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러시아 역사상 처음 있는 일” 러시아 광장에 집결한 북한군
||2026.05.10
||2026.05.10
올해 5월 9일 러시아 전승절(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일) 군사 퍼레이드에서 북한군 부대가 모스크바 붉은광장을 행진하며 사상 처음으로 공식 등장했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이 공개한 영상에는 정복을 입고 소총을 든 북한군이 열을 맞춰 행진하는 모습과, 행렬 맨 앞에서 북한 인공기와 전승절 기념 문구가 적힌 깃발을 든 기수의 모습이 담겼다. 관람석에 있던 신홍철 주러 북한대사는 일어나 박수를 치며 이들을 맞이해, 양국 간 밀착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타스통신은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에 북한군 부대가 직접 행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AP통신 등 주요 외신은 붉은광장을 행진한 부대가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 전투에 투입돼 러시아군과 함께 작전을 수행했던 북한군 병사들로 구성됐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접경인 쿠르스크에서는 2024년 여름 우크라이나군이 일부 지역을 장악했으나, 이후 러시아가 반격에 나서며 북한이 병력·포병 전력을 지원했다는 정황이 서방 정보당국을 통해 계속 제기돼 왔다. 러시아는 지난해 4월 “쿠르스크 영토를 완전히 탈환했다”고 공식 발표했는데, 이번 전승절 열병식에서 해당 지역 전투에 참가했던 북한군을 ‘전우’로 대우하며 퍼레이드에 세운 셈이다.
레오니트 슬루츠키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국제문제위원장은 타스 인터뷰에서 “북한군의 열병식 행진은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동맹 관계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군인들은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을 해방하기 위해 우리 군인들과 함께 용감하고 헌신적으로 싸웠다”며 “이것이 진정한 전우애”라고 강조했다. 로이터와 AP는 이번 행진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병력을 지원한 북한에 대한 ‘예우’이면서, 서방을 향해 북·러 군사협력을 과시하는 정치적 제스처라고 분석했다.
북한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도 “러시아 초청에 따라 조선인민군 육해공군 혼성종대가 모스크바 승리 열병식에 참가했다”고 보도하며 이번 행진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북한 보도에 따르면, 최영훈 육군 대좌가 종대를 이끌었고, 열병식이 끝난 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 지휘관을 따로 만나 사의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전승절에는 북한이 김영복 총참모부 부총참모장 등 대표단만 보내고 병력을 행진에 투입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군사협력 수준이 한 단계 더 상승한 상징적 장면으로 평가된다.
한편 올해 모스크바 전승절 열병식은 전차·미사일 등 중장비 없이 병력 행진 위주로 짧게 진행돼, 이전 해들보다 규모가 크게 축소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뉴시스·연합뉴스TV 등은 행사 시간이 약 45분에 불과했고,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전차·탄도미사일 등 전략 무기 전력이 등장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군 행진은 오히려 더 눈에 띄는 ‘메시지’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방의 제재 속에서 러시아가 의지할 수 있는 소수의 군사 파트너 가운데 하나로 북한을 전면에 내세운 장면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