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로 “한 층만 내려갔어도” 탈영 된다는 ‘북한 드론 잡는 특수부대’
||2026.05.11
||2026.05.11
서울 여의도의 한 초고층 빌딩 옥상에는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제1방공여단 소속 방공진지가 자리 잡고 있다. 수방사 고속지령대에서 “북한 소형 무인기가 한강 상공을 통해 도심으로 침투 중”이라는 상황이 전파되자, 옥상 아래 체력단련실에 있던 7~8명의 장병이 운동복 위에 전투복과 헬멧만 걸치고 2분 안에 122개 계단을 뛰어올라 진지에 도착한다. 서울 상공에서 벌어질 수 있는 ‘최초 대응전’이 이 좁은 옥상에서 시작되는 셈이다.
진지에 도착한 장병들은 곧바로 2km 떨어진 당산철교 인근 상공의 가상 표적을 포착하고, 발칸포 유효사거리에 들어오자 약 1km 상공에서 격추하는 훈련을 반복한다. 20mm 2연장 발칸포 2문에서 각각 30발씩 모의탄이 쏟아져 나가며, 분당 최대 3,000발로 2.2km 밖의 항공기·드론까지 요격할 수 있다. 여기에 3~5km 거리까지 잡을 수 있는 국산 휴대용 대공미사일 ‘신궁’도 함께 배치돼, 저고도 침투 드론에 대한 마지막 방어선을 형성한다.
이런 옥상 방공진지는 여의도뿐 아니라 서울 곳곳의 초고층 빌딩 상부에 분산 배치돼 있다. 최전방 철책선의 GOP(일반전초)처럼 도심을 방어하는 전초기지라는 뜻에서 ‘빌딩 GOP’라는 별칭이 붙었고, 과거에는 수십 곳이었으나 효율화 과정 속에 지금은 그 숫자가 줄어든 상태다. 외관상으로는 전망 좋은 옥상이지만, 실제로는 북한 드론·항공기 대비 저고도 방공망의 핵심 거점이다.
빌딩 GOP는 도심 한가운데 있다 보니 겉으로는 최전방보다 근무 여건이 좋아 보이지만, 장병들 현실은 정반대다. 이들은 빌딩 맨 위 120평 규모의 공간(생활관·식당·체력단련장·상황실·화장실·세탁실 등) 안에서만 생활해야 하고, 허가 없이 한 층이라도 내려가면 규정상 ‘탈영’으로 간주된다. 바로 아래층에 카페·식당·도심 야경이 펼쳐져 있어도, 눈으로 보기만 할 뿐 마음대로 내려갈 수 없는 구조라 “육체적으로는 서울과 가깝지만 정신적으로는 먼 곳”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빌딩 GOP 장병들은 8주 동안 옥상 진지에 고정 배치됐다가, 이후 16주간은 지상 부대에서 근무하는 순환 방식으로 복무한다. 과거에는 옥상 12주·지상 6주였으나, 장병 고충을 고려해 빌딩 근무 기간을 줄이고 지상 근무 비중을 늘렸다. 진지장과 간부들은 일과 후 빌딩 아래로 내려가 단체 뜀걸음을 하는 등, 폐쇄된 환경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프로그램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수방사는 2022년 12월 북한 무인기 수도권 침투 사건 이후 이런 빌딩 GOP를 중심으로 대드론 무기 체계도 빠르게 보강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8×8 장갑차 K808 차체에 30mm 기관포 2문을 얹은 차륜형 자주대공포 ‘천호’로, 최대 3km 거리의 항공기·드론을 요격할 수 있는 최신 대공포다. 향후 재머(전파 교란 장비)와 레이저 무기를 결합한 복합 대드론 체계까지 도입하면, 도심 상공 저고도 위협에 대한 방어망은 더 촘촘해질 전망이다.
1방공여단장 이만희 준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수방사 예하 방공진지는 소규모로 넓게 분산돼 있어 병력 부족과 관리·보급에 부담이 큰 구조”라며, 앞으로는 무인 시스템을 적극 도입해 효율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레이저 무기·재머 등 안티 드론 체계를 보강해, 사람이 항상 옥상에 상주하지 않아도 되는 지능형 방공망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도 내비쳤다. 그때까지는 “한 층만 실수로 내려가도 탈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강한 통제 속에서, 빌딩 GOP 장병들이 서울 하늘을 24시간 지키는 최전방 역할을 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