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가 정몽규 전격 사의 표명에 "당황스러웠다"면서 한 말
||2026.05.30
||2026.05.30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이후 물러나겠다고 밝힌 데 대해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당황스럽다면서도 선수단 동요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인근 사전캠프에서 훈련 중인 홍 감독은 29일(현지시각) 유타주 헤리먼의 자이언스뱅크 트레이닝센터에서 취재진과 만나 "어제 갑작스럽게 소식이 전해져서 좀 당황스러웠다"면서도 "그동안 해왔던 식으로 저희 역할들을 앞으로 다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의 사의 성명이 문자메시지로 배포된 건 현지시각으로 28일 오후 10시 30분이었다. 홍 감독은 그보다 약 2시간 앞선 오후 8시 30분께 화상회의를 통해 정 회장으로부터 직접 거취를 통보받았다. 이어 오후 9시쯤에는 선수 대표단까지 참여한 자리에서 정 회장이 자신의 거취와 선수단 포상 계획을 직접 알렸다.
홍 감독은 "선수단은 선수단끼리 따로 시간을 가져서 앞으로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자기 역할들에 대해 명확하게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선수단 분위기에 대해서는 "괜찮다는 생각이 들고, 그동안 해왔던 식으로 차분하게 준비해 나가는 모습이 오늘도 보인다. 크게 많이 동요된다고 느끼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월드컵 개막을 코앞에 둔 시점에 대표팀 지원 업무의 최종 책임자인 축구협회장이 사의를 밝히는 것은 초유의 일이다. 정 회장은 성명에서 북중미 월드컵 이후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13년 동안 한국 축구의 수장 자리를 지켜온 정 회장은 역대 회장 중 가장 높은 비판 여론을 받으면서도 4차례나 축구인들의 선택을 받아 회장직을 이어왔다. 2023년 아시안컵에서 대표팀의 부진과 위르겐 클린스만 당시 감독의 경질로 혼란이 커진 데 이어, 지난해 4선 선거를 앞두고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한 불공정 논란이 불거지면서 팬심은 급격히 식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전방위 감사까지 받으면서 정몽규 체제 축구협회의 이미지는 완전히 바닥을 쳤다. 4선 연임에는 성공했으나 문체부는 감사 결과 정 회장을 비롯한 축구협회 주요 인사들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했고, 축구협회가 이에 항소하면서 법정 공방이 이어졌다. 정 회장은 '사법 리스크'를 떠안은 채 1년여간 회장직을 수행해야 했다.
지난 6일에는 축구협회가 문체부의 정 회장에 대한 중징계 요구가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에 항소하기로 결정하면서 끝까지 버티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그러나 월드컵을 앞두고도 팬심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자 결국 물러서는 쪽을 택했다.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는 "정 회장이 사퇴 고민을 해오던 중에 대표팀을 향해 온전한 응원 기운이 계속 모이지 않자 부담과 책임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정 회장이 항소를 결심한 이유는, 해당 판결대로라면 자신뿐 아니라 이번 월드컵 준비에 핵심적 업무를 하는 협회 주요 보직자들도 중징계를 받아야 해 월드컵을 제대로 치를 수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었다"면서 "월드컵을 위해 항소한 판단의 연장선상에서 사퇴도 고민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월드컵은 프로축구의 산업적 기반이 부실한 한국 축구를 움직이는 압도적으로 큰 동력이다. 파트너사의 후원금과 중계권 수익은 1000억원대 예산의 거대 체육단체 축구협회의 재정적 기반을 형성한다. 팬들이 월드컵에 열광하지 않으면 축구협회 최고 상품인 대표팀의 가치도 내려갈 수밖에 없다. 정 회장도 결국 이 현실을 인정한 셈이다.
정 회장은 6월 9일 멕시코로 출국할 예정이며, 사직서 제출 전까지는 협회장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계획이라고 축구협회는 밝혔다.
홍명보호는 한국시간 31일 오전 10시 솔트레이크시티 브리검영대 사우스필드에서 트리니다드토바고와 평가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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