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으로 “세계가 중동에 집중했을 때” 부유식 장벽 세운 ‘이 나라’
||2026.05.11
||2026.05.11
미국과 이란·이스라엘 전쟁으로 전 세계의 관심과 미국 군사력이 중동에 집중된 사이, 중국은 남중국해 스카버러 암초 입구에 다시 부유식 장벽을 설치했다.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있는 이 암초는 양국 영유권 분쟁의 상징적 현장으로, 중국이 “해상 만리장성”을 조금씩 쌓아 올리며 통제력을 강화하는 곳이다.
로이터가 위성사진 업체 밴터(Vanther)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10일에는 스카버러 암초 입구에 중국 어선 여러 척이 정박해 입구를 막고 있었고, 11일에는 암초 입구를 가로지르는 약 352m 길이의 부유식 장벽이 설치된 것이 확인됐다. 장벽은 밧줄에 부표를 연결한 형태로, 암초 내부에는 중국 해상민병대 선박 6척, 외부에는 3척이 배치돼 필리핀 선박의 진입을 사실상 차단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필리핀 해안경비대는 “중국이 암초 입구를 봉쇄하려는 의도”라고 규탄했다.
필리핀 측은 로이터에 “중국 정부가 10~11일 이틀간 암초 입구에 부유식 장애물을 설치했다가 현재는 자진 철거한 상태인 것으로 파악한다”고 밝혔다. 이 기간 장벽 설치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중국 선박이 최소 9척 포착됐고, 필리핀 선박이 물러난 뒤 몇 시간 내 장벽이 치워졌다는 설명도 나왔다. 중국 국방부와 해경은 이번 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스카버러 암초는 2012년 중국이 필리핀 해군과의 대치 끝에 사실상 강제 점유한 이후, 중국이 인공섬·군사 시설화를 추진해 온 핵심 거점이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U자형 ‘9단선’을 그어 이 안의 90%를 자국 해역이라고 주장하며, 스카버러 암초 등에서 필리핀 선박을 밀어내는 행동을 반복해 왔다. 2023년과 2024년에도 같은 해역에 300m 안팎의 부유식 장벽을 설치했다가, 필리핀의 항의와 국제 여론을 의식해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철거한 전례가 있다. 이번 조치도 “필리핀과 국제사회 반응을 보려는 시험 풍선”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타이밍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 과정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역(逆)봉쇄’하며 항행의 자유 원칙을 자국 이익에 맞게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이후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FONOPs)’을 내세워 중국의 인공섬·군사화에 압박을 가해 왔다. 그런데 지금은 호르무즈에서 유조선 검색·통제에 나서면서, 스스로도 항행의 자유를 일정 부분 제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도 필요하면 해협을 통제한다”는 사례를 빌미로, 남중국해에서 자신들의 해상 장벽·봉쇄 행동을 정당화하거나 미국의 대응 수위를 시험해 보려는 유인이 생긴 셈이다.
현재 미 항모전단 3척이 중동·지중해 방면에 집중 배치되면서, 인도태평양에서 미 해군 가용 전력이 줄어든 상태다. 서울신문·조선일보 등은 “미국이 중동에 묶여 있는 사이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실탄사격 훈련, 매립, 부유식 장벽 설치 등으로 통제력을 서두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스카버러 암초 장벽 사태도, 미국의 직접 개입 가능성이 낮은 타이밍을 노려 필리핀·미국·동맹국의 대응 패턴을 재점검해 보려는 ‘틈새 테스트’라는 평가가 군사·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백악관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중국은 이란에 무기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중국이 이란에 무기를 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에게 편지를 보냈고, 시 주석은 ‘기본적으로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중국은 중동 전쟁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주는 한편, 정작 자국 주변 해역인 남중국해에서는 장벽 설치·해상 봉쇄 같은 ‘회색지대 전술’을 강화하는 이중 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스카버러 암초 입구에 설치됐다 곧 철거되는 부유식 장벽은 단기적으로는 “보여주기용”에 그칠 수 있지만, 필리핀 어민의 조업권을 침해하고 우발적 충돌 위험을 키우는 요인이기도 하다. 필리핀은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어, 최악의 경우 소규모 충돌이 미·중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과 이란, 이스라엘을 둘러싼 중동 전쟁에 세계의 시선이 쏠린 사이,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또 하나의 ‘해상 만리장성’을 조금씩 연장하고 있다는 점이 국제사회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