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꼭 극장에서 보길"…놀란 감독 ‘오디세이’가 던질 거대한 질문
||2026.08.03
||2026.08.03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마침내 한국을 찾았다. 전작 ‘인터스텔라’(2014) 이후 줄곧 한국 방문을 꿈꿨지만 ‘테넷’(2020) 개봉 당시에는 팬데믹으로 무산됐던 그의 첫 내한은 신작 ‘오디세이’를 통해 성사됐다.
여기에 오랜 파트너인 프로듀서 엠마 토마스와 배우 맷 데이먼, 샤를리즈 테론까지 함께하며 영화가 품은 의미와 극장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강조했다.
‘오디세이’(수입‧배급 유니버설 픽쳐스)는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 오디세우스(맷 데이먼)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신들의 분노에 맞서 싸우는 대서사시.
가장 먼저 한국 팬들에게 인사를 건넨 놀란 감독은 서울에서 보낸 시간을 유쾌하게 소개했다.
놀란 감독은 3일 서울 당주동 포시즌스 호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영화 ‘오디세이’의 기자회견에서 “한국에 와서 서울을 둘러봤다. 한강을 따라 걸었는데 굉장히 더웠다. 시원한 장소에 들어가서 구경하고 소금빵도 먹었다. 아주 맛있더라”며 “팬들과 얘기도 나눴는데 환대해 주셔서 너무 좋았다. 서울은 대단한 도시인 거 같다”라고 웃었다.
이어 놀란은 “‘인터스텔라’부터 한국에 오고 싶었다. 한국 관객들이 굉장히 좋아했다고 알고 있다. 어떤 영화를 만들었는데 다른 국가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게 신기하다”라며 “내가 가본 적 없는 나라 관객들이 좋아한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그래서 신작을 가지고 한국에 와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테넷’ 때는 코로나 때문에 못 왔다. 이번에 ‘오디세이’로 오게 돼 기쁘다. ‘오디세이’로 관객들과 어떤 얘기를 나눌지 너무 궁금하다”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엠마 토마스 프로듀서, 맷 데이먼·샤를리즈 테론 배우가 참석했다.
엠마 토마스 역시 첫 한국 방문에 들뜬 모습을 감추지 않았다. 엠마는 이날 “저도 한국에 처음 왔는데 너무 사랑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말처럼 한강을 따라서 걸었다. 너무 놀란 게 자연경관이 너무 아름답다. 사람들이 쉬는 장소도 너무 좋다. 올리브영도 갔다”라며 “크리스토퍼 놀란은 힘들어했지만 저는 너무 재미있었다. 아들 여자친구가 한국계 미국인이라서 꼭 해야할 것을 소개해줬다. 그 중에 소금빵 먹는 일정도 있었다”라고 말해 현장을 웃음으로 물들였다.
10년 만에 한국을 찾은 맷 데이먼도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다. 맷은 “10년 만에 왔다는 걸 믿을 수 없다. 한국에 오고 싶다는 얘기를 했는데 오게 돼 너무 기쁘다”라고 말했다.
이어 입국 직후 고척돔을 찾았던 일화를 전하며 “너무 재미있게 봤다. 저의 아이들도 같이 와서 약간의 시차적응이 필요했다. 그래서 경기를 끝까지 보진 못했다. 제 친구가 키움 히어로즈에서 뛰고 있다. 볼 수 있어서 너무 재미있었다”며 “각 팀의 팬들이 응원하는데 너무 신기했다. 미국에선 그렇게 안 하는데 한국 야구팬들의 에너지가 대단하다. 팬심이 엄청나다 싶다. 한국의 응원 방식이 미국과 달라 너무 흥미롭다”고 했다.
샤를리즈 테론에게 한국은 이미 낯선 나라가 아니었다. 이날 그녀는 “저는 몇 달 전에 10살짜리 딸과 함께 한국에 놀러 왔었다. 저희는 한국 문화를 사랑한다. 여기에 있는 친구들과 노는 걸 좋아한다”고 밝혔다.
이어 “너무 좋았다. 제가 한국에 친구들이 있다. 지난번에 와서 만들었다. 이번에 그 친구들을 만나 한국 음식을 많이 먹었다. 스킨케어에도 신경 썼다. 친구랑 얘기하면서 느낀 게 서울에 도착하면 에너지가 바뀐다. 서울은 너무 아름답고 문화가 풍성한 곳이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밥을 먹으면서도 느꼈다”라고 서울에서의 시간을 회상했다.
이번 작품은 놀란 감독 특유의 대규모 로케이션과 아이맥스 촬영이 집약된 프로젝트다. 제작 과정 역시 출연진과 제작진 모두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다.
