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이 ‘목숨걸고’ 연기했던 이유
||2026.05.23
||2026.05.23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트로피를 손에 쥔 윤여정. 그 화려한 수상 뒤에는 아무도 몰랐던 절망의 시간이 있었다.
1971년 영화 〈화녀〉로 데뷔한 윤여정은 같은 시기 〈딜라일라〉로 전국을 들썩이게 한 톱스타 가수 조영남과 사랑에 빠졌다. 6년여의 연애 끝에 결혼했고, 한창 오르던 연예 활동을 모두 내려놓은 채 미국으로 건너가 두 아들을 낳으며 가정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13년의 결혼 생활은 조영남의 외도로 한순간에 무너졌다.
외도를 추궁하는 아내에게 “남편 노릇은 하겠다, 사랑방만 내달라”고 했다는 일화는 지금 들어도 황당하다. 결국 1987년 이혼이 결정됐고, 위자료로 받은 5000만 원은 당시 아파트 전세값에도 못 미쳐 부족한 돈은 친정어머니가 보태야 했다.
홀로 두 아이를 키워야 했던 윤여정은 다시 카메라 앞에 섰다. 훗날 그녀가 직접 털어놓은 말이 있다.
“살아가기 위해서 목숨 걸고 연기를 했다. 아이를 키워야 해서 말도 안 되게 죽는 역할, 막장극도 했다.”
그렇게 버틴 시간이 쌓이면서 2000년대부터는 임상수, 홍상수 감독 등과 꾸준히 작업하며 “60세 이후엔 마음에 드는 작품만 하기로 했다”는 배우로 바뀌어 갔다.
2021년, 영화 〈미나리〉의 할머니 순자 역으로 제93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한국 배우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수상 소감에서 그녀는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두 아들의 이름을 불렀다. “이게 엄마가 열심히 일한 결과란다.” 그 한 마디에 많은 사람이 울었다.
조영남은 최근 방송에서 “마지막 버킷리스트가 윤여정과 통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꽃다발을 보내려 하자 “한 번만 더 오면 경찰에 신고한다”는 답이 돌아왔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조영남 스스로도 “둘 다 헤어져서 잘 된 케이스가 전례 없는 일”이라고 인정했다.
올해 4월, 윤여정은 넷플릭스 〈성난 사람들 시즌2〉로 전 세계 시청자 앞에 다시 섰다. 에미상 8관왕 시리즈의 후속작에서 호화 컨트리클럽을 소유한 한국인 억만장자 ‘박 회장’을 연기했다. 오스카 아이작, 캐리 멀리건과 어깨를 나란히 한 자리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