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이’ 흥행 돌풍 속, ‘내 인생의 오뒷세이아’를 묻는 신간 나왔다
||2026.08.05
||2026.08.05
5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오디세이(The Odyssey)'가 국내 개봉하는 가운데, 이미 북미에서 개봉 첫 주말에만 2억 6000만 달러가 넘는 흥행 수입을 올리며 올해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톰 홀랜드, 맷 데이먼, 앤 해서웨이 등 호화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이 영화는 트로이 전쟁 이후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오뒷세우스의 10년 항해를 스크린에 옮겼다. 3000년 전 서사시가 21세기 극장가를 뒤흔들고 있는 지금, 같은 이야기를 ‘내 인생의 이야기’로 다시 읽자고 제안하는 책이 출간돼 눈길을 끈다.
민음사는 유튜브 채널 ‘아트인문학’의 김태진 작가가 쓴 '오뒷세이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위대한 영웅의 여정에서 내 인생의 길을 찾다'를 지난달 30일 펴냈다. 372쪽 분량의 이 책은 고전문헌학적 주석서가 아니라, 오뒷세우스가 겪는 열 개의 모험을 오늘을 사는 독자의 선택과 망설임에 겹쳐 읽는 인문 교양서다.
■ 영화가 소환한 고전, 왜 지금 다시 ‘나의 이야기’인가
‘오뒷세이아’ 서사는 단테의 서사시부터 현대 영화까지 시대마다 새롭게 소환돼 왔다. '돈키호테'와 '로빈슨 크루소' 같은 피카레스크 소설, 허먼 멜빌의 '모비딕',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거쳐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오디세이아'로 이어진 계보에 이번엔 놀란의 영화가 더해졌다. 저자 김태진은 이 이야기가 시대를 넘어 반복 소환되는 이유를,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의 말을 빌려 ‘신화를 통해 결국 내가 누구인지 깊이 깨닫는 데’ 있다고 짚는다. 영어 단어 ‘오디세이(odyssey)’ 자체가 저마다 최고의 가치를 찾아 나서는 여정을 뜻하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책은 오뒷세우스의 모험을 시간순으로 다루되, 각 에피소드에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부터 이야기를 시작해 ‘왜 그런 선택이 벌어졌는가’를 추적하는 구성을 취한다. 매 장마다 관련 명화를 소개하는 ‘오뒷세이아 미술관’, 신화를 인문학 언어로 풀어내는 ‘오뒷세우스의 서재’, 본문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 사이에’ 코너가 함께 실린다.
“'오뒷세이아'를 열어보면 그곳엔 내 삶의 경험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리는 승리를 예감할 때 우쭐해진다. 달콤한 것에 취할 때면 가야 할 곳을 잊는다.” - 김태진, '오뒷세이아, 어떻게 읽을 것인가'
■ 로토스에서 스퀼라까지, 철학자들의 언어로 읽는 열 개의 갈림길
이 책의 특징은 오뒷세우스의 모험 하나하나를 현대 철학·심리학 개념과 나란히 놓는 데 있다. 로토스 섬 에피소드에서는 하이데거의 논의를 빌려 ‘남들이 옳다고 하는 것을 따라가느라 자기 자신으로 살지 못하는’ 상태를 짚고, 퀴클롭스의 동굴을 벗어나 이름을 밝히는 장면에서는 카를 융의 페르소나 개념을, 키르케의 섬에서는 기억과 정체성의 관계를, 세이렌의 유혹 앞에서는 행동경제학의 ‘율리시스 계약’을, 스퀼라의 위협 앞에서는 니체의 ‘아모르 파티’를 각각 오늘의 언어로 풀어낸다.
저자는 이 여정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으로 프랑스 철학자 폴 리쾨르의 ‘서사적 정체성’ 개념을 제시한다. 흩어진 사건들 사이에서 의미를 찾아 자기 삶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낼 수 있는 사람만이 진짜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안정된 일자리와 정해진 방식이 사라져가는 AI 시대에, 3000년 전 방랑자의 이야기가 오히려 ‘진짜 나로 사는 법’에 대한 나침반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다.
김태진 작가는 서양미술을 공부하다 그리스 신화에 빠져 10여 년째 신화를 강의해 온 인문학 강사이자, 구독자 13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아트인문학’의 크리에이터다. 국민대학교 ‘베스트 티처 상’, 서울시립대학교 ‘가슴에 남는 수업’에 선정될 만큼 대중적 흡인력을 인정받았으며, 현재 서울시립대 겸임교수이자 기업인재연구소 대표를 맡고 있다. 전작으로는 '아트인문학: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법', '아트인문학 여행', '명화잡사'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