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천무 원한다” 자존심 때문에 찾지 않다가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주목한 나라
||2026.05.10
||2026.05.10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각국은 장거리 포병 전력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전쟁 지속 능력이 갈린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체감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프랑스 육군 수뇌부는 2027년 전량 퇴역 예정인 LRU 다연장로켓(MLRS) 후속 전력이 공백이 될 수 있다는 현실 앞에서, 그동안 자존심 때문에 외면하던 한국산 K239 천무를 진지하게 검토하는 단계까지 왔다. 애초 미국 하이마스나 이스라엘 PULS를 우선 후보로 올려놓았던 프랑스가, 납기·가격·정치 리스크를 따져 본 끝에 “한국 옵션”을 마지막 남은 현실적 선택지로 보기 시작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 M142 하이마스(HIMARS)는 러시아군 탄약고·지휘소·보급선을 정밀 타격하며 전장을 뒤흔든 대표적인 게임체인저로 자리 잡았다. 반면 프랑스가 운용 중인 LRU(개량형 M270)는 최대 사거리가 70~80km 수준으로, 러시아 토르나도-S(120km+), 하이마스(ATACMS 기준 300km급)에 비해 전술적 유연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피에르 슐 프랑스 육군 참모총장은 의회 청문회에서 “장거리 지상전술 타격 능력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했지만, FLP-T(장거리 지상공격) 프로그램으로 개발 중인 자국산 차기 MLRS는 2030년 이후에야 실전 배치가 가능하다.
프랑스는 LRU 9문 규모의 노후 전력을 2027년까지 퇴역시키고, FLP-T를 통해 2030년까지 13문, 2035년까지 26문 확보를 목표로 한다. 문제는 2027년부터 최소 3년간 사실상 다연장로켓 전력이 공백이 되는 ‘블랙홀’ 구간이 생긴다는 점이다. IFRI(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장거리 로켓의 중요성이 입증된 상황에서, 프랑스가 이 능력을 비워 둔 채 2030년까지 버틸 수 있는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프랑스 국방조달청(DGA)은 “국산 체계 개발이 일정에 맞지 못할 경우, 외국산 다연장로켓 도입 옵션도 검토할 수 있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했고, 최종 판단 시점을 2026년으로 잡아 두고 있다.
천무의 유럽 레퍼런스는 이미 충분히 쌓였다. 폴란드는 2022년 기본계약 이후 2022년 말 1차(약 5조 원), 2024년 4월 2차(약 2.2조 원), 2025년 12월 3차(약 5.6조 원)까지 세 차례에 걸쳐 총 288문, 약 12조 원대 규모의 천무(현지명 호마르-K)를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에서 최대 500문의 하이마스를 들여오려다, 생산 능력·납기 문제로 원하는 시점까지 공급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고 천무와 병행 운용 전략으로 갈아탄 것이다. 폴란드는 천무를 자국제 옐치(Jelcz) 8×8 트럭 섀시에 올리고, 폴란드산 전장관리체계와 연동해 완전한 현지화(호마르-K)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천무가 단순 수출품이 아니라 산업협력 플랫폼”이라는 점을 유럽 시장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프랑스가 현실적으로 택할 수 있는 길은 크게 셋이다. 첫째, FLP-T와 ‘툰다르트(Thundart)’ 등 자국 개발 체계를 묵묵히 기다리는 것이다. 사프란·MBDA가 개발 중인 150km급 227mm 툰다르트 로켓과, 탈레스·아리안그룹이 추진하는 300km급 장거리 탄약은 기술 주권과 ITAR(미국 수출통제) 회피라는 장점이 있다. 둘째, 검증된 미국 하이마스를 사들이는 선택이다. 나토 탄약 표준에 맞고 동맹 정치에도 부합하지만, 우크라이나 지원과 전 세계 수요 폭증으로 납기가 최소 4년 이상, 문당 가격은 2,300만 유로 수준까지 치솟아 “비싸고 늦다”는 평가를 받는다. 셋째, 한국의 천무와 인도의 피나카 같은 비미국산 체계를 도입해, 빠른 전력화와 산업협력을 동시에 노리는 방안이다. IFRI와 프랑스 의회 보고서는 하이마스 도입을 “지정학적으로 위험하고 정치적으로 설득력 떨어지는 선택”이라 직설적으로 비판하며, 사실상 천무·피나카 2파전 구도를 제시했다.
천무는 239mm 유도 로켓(사거리 80km급) 12발, 160km급 유도탄 최대 8발, 290km급 전술 지대지 미사일(KTSSM급) 2발까지 하나의 발사대에서 선택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다탄종 플랫폼이다. INS·GPS 복합 유도와 차륜형 고기동 섀시를 채택해, 시속 80km 기동과 도착 후 수 분 내 초탄 발사가 가능할 정도로 ‘쏘고 빠지는’ 전형적인 현대식 MLRS 개념을 구현했다.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노르웨이가 이미 천무를 차기 다연장로켓으로 선정하면서, 나토 C2 체계와의 상호운용성도 검증을 마친 상태다.
반면 인도의 피나카는 유도형 Mk2 기준 사거리 75~80km, 개발 중인 Mk3가 120km급을 목표로 하고 있어, 프랑스 육군이 제시한 “120~500km급 장거리 타격” 요구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 다만 인도는 프랑스와 라팔-M, 스코르펜 잠수함 등 대형 방산협력을 이어온 전략 파트너라, 피나카를 도입할 경우 프랑스 내 생산·면허생산을 상당 폭 열어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정치·외교적 장점으로 꼽힌다. 결국 천무는 성능·사거리·나토 레퍼런스에서, 피나카는 정치·협력 네트워크에서 각각 우위를 가진 셈이다.
프랑스 방산업계는 당연히 자국 개발 체계를 지지한다. MBDA·사프란·탈레스·아리안그룹 등은 이미 FLP-T 관련 투자를 진행 중이고, “검증된 하위 시스템을 바탕으로 2030년 이전 IOC(초기 작전능력)는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카미유 페리아-페뉴 같은 IFRI 전문가들은 “다연장로켓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이며, 2030년 이전 완제품을 내놓지 못하면 수출 시장은 사실상 없다”고 냉정하게 진단한다. 유럽 시장은 이미 이스라엘 PULS(네덜란드·독일·덴마크·스페인), 천무(폴란드·노르웨이), 하이마스(발트 3국·루마니아·이탈리아), M270 확장(영국) 등으로 대부분 나뉜 상태이기 때문이다.
프랑스가 천무를 최종 선택한다면, 이는 단순히 한 국가의 무기 도입 프로젝트를 넘어 유럽 포병 체계의 판을 바꾸는 사건이 된다. K9 자주포·K2 전차·천무까지 이어지는 ‘K-포병 3종 세트’가 프랑스, 폴란드, 노르웨이 등 주요 나토 국가의 공통 플랫폼으로 자리 잡는 순간, 한국은 미국에 이어 유럽 대륙 포병 공급의 한 축을 담당하는 존재가 된다. 프랑스 입장에서도 “외국 무기는 안 쓴다”는 자존심을 내려놓는 대신, 빠른 전력 공백 해소와 유연한 기술 협력, 나토 내 공통 플랫폼 확보라는 실용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만들어낸 이 새 질서 속에서, “한국의 하이마스”로 불리던 천무는 이미 별명이 아니라, 프랑스 같은 방산 자존심 강국조차 외면하기 어려운 현실적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