와 다수의 무인기를 통합 운용하는 ‘체계-중심’ 플랫폼을 구상하며, 2040년대 후반~2050년경 전력화를 목표로 한다. 이탈리아 레오나르도 CEO는 6세대 전투기를 “중형 도시가 1초에 만들어내는 만큼의 데이터를 실시간 처리하는 날아다니는 슈퍼컴퓨터”라고 표현할 정도로, 초고성능 센서·컴퓨팅·전자전 능력의 집약체로 보고 있다.
한국도 이 경쟁에 뒤늦게 참전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2025년 파리 에어쇼에서 “KF-21을 기반으로 2030년대 중반 6세대 전투기 개념을 실현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KAI가 제시한 로드맵에 따르면, 먼저 KF-21을 2030년 전후로 제한적 스텔스 기능을 갖춘 5세대급(블록 3)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이후 AI 조종 소프트웨어와 다목적 전투 무인기(UAV)를 연동해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를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한국 공군·국방연구기관도 “2040년까지 KF-21과 무인 편대기(CCA)가 함께 작전하는 체계, 2041년 이후에는 국산 엔진과 완전한 스텔스·AI를 갖춘 6세대기로 ‘변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국산 F414를 대체할 차세대 전투기용 독자 엔진 개발에 착수했으며, 이 엔진이 KF-21 블록 3 이후 6세대 전투기까지 이어지는 ‘심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보도에선 사우디아라비아와의 6세대 전투기 공동개발 협의도 거론되는 등, 한국이 단순 수입국이 아닌 공동개발 파트너로 올라서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미국·유럽과 달리 완전 신규기체가 아니라 KF-21을 단계적으로 진화시키는 방식이기 때문에, 후발주자라도 기술·비용 측면에서 충분히 경쟁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6세대 전투기의 핵심은 ‘기체’가 아니라 ‘시스템’이다. 유인기 1대가 다수의 무인 전투기를 이끄는 유무인 복합체계(MUM-T) 운용 능력, 극강의 스텔스와 적응형 사이클 엔진, 지향성 에너지 무기(레이저), 고성능 전자전·사이버전 기능이 하나의 플랫폼에 통합돼야 한다. 이런 6세대기는 단일 국가가 감당해야 할 개발비가 수백억~수천억 달러 수준에 이르기 때문에, 미국조차 200대 남짓만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미국·중국·유럽·한국이 경쟁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이 싸움에서 뒤처지는 순간, 앞으로 수십 년간 ‘하늘 위 게임의 룰’을 다른 나라가 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