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종합] "화내는 것이 오히려 손해"…‘오케이마담2’ 엄정화, 롱런의 비결
||2026.08.04
||2026.08.04
배우와 가수, 두 영역 모두 자신의 것으로 만든 엄정화는 늘 시대를 조금 앞서 걸었다. 솔로 여자 가수로 정상에 올랐고, 배우로서 로맨스와 코믹, 스릴러, 액션을 넘나들며 필모를 쌓았다. 하지만 그녀의 시간은 화려한 성공만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언제든 밀려날 수 있다는 불안, 새로운 작품을 기다려야 하는 현실, 여배우에게 유독 좁은 선택지까지. 그녀는 그런 시간을 버텨냈고 6년 만에 영화 ‘오케이 마담2’로 다시 스크린 한가운데 섰다.
4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엄정화는 속편의 흥행 기대와 함께 배우로 살아가는 태도에 관해 이야기했다.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액션 코미디를 넘어 한 여배우가 현재형으로 살아남는 방법에 관한 대화가 됐다.
‘오케이 마담2’(감독 이철하, 제작 올, 배급 CGV 픽처스)는 초호화 크루즈 여행을 떠난 전직 레전드 요원 미영(엄정화 분)의 가족들이 푸른 바다 한복판, 크루즈 납치 사건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코믹 액션.
전편의 성공은 속편의 가장 큰 부담이다. 하지만 엄정화는 같은 공식을 반복하기보다 판을 키우는 쪽을 택했다. 배우로 캐스팅을 기다리는 대신 직접 기획에 참여하며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제가 좋아하는 시나리오나 극본을 찾으면 기다린다기보다, 같이 만들어가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제가 기획하고 제안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싶다.”
엄정화의 머릿속에는 이미 ‘오케이 마담3’의 아이디어가 쌓여 있다. 하지만 속편이 성공해야 다음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다는 현실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3편을 만든다면 완전히 다른 얘기로 확장됐으면 좋겠다”라며 “저에게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있다. 어제도 엄청 많은 아이디어가 생각나서 혼자 막 웃다가 적어놨다. 일단 ‘오케이 마담2’가 잘 돼야 한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2편에서 크게 달라진 건 액션이다. 1편에서 생활밀착형 영웅이었던 미영은 한층 전문적인 요원으로 진화했고, 엄정화 역시 몸부터 다시 만들었다.
“1편에서는 좁은 기내에서 액션을 소화하는 것만으로도 두려웠다”라는 엄정화는 “기획 단계부터 액션 비중을 많이 늘려야겠다 싶었다. 1편보다 발전하고 스케일이 커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미영은 무지막지한 요원이지만 사람들과 딸을 구해야 한다. 그 안에서 긴박하고 절실한 마음으로 만들었다. 물론 액션 합이 외워지지 않아 울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다. 그럴 땐 무술 감독님이 와서 응원해줬고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다”라고 털어놨다.
엄정화는 ‘오케이 마담1’을 마치고 나서 6년 동안 꾸준히 운동하며 몸을 단련했고, 이번에는 공간을 즐길 여유까지 생겼다. 팔 근육을 만들기 위해 웨이트를 반복했고, 와이어액션도 직접 소화했다. 한편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바닷가 촬영이었다. 엄정화는 “그날 우박이 쏟아졌고 강풍이 불어서 촬영을 접어야 하는 날씨였다. 중단 직전까지 갔지만 최수영과 열심히 찍었다. 완성된 장면은 가장 만족스러운 결과”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렇게 공을 들인 이유는 최수영과 함께한 액션이 단순하게 여성 대결로 보이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촬영 전부터 반복해서 호흡을 맞췄다. ‘멋있는 액션을 만들자’라는 말을 많이 나눴다”라고 털어놨다.
엄정화는 범죄 조직 리더 안야 캐릭터에 최수영을 추천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자주 만나지는 않았지만 최수영이 가수와 배우라는 두 영역을 차근차근 넓혀가고 있어서 보기 좋았다. 자신의 롤을 넓혀가는 후배라 볼 때마다 뿌듯하다. 제 의견과 감독님의 의견이 같았다”라고 칭찬했다.
‘오케이 마담’ 팀은 엄정화에게 작품 이상의 공동체다. 1편에 이어 2편의 현장 분위기도 가족 같았다는 것. “1편 배우들과 다시 만났을 때는 작품을 이어간다는 사실 자체가 감동이었다. 새로운 배우들도 낯설다는 느낌 없이 자연스럽게 팀 안으로 스며들었다”라고 고마워했다.
그녀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배우 인생으로 이어졌다. “어릴 땐 막막하기도 했다. 가수로서 배우로서 압박을 받았다. 무대에서나 작품에서나 밀려날 순간이 올 것이라고 느꼈다. 그럴 땐 내가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존재가 됐으면 좋겠다 싶었다”라며 “그런 이유로 열심히 한 건 아니지만, 같은 선상에 있는 선배가 해나가고 있는 걸 보여주면서 (후배들에게) 힘이 되고 싶었다. ‘엄정화 선배가 했으니 나도 할 수 있어’라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라고 털어놨다.
오랫동안 주연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를 묻자 그녀는 재능이나 노력보다 행운을 이야기했다. “하고 싶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저는 작품을 통해 다양한 인물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엄정화가 말한 행운은 우연이 아니다.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기 위해 체력을 만들고, 하루를 관리하고, 작품이 없을 때도 다음을 준비하는 태도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아침마다 따뜻한 물을 마시는 등 작은 루틴으로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한다. 저는 촬영장에서도 거의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는다. 함께 웃고 응원하는 분위기 안에서 화를 내는 것이 오히려 손해라는 걸 오래전부터 알게 됐다.” 엄정화의 긍정적인 자세는 타고난 성격이 아니라 오랜 시간 몸에 밴 습관처럼 들렸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에서) 30대, 40대, 50대, 60대 여성들의 이야기가 더 다양해졌으면 좋겠다. 각 세대별로 가진 이야기가 있는데 저도 세월을 품은 이야기를 계속 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