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장관 한 마디 때문에 “직접 군대 입대해서” 군사 훈련받은 스페인 공주
||2026.05.11
||2026.05.11
스페인 왕위계승 서열 1위 레오노르 공주(당시 17세)가 사라고사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하며 정식 군사훈련을 시작했다. 2023년 8월 17일, 그는 국왕 펠리페 6세와 레티시아 왕비, 여동생 소피아와 함께 사관학교에 도착해 입교 절차를 밟았다. 취재진 앞에서 레오노르는 “아주 큰 열정으로 올해를 맞고 있지만 약간 긴장도 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과정의 출발점에는 마르가리타 로블레스 스페인 국방부 장관의 발언이 있었다. 그는 2023년 3월 각료회의 후 “모든 입헌군주국이 그렇듯 왕위 계승자는 군인 경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며 레오노르 공주의 군사훈련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어 “절차에 따라 스페인 군 최고통수권자는 여성이 될 것이고, 우리는 그동안 여성을 군에 편입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 이후 정부와 왕실은 레오노르가 고교 과정을 마치는 시점에 맞춰 3년짜리 육·해·공 사관학교 로드맵을 확정했다.
스페인과 영국 같은 입헌군주국에서 국왕은 헌법상 군대의 명목상 총사령관이다. 그래서 왕위 계승 1순위는 전통적으로 정규 군사교육을 받고 장교 경험을 쌓는 관행이 이어져 왔다. 현 국왕 펠리페 6세도 젊은 시절 육군·해군·공군 아카데미를 모두 거쳤고, 레오노르 역시 그 선례를 그대로 따르는 셈이다. 레오노르는 웨일스 UWC 애틀랜틱 칼리지에서 2년간 고교 과정을 마친 뒤 곧장 군사훈련 코스로 들어갔다.
레오노르는 먼저 사라고사 육군사관학교에서 1년 동안 기초군사훈련과 장교 교육을 받는다. 이후 갈리시아 마린의 해군사관학교에서 1년, 무르시아 산 하비에르의 제너럴 에어 아카데미(공군·우주군 아카데미)에서 마지막 1년을 보내 총 3년간 육·해·공 전 분야 군사훈련을 이수할 계획이다. 이 과정을 모두 마치면, 레오노르는 세 군종의 정규 교육을 받은 ‘군필 왕세녀’가 되며, 향후 대학·해외 유학 코스로 이어질 전망이다.
로블레스 국방장관은 레오노르 공주를 두고 “현재 군대에 입대하는 많은 젊은 여성 중 한 명”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왕실 특권층이 아니라, 다른 청년들과 같은 군 복무를 경험하는 ‘한 명의 장교 후보생’으로 보이게 하려는 의도가 담긴 표현이다. 스페인은 1980년대 후반부터 여성의 군 입대를 허용해 왔고, 전투병과·장교단에서 여성 비율을 높이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향후 군 최고통수권자가 될 왕세녀가 직접 군복을 입는 장면은, 여성의 군 내 역할 확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육군사관학교 입교 뒤 공개된 사진·영상에는 레오노르가 동료 생도들과 같은 군복을 입고 생활관·훈련장에서 똑같은 교육을 받는 모습이 담겨 있다. 국기 선서 행사에서는 “필요하다면 목숨을 바쳐 조국을 지키겠다”는 맹세를 동료들과 함께 낭독해 화제가 됐다. 스페인 왕실과 정부는 이런 장면들을 비교적 투명하게 공개하며, 왕위 계승자가 “형식적인 군 체험이 아니라 실제 장교 훈련을 받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