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직을 때려치우고 무명 배우의 길을 선택한 여배우의 근황
||2026.07.09
||2026.07.09
배우 김신록의 행보는 연예계 안팎에서 독보적인 사례로 꼽힌다. 서울대학교 졸업 후 한양대학교 대학원과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를 거치며 ‘졸업장만 3장’인 압도적인 스펙을 쌓았고, 대학 등에서 10년간 연기 강의를 펼치던 안정적인 삶을 과감히 정리한 채 현장으로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대중에게는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진화영 역이나 지옥의 박정자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대기만성형 배우’로 알려졌지만, 그 이면에는 오직 연기라는 본질을 탐구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무명 시절의 시간이 존재한다.
김신록은 서울대 졸업 후 곧바로 대학로 무대에 데뷔하며 주인공을 맡았으나, 당시 자신의 연기를 “너무 바보 같고 주변에 민폐였다”고 회상한다. 이 결핍은 그를 다시 배움의 길로 이끌었다. 연극의 전반을 이해하기 위해 한양대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고, 오직 연기 실무와 신체 훈련에만 집중하고자 한예종 연극원 예술전문사 과정에 다시 입학했다.
배움에 대한 갈증은 국내에만 머물지 않았다. 2011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기금을 받아 유럽과 미국의 선진 극단들을 찾아다니며 워크숍을 가졌고, 이후 뉴욕의 한 극단에서 실기학교를 연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한국에 있던 월세 보증금을 전부 빼서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당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조급함보다 연기를 배우는 것 자체가 너무 재밌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30대 대부분의 시간을 교육기관과 강단에서 보낸 김신록은 31살부터 39살까지 약 10년간 대학 등에 출강하며 연기 강의를 진행했다. 안정적인 수입과 사회적 지위가 보장되는 환경이었지만, 그는 마흔을 앞두고 과감히 강의를 중단했다.
유튜브 채널 및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유치원 시절부터 39살까지 인생의 대부분을 ‘학교’라는 제도 교육 안에서만 숨 쉬고 있다는 답답함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내 시간의 축이 늘 여름방학, 겨울방학, 1학기, 2학기로만 흘러가고 있었다. 이 고정된 타임라인에서 벗어나 세상의 다른 시간 축으로 완전히 살아보고 싶었다.”
출강을 그만두고 배수의 진을 친 김신록은 2020년 드라마 방법을 통해 본격적으로 대중 매체에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2021년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에서 처절한 모성애를 지닌 박정자 역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대중과 평단의 극찬을 한 몸에 받았다. 이어 2022년 재벌집 막내아들에서는 오만하면서도 유약한 재벌가 딸 진화영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명실상부한 ‘믿고 보는 배우’의 반열에 올랐다.
탄탄한 학벌과 안정적인 교육자의 길에 안주하지 않고, 오직 현장이라는 거친 무대에서 스스로의 연기를 증명해 낸 김신록의 선택은 확고한 주관과 끈질긴 탐구열이 뒷받침될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 보여주는 가장 완벽한 방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