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가 선택한 맛의 도시 강릉…전문가와 대중이 콕 집은 강릉 대표 음식 10선
||2026.05.30
||2026.05.30
강원 강릉시가 유네스코 미식 창의도시로서의 고유한 정체성을 다지고 지역 음식문화 자원을 체계적으로 가꾸기 위해 '강릉 대표음식 10선'을 선정했다.
이번 선정은 대중성과 객관성을 동시에 충족하고자 두 단계에 걸친 심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시는 우선 외식업계와 식품영양학계 등 음식 분야 전문가들의 엄격한 평가를 거쳐 지역의 고유성, 역사성, 향후 상품성 등을 두루 고려한 20개의 후보군을 먼저 발굴했다.
이후 압축된 20개 음식을 두고 지난 5월 11일부터 25일까지 시청 홈페이지와 정보 무늬(QR코드)를 활용해 전 국민 대상 온오프라인 설문조사를 벌여 최종 10가지를 확정했다. 해당 설문에는 강릉 시민 436명과 지역 방문객 281명 등 총 717명이 동참해 의견을 냈다.
최종 집계 결과 대중의 선택을 받은 강릉 대표음식 10선에는 초당순두부, 감자옹심이, 장칼국수, 감자전(감자적), 커피, 물회, 한과, 막국수, 짬뽕순두부, 짬뽕이 이름을 올렸다.
홍삼녀 문화예술과장은 전문적 식견과 일반 대중의 입맛을 고루 담아 공정하게 선출한 만큼, 이번에 확정된 10선이 강릉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신뢰할 만한 미식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선정된 대표 음식 중 장칼국수와 물회 등은 강릉을 비롯한 강원도 영동 지역의 지리적 환경과 주민들의 삶이 만들어낸 고유한 내력을 지니고 있다.
장칼국수는 산지가 많고 소금이 귀했던 강원도 산간 지역의 기후적 특성에서 비롯됐다. 일반적인 칼국수가 멸치나 고기 육수에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면, 강원도에서는 척박한 환경에서 직접 담근 고추장이나 막장을 묵직하게 풀어 국물을 냈다. 과거 산을 넘나들던 이들이나 광산 노동자들이 추위를 이겨내고 열량을 빠르게 보충하기 위해 매콤하고 진하게 끓여 먹던 방식이 오늘날 강릉의 대표적인 별미로 안착했다.
동해안을 끼고 있는 강릉의 지리적 특성이 반영된 물회는 과거 어부들의 거친 바다 생활에서 태어났다. 안목항이나 주문진항 등지에서 배를 타고 나가 일하던 어부들은 조업 중 정식으로 식사할 시간이 부족했다. 이에 그날 잡은 가자미나 오징어 등의 횟감을 얇게 썰어 낸 뒤, 고추장을 푼 찬물에 밥과 함께 말아 빠르게 들이켜며 끼니를 때웠다. 이처럼 어선 위에서 간편하고 빠르게 영양을 섭취하던 어부들의 가성비 식문화가 신선한 동해의 해산물 공급망과 결합하면서 전국적인 미식 메뉴로 발전했다.
초당순두부는 이름 자체에 강릉의 역사가 그대로 녹아있다. 조선시대 선조 시절, 문신 허엽이 강릉에 살 때 집 앞마당의 샘물 맛이 좋아 이 물로 두부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때 두부를 응고시키는 간수 대신 깨끗한 동해안 바닷물을 사용했는데, 두부 맛이 유독 고소하고 부드러워 소문이 났다. 훗날 허엽의 호인 '초당'을 붙여 초당두부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고유의 맛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것이 짬뽕순두부다. 초당두부마을의 한 식당에서 하얗고 슴슴한 두부 맛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세대를 겨냥해 불향이 가득한 매콤한 짬뽕 국물에 순두부를 넣어 팔기 시작했다. 얼큰함과 고소함이 한데 어우러진 이 이색적인 조합이 인기를 끌면서 강릉은 순두부뿐만 아니라 매운 짬뽕의 거점으로도 명성을 얻게 됐다.
강원도는 지형 특성상 높은 산이 많고 기후가 서늘해 쌀이나 보리 농사를 짓기가 무척 곤란했다. 대신 흙을 가리지 않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구황작물인 감자를 널리 심었다.
감자옹심이는 강릉 사람들이 감자를 강판에 갈아 녹말 앙금을 가라앉힌 뒤, 그 건더기와 앙금을 반죽해 새알심처럼 동글동글하게 빚어 멸치 육수에 끓여 먹던 생존 요리다. '옹심이'는 새알심을 뜻하는 강릉 지역의 방언이다. 감자전 역시 강릉에서는 '감자적'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가을철 축제나 시골 장터에서 얇고 쫀득하게 부쳐내던 서민들의 허기를 달래주던 고마운 음식이다.
강릉이 커피 도시로 올라선 배경에는 안목해변의 자판기가 있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안목 바닷가에는 커피 자판기가 줄지어 서 있었다. 당시 한적한 바다를 바라보며 자판기 커피를 마시는 문화가 유행했고, 자판기 주인마다 설탕과 프림의 비율을 달리해 저마다 고유한 맛을 내는 자판기들이 인기를 끌었다.
이후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 1세대 커피 장인들이 번잡한 서울을 떠나 청정한 강릉에 자리를 잡고 직접 원두를 볶는 가게들을 열기 시작했다. 바다 풍경을 보며 수준 높은 커피를 즐길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오늘날의 안목 커피거리가 조성됐다.
강릉 사천면의 한과마을은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한과 생산지다. 강릉은 예로부터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 등 유명한 학자들을 많이 배출한 문향의 고장으로, 조상을 모시는 제사나 손님을 맞이하는 잔치가 유독 잦았다.
제사상과 잔칫상에 빠지지 않고 올리던 과자가 바로 한과다. 강릉 한과는 지역에서 수확한 찹쌀을 마당에서 오랫동안 발효시킨 뒤, 기름에 튀기거나 뜨거운 모래 위에 구워내 조청을 바르고 튀밥을 입힌다. 입에 넣는 순간 사르르 녹아내리는 부드럽고 바삭한 식감은 오랜 세월 동안 다듬어진 손맛에서 나온다.
메밀은 자라는 기간이 짧고 혹독한 환경에서도 수확이 가능해 척박한 강원도 산골 주민들의 소중한 식량이었다. 메밀가루를 반죽해 국수틀에 넣고 누른 뒤, 갓 뽑아낸 면을 동치미 국물에 말거나 고추장 양념에 비벼 먹었다.
'막'국수라는 이름은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막(바로)' 짜내어 먹는다고 해서, 혹은 거친 메밀가루로 '막(마구)' 만들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강릉 지역의 막국수는 내륙 지방과 달리 동해안의 시원한 겨울 동치미 국물을 많이 사용하여, 걸어 다니느라 땀을 흘린 나그네들의 갈증을 달래주던 시원하고 개운한 맛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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