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은 나라도 못 구한다” 故 이건희 회장이 말한 가난을 돕는 진짜 방법 1위
||2026.05.20
||2026.05.20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생전 육성 영상이 온라인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영상 속 이 회장은 단호한 어조로 "가난이라는 거는 나라도 못 구한다는 옛날 말이 있어"라고 말했다. 빈곤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반복될 때마다 이 영상이 다시 떠오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1987년 삼성그룹을 물려받아 시가총액 1조 원이던 회사를 약 400조 원 규모로 키운 그가, 가난을 바라보는 시각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말한 해법은 돈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무엇이었을까.
이 회장은 같은 영상에서 "일하는 기회를 주는 게 더는 거야"라고 했다. 단순한 현금 지원이 아니라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진짜 도움이라는 뜻이다. 삼성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운 경영 철학이 빈곤 문제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이 회장이 평생 붙잡았던 생각은 하나였다. 사람에게 무언가를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채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이 회장이 말한 해법 세 가지를 짚었다.
3위. 조건 없는 지원금은 독약이 될 수 있다이 회장은 영상에서 "일은 하기 싫고 놀고먹으려고 하는 사람한테 밥 굶는다고 매달 10만 원, 20만 원 줘봐. 그건 그 사람한테 독약 주는 거다"라고 말했다. 무조건적인 현금 지원이 오히려 자립 의지를 꺾는다는 경고였다. 이 발언은 당시에도, 지금도 논쟁적이다.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쪽에서는 지나치게 냉정한 시각이라고 비판하고, 반대쪽에서는 의존을 고착화하는 지원 방식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삼는다.
이 회장이 모든 지원을 부정한 것은 아니었다. 일할 의지가 없는 사람에게 조건 없이 돈을 주는 것과,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은 결이 다르다는 뜻이었다. 이 회장은 1987년 삼성그룹 회장에 취임한 이후 줄곧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적당히 자리를 지키는 사람과 성과를 낸 사람을 같은 선상에 두지 않겠다는 철학이었다. 가난에 대한 시각도 같은 맥락이었다. 받는 사람의 자립 의지를 꺾는 방식의 지원은 도움이 아니라 독이 된다는 것이 이 회장의 생각이었다.
이 회장은 같은 영상에서 구체적인 사례를 들었다. 일자리도 기술도 없는 데다 아이까지 있어 밖에 나가지 못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탁아소라고 이 회장은 말했다. 이 회장은 "탁아소를 해줘서 부부가 함께 일할 수 있게 되면, 한 달 50만 원 버는 가정이 150만 원, 200만 원을 벌게 된다. 평생 달동네에서 못 나가던 사람이 탈출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철학이다.
이 철학은 실제 삼성의 사회 공헌 방향과도 겹친다. 이 회장 사후인 2021년 4월, 유족은 소아암·희귀질환 환아 지원에 3000억 원, 감염병 극복 인프라 구축에 7000억 원 등 총 1조 원을 기부했다. 이 기부금을 토대로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주축으로 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단이 출범했으며, 2023년 기준 전국 160개 의료기관에서 1071명의 의료진이 참여해 진단 3984건, 치료 2336건을 진행했다. 치료비를 보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 자체를 만든 방식으로, 이 회장이 말한 철학이 사후에도 이어진 셈이다.
이 회장은 달동네 사례를 이어가며 이렇게 말했다. 이 회장은 "그지가 열심히 일을 해서 집을 사고 나가는 거를 옆에 사람이 보고 '아, 나도 저리 하면 집 사고 희망이 있다' 하니, 이거를 보여주고 이게 도와주는 거지"라고 했다. 한 사람의 자립이 주변에 희망을 전파하는 것, 그것이 이 회장이 말한 진짜 해법의 완성이었다.
이 시각은 하버드대 정치학자 로버트 D. 퍼트넘이 2000년 출간한 저서 『나 홀로 볼링』에서 말한 사회적 자본 개념과 닿아 있다. 퍼트넘은 저서에서 "사회적 자본은 시민의 사회적 참여를 북돋우는 요소일 뿐 아니라 삶의 모든 영역에서 우리를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핵심"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 명이 달동네를 벗어나는 것이 단순한 개인의 성공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에 가능성을 심는 일이 된다는 논리다. 이 회장이 말한 희망의 전파는 감상적인 표현이 아니라, 공동체가 작동하는 방식을 꿰뚫어 본 관찰이었다.
이 회장이 세상을 떠난 지 5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이 육성 영상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하나다.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일어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 회장의 생각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여전히 울림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 이 글은 위키트리 지식·교양 창작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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