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투입될 시” 가장 먼저 적군이 마주친다는 ‘최강의 이 부대’
||2026.05.09
||2026.05.09
2006년 원양어선 동원호, 2008년 화물선 브라이트 루비호가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 잇따라 해적에게 피랍되면서, 아덴만은 우리에게 ‘바다 위 가장 위험한 길’로 각인됐다. 당시 아덴만을 통과하는 우리 선박은 연간 500여 척, 우리나라 전체 해운 물동량의 약 4분의 1을 차지했기 때문에, 해적 위협은 곧 국가 경제와 국민 생명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었다. 국민 여론이 “우리 선박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고 들끓자, 정부는 연합해군과 공조해 우리 함정을 직접 보내는 방안을 검토했고, 그 결과로 2009년 3월 한국 해군 최초의 전투함 파병부대인 ‘청해부대’가 공식 창설됐다.
청해부대의 이름은 통일신라 시기 장보고가 완도에 설치한 해상 무역기지 ‘청해진’에서 따온 것으로, 해적을 소탕하고 해상 교역로를 지킨 역사적 전통을 잇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공식 명칭은 파병 임무와 규모를 반영한 ‘소말리아 해역 호송전대’로, 약 300명 규모의 전투·지원 인원과 구축함 1척, 고속단정 최대 3척, 해상작전헬기 1~2대로 편성된다. 전대장과 정보·작전·통신·군종·통역 등 참모진, 구축함 승조원 230여 명, 검문검색을 담당하는 UDT/SEAL 대원 30여 명, 해상작전헬기 조종사·정비사 등 항공대 10여 명, 의무·군사경찰·정비·방첩·기상요원, 그리고 함 내 경계를 담당하는 해병대원까지 ‘입체 전투팀’으로 구성돼 있다.
청해부대의 핵심 임무는 바레인에 있는 연합해군사령부(CMF)와 공조해 소말리아 아덴만·인도양 일대에서 해적 차단과 테러 방지 등 해양안보작전에 참여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우리 및 우호국 선박을 호송하고, 취약 선박에 대해 근접 호위를 하며, 상선 공통망과 위성전화 등을 활용해 항해 안전을 상시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2011년 ‘아덴만 여명작전’(삼호주얼리호 구출)을 비롯해 2011·2014년 리비아, 2015년 예멘 등에서 우리 국민 철수 작전을 수행하면서, 청해부대는 해적퇴치뿐 아니라 ‘해외 위기 시 한국인을 구출하는 부대’라는 이미지를 굳혔다. 창설 이후 지금까지 청해부대가 안전항해와 호송을 지원한 선박은 4만 척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된다.
현재 청해부대는 47진 대조영함(4400톤급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이 임무를 수행 중이며, 48진 왕건함이 5월 초 진해기지에서 출항해 6월 초 아덴만에 도착, 임무를 교대할 예정이다. 아덴만 파견연장 동의안에는 기본 파견지역을 소말리아 인근 해역으로 명시하면서도,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활동 시에는 지시되는 해역 포함”이라는 예외 조항이 있어, 필요할 경우 작전 구역을 호르무즈 해협까지 확장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된다. 청해부대는 이미 2020년 미·이란 긴장 고조 당시 작전 구역을 일시적으로 호르무즈 인근까지 넓힌 경험이 있어, 미국 주도 ‘프로젝트 프리덤’ 같은 작전에 한국이 참여하게 될 경우 가장 먼저 투입이 검토되는 ‘1순위 부대’로 거론된다.
그러나 청해부대를 호르무즈 해협에 정식 파병하는 문제는 군사·정치적으로 적지 않은 딜레마를 안고 있다. 헌법 60조 2항에 따라 국군의 해외 파견에는 국회 동의가 필요하고, 이미 아덴만 파견 동의안이 존재하더라도 작전 성격과 위험도가 크게 다른 ‘대이란 호위연합작전’에 참여하는 것은 새로운 파병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이란의 탄도미사일·드론 공격 가능성, 기뢰 살포 위협까지 감안하면 단일 구축함 위주의 청해부대로는 위험 부담이 크다는 평가가 나와, 실제 파병 논의는 국회와 여론의 큰 논쟁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군사적으로만 보면, 호르무즈 해협에서 대이란 작전을 수행하려면 탄도미사일·대함미사일·대형 드론을 동시에 막아낼 수 있는 이지스급 구축함 투입이 가장 안전한 선택지에 가깝다. 하지만 우리 해군이 보유한 이지스함은 세종대왕급 3척, 정조대왕급 1척 등 4척뿐이라, 한반도 주변 대북 억제와 동북아 해상전력 운용을 고려하면 중동으로 보내기 쉽지 않다는 게 현실이다. 결국 실무선에서는 “이미 현지에 배치돼 있고, 3~4일이면 호르무즈 인근으로 기동 가능한 청해부대 구축함을 투입할지, 아니면 본연의 아덴만 임무에 집중시킬지”를 두고 난상토론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다른 고민은 청해부대가 호르무즈 쪽으로 움직일 경우, 그동안 아덴만에서 담당해 온 선박 보호 임무에 ‘안보 공백’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46진 최영함은 6개월간 566척의 선박을 지원했고, 통상 청해부대는 연간 1000여 척의 국내외 선박에 안전항해와 호송 임무를 제공해 왔다. 이 임무를 연합해군이나 타국 해군에 전적으로 의존할 경우 우리 선박에 대한 우선 보호가 담보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해운업계와 군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된다. 결국 청해부대는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결정하든, 아덴만에 남아 있든 어느 쪽이든 ‘가장 먼저 적과 마주치는 부대’이자, 우리의 해상 교역로를 지키는 최전선이라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