맷 데이먼은 “감독님께서 제게 전화해서 역할을 맡기고 싶다고 하셨을 때 제 커리어 최고의 경험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전에 감독님과 2편의 작업 경험이 있었고 그때도 훌륭했다”라며 “이번 프로젝트는 접근에 있어서 쉽지 않았지만 제가 희망했던 모든 것들이었다. 영화 전체를 아이맥스로 촬영하겠다고 하신 게 엄청났다. 매일 수백 명의 스태프가 작업했다. 이렇게까지 열심히 한 적은 처음이다. 촬영장에서 모든 사람들을 보며 ‘여기 있고 싶어서 하는구나’라는 열정을 느꼈다. 열정을 갖고 열심히 임하는 스태프, 배우들과 함께해서 좋았다. 헌신하는 사람들과 땀 흘리면서 한다는 게 힘들기도 했지만 너무 즐거웠다. 제가 바랐던 현장이었다”고 치켜세웠다.
처음으로 놀란 감독과 호흡을 맞춘 샤를리즈 테론 역시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칼립소 역을 소화한 샤를리즈 테론은 “놀란 감독은 일관성이 있다. 이번에 처음 작업을 했는데, 저는 후반부에 떨리는 마음으로 합류했다. 떨리는 경험이었다”라며 “감독님이 카메라에 대한 내용을 설명해 주셔서 숙지하고 촬영장에 갈 수 있었다. 제가 감동받은 것은 감독님이 너무 친밀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신다는 것이다. 마치 독립영화를 찍는 느낌이었다. 제가 예상치 못한 부분이다. 감독님은 워낙 스케일이 장대해서 이렇게 친밀하게 작업할지 몰랐다”라고 말했다.
이어 샤를리즈는 “저와 맷이 바다를 걷는 장면이 있었다. 해가 지고 있었는데 갑자기 헬리콥터가 나타나서 촬영하더라. 맷이 ‘신경 쓰지 말고 걸으라’고 했다. 타이밍이 너무 정확하게 헬리콥터가 등장한 거다. 이렇게까지 체계적으로 작업할지 몰랐다”라고 놀라움을 전했다.
그녀는 칼립소 캐릭터를 새롭게 해석한 과정도 소개했다. “저는 대본만 따라갔다. 저한테는 눈이 번쩍 뜨이는 경험이었다. 칼립소가 1차원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했는데 놀란 감독님이 만든 칼립소는 인간적이었다. 양가적인 감정을 갖고 있고 마음속 갈등도 있다. 감독님은 사람들이 생각해 보지 못한 칼립소의 면모를 끌어냈다”라며 “기존에 본 적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건 배우에게 흥미로운 경험이다. 제가 정적인 캐릭터를 해볼 수 있는 게 흔치 않은데 이 기회를 얻어 보여줄 수 있어 좋았다. 마음을 열고 칼립소 캐릭터를 해석했다”라고 설명했다.
간담회의 마지막 화두는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이었다.
놀란 감독은 “극장이 제공해 줄 수 있는 것은 다른 관객과 집단적으로 경험하는 것이다. 나의 주관적인 인사이트는 책을 읽으며 얻을 수 있다. 영화관에서 다른 관객들과 교류한다는 점이 개인적이면서도 집단적이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보고 있기 때문에 다른 매체는 이런 것을 제공할 수 없다. 책이나 TV도 안 된다”라며 “물론 영화를 극장에서가 아닌 다른 매체로 접할 수 있지만 처음 볼 때는 극장의 경험은 넘을 수 없다. 배를 타고, 산을 오르는 것처럼 관객들도 여정의 일부가 될 수 있도록 찍었다. 라이브 스크린을 통해 체험하셨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한국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도 모두 같았다. 놀란 감독은 “저 같은 경우에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체험하고 원하는 대답을 떠올리길 바란다. 한국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실 때 최대한 잘 받아들이도록 저희가 재미있게 만들었다”라고 자신했다.
엠마 토마스도 “제가 바라는 건 관객들이 영화를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저에게 극장은 사람들과 경험하고 유대하는 집단적 체험이다. 전 세계 많은 관객들이 그렇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이 영화의 주제 중 하나가 연결이고 유대감이다. 3천년 전이나 오늘날이나 똑같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맷 데이먼은 “저도 감독님의 의견에 동의한다. 이 영화를 선보이게 돼 떨린다. 가장 설레고 떨리는데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하다”라며 “원작처럼 자신의 인생의 어느 지점에 있느냐에 따라 울림이 다를 거 같다. 워낙 다양한 주제가 많이 들어 있어서 공감을 하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응이 너무 궁금하다”라고 했다.
샤를리즈 테론은 “저는 극장에서 개인적인 체험을 하게 되고 극장을 떠날 때 새로운 대화가 시작된다는 게 아름답다”라며 “언젠가 저는 예고편을 안 보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극장에 가는 게 기분이 좋다. 예상하긴 어렵지만 재미있게 보시면서 좋은 경험을 하셨으면 좋겠다. 칼립소가 어떤 인물인지 가지각색의 의견이 있을 것이다. 영화를 꼭 극장에서 직접 보시고 많이 말씀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오디세이’는 오는 5일 국내 극장 개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