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상실 극복"…'경주기행; 이정은→이연, 눈물+웃음 가득한 네 모녀의 애증
||2026.08.13
||2026.08.13
김미조 감독의 첫 장편영화 '경주기행'은 막내딸을 잃은 가족의 복수라는 설정으로 출발하지만, 그 여정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복수에 능숙하지 않은 네 모녀는 작은 벌레에 기겁하고, 치밀하게 세운 계획들도 번번이 엇나가 웃음을 유발한다. 어설픔 속에서 웃음을 만들며 식상한 복수극의 문법을 비틀었다.
13일 오후 서울 신천동 롯데월드타워 롯데시네마에서 '경주기행'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각본·연출한 김미조 감독과 이정은, 공효진, 박소담, 이연, 변요한 등 배우들이 참석해 작품 속 가족 관계와 복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김 감독은 “사적 복수라는 게 과연 쉬운 일일지 늘 궁금했다. 스스로 복수할 수 있느냐고 생각해보면 할 수 없을 것 같았다”며 “가족이 움직이는 이야기인 만큼 그 상실을 어떻게 극복해나가는지가 중요했다. 엄마도 상실을 뚫고 끝까지 가는 인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연출 방향을 밝혔다.
'경주기행'(제작 스튜디오하이파이브,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의 독특한 결은 신예 김미조 감독의 개성이 가득 담겼다.
복수라는 소재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핏빛 액션이나 권선징악의 쾌감만 좇지 않았기 때문. 평범한 가족이 처음 시도하는 복수는 자꾸만 삐끗하고, 그 과정에서 스릴러의 긴장과 가족극의 웃음이 교차한다.
김미조 감독은 “‘갈매기’도 그렇고 ‘경주기행’도 저다. ‘매드맥스’ 같은 영화를 찍어보고 싶고, 얼마 전에는 ‘오디세이’를 보고 그런 영화도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며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제작 환경과 이야기 안에서 형식을 맞추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네 자매 중 막내인 김미조 감독에게 ‘경주기행’은 더욱 개인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제가 실제로 네 자매 중 막내다. 영화에서는 화자로서 빠졌고 제가 바라본 엄마와 언니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모녀의 감정을 잘 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제가 자신 있는 이야기로 영화를 만들어볼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엄마를 연기한 이정은은 이 가족의 붕괴를 이해하는 데서 캐릭터에 접근했다. “단란했던 가족이 어떻게 무너졌을지를 먼저 생각했다. 가족 구성원마다 생각하는 게 모두 다르다”며 “엄마는 어느 순간부터 생각이 멈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오로지 복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막내에 대한 지독한 사랑을 몸으로 표현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임했다”고 밝혔다.
그렇기에 이정은이 연기한 옥실의 복수는 딸을 잃은 슬픔,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 막내를 향한 집착에 가까운 사랑이 한데 엉켜 있다.
세 딸 역시 각자의 방식으로 상실을 견디고 있다. 네 모녀의 복수 대상인 백상현을 맡은 변요한의 캐스팅에도 특별한 사연이 있었다.
이날 김 감독은 “변요한 배우가 제작사 대표님 생일에 생일 축하 선물을 보냈다. 대표님이 ‘아! 백상현 역할로 변요한 배우를 생각하지 못했었지?’라고 하셨다”며 “네 모녀와 대적할 수 있는 카리스마와 힘을 모두 갖춘 배우라고 생각해서 캐스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변요한은 좋은 배우들과의 호흡을 이유로 노개런티 출연을 결정했다. “좋은 각본과 좋은 배우들이 있어서 참여했다. 이정은 선배님과 네 번째 작품인데 받는 영향이 커서 늘 같이하고 싶었다”며 “공효진 선배님도 제가 팬이어서 제가 안 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변요한 이어 “박소담 배우는 학교 동문이고 학교 다닐 때부터 연기를 잘했다. 이연 배우도 다른 작품을 보면서 연기를 잘한다고 느꼈다. 이들을 통해 제 연기를 발전시키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 네 자매의 앙상블은 실제 가족을 방불케 했다고 전했다.
변요한은 “서로 가족처럼 챙기고 네 명의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저는 그 안에 끼지 못하고 혼자 구석에 있기도 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백상현 캐릭터에 대해서는 “너무 작은 사람이다. 상처를 준 사람이기 때문에 어떤 연민도 없이 표현하고 싶었다. 너무 작은 세계관을 가진 사람이고 잘못 배워서 자기만 지키려는 사람이라고 해석했다”고 밝혔다.
네 모녀에 대해서는 “현장에서부터 이정은 선배님이 분위기를 잡아주셨다. 카메라 안팎에서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주셨다”며 “박소담 배우는 엣지 있는 둘째를 정말 잘 표현했다. 눈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친구가 울 때 다시 한번 가족애를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변요한은 “이연 배우는 터프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가장 여린 셋째다. 막내를 잃었지만 그런 역할을 잘 표현해서 네 모녀의 앙상블이 참 좋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박소담이 연기한 영주는 가족 안에서도 복잡한 셈법을 가진 인물이다.
이날 박소담은 “시나리오를 보면서 소름 돋을 정도로 마음이 아팠다. 과연 이 장면을 이정은 선배님께서 어떻게 연기할지 궁금했다”며 “내가 만약 엄마였다면 ‘제발 살려주세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떤 감정이었을지 대입하면서 봤다”고 말했다.
법대를 졸업했지만 직업 없이 코인을 하며 지내는 영주는 살인 여행을 계획하는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생각한다.
박소담은 “저와 비슷한 점은 계획적이고 생각이 많다는 것이다. 원래 이성적이고 싶어 하는 감성적인 사람이다. 영주를 연기하면서 머릿속이 복잡할 때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셋째를 연기한 이연은 복수를 더욱 아픈 행위로 정의했다. “복수란 복수할 상대의 심장과 저의 심장을 동시에 찌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의 아픔과 분노를 이길 힘이 필요하다”며 “그 모든 감정이 이정은 선배님에게 보였다고 생각했다. 보는 내내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보시는 분들도 복수가 주는 여운이 마냥 좋지도, 마냥 슬프지도 않다는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연이 맡은 캐릭터에는 실제 자신의 면모도 녹아 있다. “저는 실제로 몸을 잘 쓰지만 똑똑하다”며 웃은 이연은 “이번에는 몸을 더 잘 써봤다. 그래도 맡은 캐릭터 속에 저의 면모는 다 녹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누구에게도 해를 끼쳐본 적 없는 평범한 가족이 처음으로 누군가를 죽이겠다고 나선 순간, 네 모녀의 상처와 사랑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웃음과 눈물을 담은 '경주기행'은 이달 26일 극장 개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