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미군만 5천 명 뺐다” 그다음 제일 긴장해야 할 군대가 주한미군인 이유
||2026.05.10
||2026.05.10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이 이란 전쟁 지원과 방위비 분담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주독미군 3만6천 명 가운데 약 5천 명을 6~12개월에 걸쳐 빼겠다고 했다. 이는 전통적인 ‘집단방위 동맹’이 아니라, “미국을 얼마나 도와주느냐”를 기준으로 동맹을 줄 세우겠다는 신호다. 한국과 일본도 이란·호르무즈 관련 지원 요청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에, 다음 순번이 될 수 있다는 불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주한미군은 숫자 자체가 미국 국내법(NDAA)에 박혀 있어서 쉽게 못 줄인다. 2만8,500명 아래로 감축하려면 미국 국가안보 이익에 부합한다는 평가와 함께, 한국·일본·유엔군사령부 회원국과의 협의가 필요하고, 이 절차 없이 예산을 쓸 수 없도록 막아놨다. 유럽 주둔 미군도 일정 숫자 아래로는 못 줄이게 돼 있다. 그래서 단기적으로 병력을 대폭 줄이긴 어렵지만, “숫자는 유지하되 실질 역할·전력 구성은 바꾸는” 방식의 조정은 법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유럽과 달리 한반도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상존하는 지역이라, 미군을 빼는 순간 미국 본토와 일본까지 위험이 확산될 수 있다. 게다가 미국이 최근 국방전략에서 ‘중국 견제와 본토 방위’를 최우선 과제로 못 박으면서, 한반도와 주한미군은 “북한 억제+중국 견제”를 동시에 수행하는 전진 기지 성격이 강해졌다. 그러니 숫자를 그대로 두더라도, “독일처럼 우리도 미국이 원할 때 원하는 방식으로 도와주지 않으면, 조정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긴장감이 한국 안보 라인에 쌓일 수밖에 없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온 해외주둔 미군 재편의 핵심은, 각국에 대규모 지상군을 상시 주둔시키는 대신, 미 본토와 주변 기지에서 신속 기동할 수 있는 축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 논리를 한반도에 대입하면, 전통적인 대북 억제용 지상군 중심의 주한미군에서, 중국·북한을 동시에 겨냥한 해·공군, 미사일·정보·우주전력 중심 구조로 바뀔 여지가 크다. 숫자는 비슷해도, 실제로는 “한국 방어용 주둔군”이라기보단 “인도·태평양 전체를 넘나드는 기동군”에 가까워지는 셈이다.
주한미군사령관 브런슨은 미 상원 청문회에서 “우리는 병력 숫자보다 역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이 말은 곧 “2만8,500명은 법적 숫자일 뿐, 그 안에 어떤 전력을 넣을지 조정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한국 입장에서는 병력 감축이 아니라, 지상군 비중을 줄이고 해·공군, 정보·전자전 전력을 늘리는 식의 재편이 진행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한국군이 메워야 할 ‘지상 방어 공백’이 더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또 다른 변수는 지휘 체계 변화다. 현재 주한미군사령관은 4성 장군, 주일미군사령관은 3성이다. 향후 인도·태평양 전체 작전에서 일본의 전략적 비중을 높이려 할 경우, 주일미군 지위를 끌어올리고 주한미군 지휘 기능을 일부 흡수하는 형태도 거론된다. 그렇게 되면 “숫자는 그대로인데, 실제 작전 주도권은 일본 쪽으로 더 이동하는” 구조가 될 수 있어, 한국 안보·외교 정책에 상당한 조정 압박으로 작용한다.
종합하면, 독일에서 5천 명을 뺀 건 “도와주지 않으면 빼겠다”는 정치적 메시지이면서, 동시에 “붙박이 대규모 지상군 시대를 끝내겠다”는 군사적 재편 의지다. 한반도는 북한·중국이라는 현실 위협 때문에 당장 독일처럼 대놓고 병력을 빼가긴 어렵지만, 같은 논리가 적용되는 순간, 주한미군은 숫자보다 역할과 전력 구성에서 먼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지금 가장 긴장해야 하는 군대가 ‘당장 감축 리스트에 오른 독일 주둔 미군’ 다음이 아니라, “언제든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는” 주한미군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