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호르무즈 군사작전 불참 현명하다” 새로운 관계 열자는 ‘이 나라’
||2026.05.09
||2026.05.09
이란 의회 핵심 인사가 한국의 호르무즈 해협 군사작전 불참 방침에 대해 공개적으로 “현명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이란 의회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장인 에브라힘 아지지 위원장은 8일(현지시간) 김석기 국회 외교통일위원장과의 통화 내용을 소개하며, “한국이 전방위적인 압박에도 불구하고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군사작전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결정은 지역 안정 유지에 부합한다”고 밝혔다고 이란 국영 IRNA와 한국 언론이 전했다.
아지지 위원장은 또 지난해 9월 이란 핵 프로그램 관련 제재 결의를 둘러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표결에서 한국이 기권한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의 기권을 “인권과 다자주의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하며, 한국이 미국·유럽과 보조를 맞추는 대신 독자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했다. 이란 측이 그동안 한국을 미국 제재 체제의 ‘수동적 이행자’로만 보던 시각에서 일정 부분 벗어나, 외교적 자율성을 인정하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은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를 양국 관계 재설정의 계기로 삼겠다는 기대감도 드러냈다. 아지지 위원장은 통화에서 “이란 정부와 의회도 상호 협력적인 접근법을 통해 새로운 관계의 장을 열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며, 양국 의회 간 교류 확대와 고위급 인사 교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미국·이란 간 동결 자산 협상과 별개로, 양자 차원의 외교·경제 협력을 재가동하는 데 한국의 역할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란 측은 한국 내 동결 자금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요한 사안”으로 재차 못 박았다. 아지지 위원장은 한국 은행에 묶여 있던 이란 자금이 “미국의 개입과 압력으로 수년간 동결돼 있다”고 지적하며, 이 문제 해결 없이는 양국 신뢰 회복이 어렵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이 자금은 한국이 과거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면서 우리은행·IBK기업은행에 개설된 이란중앙은행 명의 원화결제계좌에 쌓인 대금으로, 2018년 미국의 JCPOA(이란 핵 합의) 탈퇴와 제재 복원 이후 약 60억 달러(현재 가치 약 9조원)가 묶인 상태였다.
김석기 위원장은 전날 아지지 위원장과 약 1시간 동안 화상 면담을 진행한 사실을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이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 중이던 HMM 컨테이너선 ‘나무호’ 폭발·화재 사건을 언급하자, 아지지 위원장은 “이란군이 공격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 최근 이란 국영 프레스TV 등이 “한국 선박을 겨냥한 물리적 행동”이라고 주장한 보도에 대해 “언론사의 해석일 뿐 이란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정부 차원에서는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호르무즈 해협 군사작전에 대한 한국의 불참과 나무호 사건, 그리고 동결 자산 문제는 서로 다른 이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이란 관계의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보여주는 고리로 작용하고 있다. 군사작전 불참과 유엔 제재 기권에 대해 이란이 공개적으로 긍정 메시지를 낸 것은 협력 신호로 해석되지만, 동결 자금 해소와 선박 안전 문제 같은 민감한 현안은 여전히 양국 간 신뢰를 시험하는 변수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란이 “현명한 결정”이라는 평가와 함께 “자금 동결 문제 해결”을 같은 문맥에서 거론한 만큼, 새 이재명 정부가 향후 미국·이란 간 협상 구도 속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느냐에 따라 한·이란 관계의 진로도 달라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