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당한 여성 하사 위로하던 육군 사단장이 긴급체포된 이유, 알고보니…
||2026.08.12
||2026.08.12
시작은 한 하사의 깊은 상처였다. 2014년 6월, 육군 17사단 소속의 A 하사는 부대 상관인 모 상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육군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A 하사를 사단장 직속 부서로 전출시키고 병영 상담관의 집중 관리를 받게 했다. 안전해야 할 그곳에서, 상상치 못한 두 번째 비극이 시작됐다.
피해 회복에 전념하던 A 하사를 불러낸 이는 송유진(육사 40기) 당시 17사단장이었다. 연합사 작전처장 등을 거치며 육사 40기 중 선두 주자로 꼽히던 엘리트 장성이었다.
송 전 사단장은 8월과 9월 사이, “생활이 힘들지 않으냐”며 상담을 자처해 A 하사를 집무실로 불렀다. 그러나 격려를 가장한 면담은 성범죄로 변질됐다. 그는 A 하사를 등 뒤에서 껴안고 몸을 만졌으며, 수차례 뺨에 입을 맞추는 등 최소 다섯 차례나 손을 댔다.
추가 조사에서는 또 다른 부하 여군을 성추행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참다못한 A 하사는 사단장과의 대화를 휴대전화로 녹취하며 증거를 모았다.
녹취록에는 “왜 껴안으셨냐, 불편하다”는 A 하사의 항의에 송 전 사단장이 “다른 뜻은 없었다”고 변명하고, “내년에 전역해도 도와줄 수 있다”며 외부 발설을 막으려 회유한 정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 결정적 증거가 육군본부 중앙수사단에 제출되면서 전말이 천하에 드러났다.
파장은 컸다. 육군은 2014년 10월 9일 밤 그를 긴급 체포했고, 이튿날 곧바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현역 장성이 성추행 혐의로 구속된 것은 창군 이래 최초였다. 특히 그가 구속 사흘 전 육군본부 요직인 정보작전부장으로 영전했던 사실이 알려지며 군의 부실한 인사 검증 시스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재판 과정에서 송 전 사단장 측은 거세게 반발했다. 신체 접촉은 단순한 ‘격려와 위로’의 의미였으며, A 하사가 격투기 선수 출신인 점을 들어 강제력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대통령도 군부대에서 병사들을 포옹하지 않느냐”는 논리를 펼치기도 했다. 1심 선고 전 A 하사가 고소를 취하하고 “과거 상처로 예민했던 것 같다”며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으나 법원의 판단은 단호했다..
보통군사법원과 고등군사법원은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지위와 계급을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고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고, 2018년 대법원에서 유죄가 최종 확정됐다.
유죄 판결과 별개로 진행된 파면 처분 취소 소송에서는 군 당국의 허술한 행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대법원은 육군이 기소 휴직 명령 서류를 송 전 사단장에게 적법하게 전달했다는 증거를 대지 못하자,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됐다며 군의 파면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행정 소송에서는 군의 절차적 오류로 파면이 취소되는 해프닝이 벌어졌으나, 부하 직원을 보호해야 할 최고 지휘관이 도리어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도덕적·법적 책임만큼은 지우지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