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의 항쟁론…뉴진스는 어디로 갔나 [김지하의 맥짚기]
||2026.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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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지난 12일 전남대학교 5·18연구소가 창립 30주년과 5·18 민주화운동 46주년을 맞아 마련한 기념행사 무대에 민희진 오케이레코즈 대표가 특별 강연자로 섰다. 민 대표는 학생들과 시민들로 가득 찬 전남대 용지관 컨벤션홀에서 “항쟁이 있어야 변화가 있다. 성공으로 끝나지 못했다고 해도 저항은 세상에 전달하는 의의가 크다”라고 말했다. 그는 5·18에 대해 “있었던 사실이고 역사”라며 “이를 정치적으로 다르게 해석하고 다른 이야기를 하는데 국민이 이 역사를 외면하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또 하이브와의 분쟁에 대해서는 “자본의 힘이 창작의 영역을 휘두르려 할 때 이를 막고 아티스트를 보호할 최소한의 방어막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라며 뉴진스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었다고 설명했다. 민 대표의 이날 메시지는 분명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이야기다. 결과와 별개로 저항에는 의미가 있다는 주장 역시 민주주의 사회에서 충분히 존중받을 만한 가치다. 실제로 그는 강연에 앞서 5·18 국립민주묘지를 참배하며 자신의 입장을 행동으로도 드러냈다. 다만 여기서 짚어야 할 지점은 있다. 저항의 명분과 그 저항이 실제로 남긴 결과는 같은 기준으로 평가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항쟁의 의미’는 존중받을 수 있다. 그러나 대중과 산업은 결국 의도보다 결과를 먼저 본다. 특히 K팝 산업은 이상이나 철학만으로 움직이는 구조가 아니다. 창작의 자유와 아티스트 보호라는 가치가 중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동시에 이 산업은 거대 자본과 글로벌 플랫폼, 유통망, 인프라 경쟁 위에서 작동한다. 결국 아무리 명분이 선명해도 시장 안에서는 ‘무엇을 이루고 지켜냈는가’라는 결과론적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민 대표가 지난해부터 이어온 주장들도 다시 냉정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만 놓고 보면 일부는 맞았고, 일부는 틀렸으며, 여전히 확인되지 않은 영역도 적지 않다. 다만 최소한 결과론적으로 봤을 때, “뉴진스를 보호하기 위한 싸움이었다”라는 명분과 설명은 시간이 흐를수록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는 분위기다. 분쟁 초기만 해도 뉴진스 멤버들은 민 대표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보냈다. 반면 어도어는 멤버들의 복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이후 뉴진스는 지난해 11월 어도어와의 계약 무효를 주장하며 독자 행보에 나섰지만, 반복된 법적 판단 끝에 결국 복귀 의사를 밝히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치른 대가다. 긴 공백 동안 팀 활동은 사실상 멈췄고, 수익 구조 역시 크게 흔들렸다. 그 사이 시장은 빠르게 재편됐다. 뉴진스가 비운 자리는 다른 팀들이 메웠고, 경쟁 구도 역시 달라졌다. 하이브 입장에서도 방탄소년단 완전체 복귀라는 더 큰 변수가 등장하면서 뉴진스 리스크의 우선순위는 상대적으로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현재까지의 결과만 놓고 보면 상처를 입은 쪽은 뉴진스, 어도어, 그리고 민희진 모두다. 민 대표 관련 소송 다수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그것과 별개로 “뉴진스를 지켜냈느냐”라는 질문에는 쉽게 긍정하기 어렵다.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무엇을 지켜냈나 오히려 아이러니한 장면도 나왔다. 한때 ‘뉴진스의 엄마’로 불렸던 민 대표와 멤버들의 관계 역시 이전과는 달라졌다는 해석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분쟁 초기만 해도 ‘함께 싸우는 공동체’ 이미지가 강했다면, 긴 소송전과 활동 공백을 거치며 그 관계 역시 이전과 같은 형태로 유지되기 어려워졌다는 시선이다. 이 지점에서 싸움의 성격도 달라진다. 공동의 전선이 약해진 상황에서 남는 것은 개인과 시스템의 대결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개인의 기획 역량이나 네트워크가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재벌 기업 기반의 대형 엔터테인먼트사가 가진 인프라와 자본, 시스템을 단독으로 상대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따른다. 특히 글로벌 유통망과 제작·마케팅 구조까지 결합된 K팝 산업에서는 그 격차가 더 크게 작용한다. 더 나아가 이 싸움은 단순한 기획 경쟁의 영역을 넘어선다. 민희진은 작곡, 작사, 편곡, 연주 등 음악 제작을 직접 수행하는 창작자는 아니다. 결국 구조와 시스템이 맞붙는 국면에서는 개인의 디렉팅 역량만으로 판을 뒤집기 어려운 지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이러한 조건에서 싸움은 길어질수록 개인에게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최근 민 대표가 자신의 풋옵션 승소 조건 일부를 포기하더라도 하이브와의 갈등 및 소송을 정리하자고 제안한 부분은 현실적인 선택으로 읽힌다. 소송은 어느 한쪽만 소모되는 싸움이 아니다. 시간과 비용, 감정까지 모두를 갉아먹는다. 명분은 끝까지 남을 수 있다. 그러나 산업은 결국 결과로 기록된다. 이제 필요한 것은 더 이상의 상징적 항쟁이 아니라, 긴 분쟁으로 무너진 시간을 어떻게 복구할 것인가에 대한 현실적인 해답일지도 모른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티브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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