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는 수십 년 걸린다” 한국만큼 빠른 곳 없다며 투자한다는 ‘이 기술’
||2026.05.09
||2026.05.09
미국 AI 방산기업 안두릴 인더스트리가 한국 방산업체들과의 협력을 급속도로 확대하고 있다. 대한항공과는 자율형 무인 항공기를, HD현대와는 무인수상함·무인잠수정을, 현대로템과는 AI 기반 유·무인 복합(MUM-T) 지휘통제체계를 함께 개발하면서, 미국의 AI 소프트웨어와 한국의 제조 역량이 결합하는 새로운 전장 동맹이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브라이언 쉼프 안두릴 공동창업자 겸 CEO는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만큼 빠르고 미래지향적인 곳은 없었다”며 “한국의 제조 역량과 방산 기술력을 고려하면 투자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안두릴은 최근 1년 사이 대한항공과의 협력으로 AI 기반 자율형 무인기 시험 비행을 국내에서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대한항공 무인기 3대에 안두릴의 AI 전장 플랫폼 ‘래티스(Lattice)’를 탑재해, 원격 조종 없이 스스로 임무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시험 비행을 진행했고, 쉼프 CEO는 “1년 만에 시제기 실험 비행까지 간 것은 방산업계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속도”라고 강조했다. 대한항공과 안두릴은 이미 한국형 무인기 공동 개발, 안두릴 제품의 라이선스 생산·아태 지역 수출, 한국 내 ‘아시아 무인기 생산 거점(Arsenal South Korea)’ 구축을 포함한 협력 합의서를 체결한 바 있어, 이번 시험 비행은 장기 파트너십의 첫 단계로 평가된다.
조선·해양 분야에서는 HD현대와의 협력이 핵심 축이다. 양사는 HD현대의 함정 설계·건조·자율 운항(Vessel Autonomy) 기술과 안두릴의 자율 임무 수행 체계(Mission Autonomy)를 결합해 자율 무인수상정(USV) 사업을 추진 중이며, 울산 조선소에서 시제함을 건조해 10월 진수 후 미국 연안에서 시험 운항에 나설 계획이다. 나아가 지난달 미국 워싱턴 D.C. 해양항공우주 전시회(SAS 2026)에서는 협력 범위를 수면 위에서 수중으로 확장해 ‘첨단 무인잠수정 시스템 공동 개발’ MOU까지 체결, 수상·수중 무인전력 전반을 아우르는 파트너십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상 전장 영역에서는 현대로템과의 AI 기반 유·무인 복합(MUM-T) 통합 지휘통제체계 구축이 주목된다. 안두릴과 현대로템은 현대로템의 무인 플랫폼과 전차·장갑차 같은 지상 무기체계에 래티스를 적용해, 다수의 유·무인 전력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어 실시간 상황 인지와 자율 임무 수행이 가능한 지휘통제체계를 만드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방산·국방 분야에서는 단순한 원격 조종이 아니라, 드론·무인지상차량이 스스로 표적을 탐지하고 경로를 계획해 유인 전력을 지원하는 MUM-T 개념이 확산 중인 만큼, 미국 AI와 K-방산 플랫폼이 결합하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안두릴이 내세우는 핵심 경쟁력은 하드웨어보다 AI 소프트웨어다. 래티스는 수천 개 센서와 플랫폼에서 들어오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통합·분석해, 드론·무인수상함·전차·레이더 등을 하나의 ‘전장 네트워크’처럼 연결하는 AI 기반 지휘통제 플랫폼이다. 쉼프 CEO는 “오늘날 전장의 승패는 압도적인 정보 속에서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래티스는 사람이 처리해야 했던 정보 분석을 자동화해, 지휘관이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기존처럼 개별 무기 성능만 경쟁하는 구조에서, 소프트웨어가 전장을 통합 운영하는 구조로 넘어가겠다는 게 안두릴의 구상이다.
안두릴이 한국에 특히 공을 들이는 이유로는 ‘개발·생산 속도’를 가장 먼저 꼽는다. 쉼프 CEO는 “한국은 유럽 어느 지역과 비교해도 기업들이 움직이는 속도가 다르다”며, “다른 나라에서 수십 년 걸리는 일정을 1년 안에 프로토타입 단계까지 끌어올리는 것은 방위산업에서는 전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 한국 지사 ‘안두릴코리아’를 설립한 뒤 1년도 안 돼 대한항공·HD현대·현대로템과 구체적인 시제기·시제함 개발, MUM-T 체계 구축 MOU까지 연달아 체결한 것이 이런 평가를 뒷받침한다.
안두릴은 한국을 단순한 무기 판매 시장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쉼프 CEO는 한국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에도 공급망을 구축해 궁극적으로 글로벌 공급망 체계에 편입시키려 한다”고 밝히며, 향후 한국 내 생산 시설 설립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이미 대한항공과는 아태 지역 무인기 생산·수출, HD현대와는 미국·한국 시장용 유·무인 함정 공동 개발, 현대로템과는 AI 지휘통제 시스템 공동 개발 등 ‘양방향’ 협력 구조를 갖추고 있어, 한국이 미국·영국·호주 등과 함께 안두릴 글로벌 네트워크의 한 축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