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종합] ‘경주기행’ 이정은 끝까지 갔다…“내 묘한 얼굴 봐서 놀라워”
||2026.08.20
||2026.08.20
배우 이정은이 지금껏 보여준 적 없는 얼굴로 관객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영화 ‘경주기행’(감독 김미조, 제작 하이파이브스튜디오,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에서 막내딸을 잃은 엄마 옥실을 연기한 그녀는 가족을 둘러싼 비극과 복수라는 무거운 감정을 끝까지 밀어붙인다. 개봉하기까지 무려 2년을 기다린 작품인 만큼 이정은에게 ‘경주기행’은 각별하다. 처음에는 작은 영화로 시작했지만 공효진, 박소담, 이연, 변요한 등의 배우들이 합류하며 작품의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캐스팅된 이정은은 2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맥스무비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처음 캐스팅돼 책임감을 느꼈는데 딸들 덕분에 큰 힘을 얻었다. 개봉하는 것도 딸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정은이 ‘경주기행’을 선택한 이유는 익숙하지 않은 길이었기 때문이다. ‘오마주’(감독 신수원)의 스크립터였던 김미조 감독과 인연을 맺은 그녀는 김 감독으로부터 출연 제안을 받고, 쉽게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다고 했다.
“제가 지금까지 안정적인 선택을 해왔다면 이번엔 파고가 큰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 가본 길이라 배우로서 두려웠지만 그래서 선택하기도 했다. 촬영이 미뤄지는 동안에도 다른 작품을 하면서 ‘경주기행’의 일정을 계속 확인할 만큼 작품에 대한 마음이 컸다.”
이정은이 연기한 옥실은 막내딸을 잃은 뒤 삶이 멈춰버린 엄마다. 실제 아동 범죄 사건을 접했을 때 부모들이 ‘내 아이였다면 직접 범인을 죽이고 감옥에 가겠다’라고 말하는 것에서 출발한 듯한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겼다. 이정은은 옥실의 행동을 판단하기보다 실행하는 데 집중했다. “이건 김미조 감독님의 구체적인 생각이다. 제가 의구심을 가지면 갈 수 없다. 우리 엄마는 끝까지 물고 늘어지길 바라는 염원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저는 실행하는 것에 집중했다. 하다 보면서 두려움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 두려움은 촬영 현장에서도 찾아왔다. 특히 딸들과 함께 있던 장면이 끝난 뒤 혼자 남는 시간이 가장 무서웠다고. “딸들과 오순도순 얘기하다가 혼자 산에 올라갔다. 찍기 전부터 두려웠다. 야간 촬영도 있었는데 묘한 두려움이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이번 작품에서 액션까지 직접 소화한 것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저는 액션을 많이 안 해봐서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비닐하우스 액션은 제가 직접 했다. 숨겨져 있던 제 얼굴 액션이 중요해서였다. 이연이 액션 스쿨에서 훈련했다면 저는 살아야 한다는 정신 하나로 무술감독님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옥실을 통해 이정은은 자신의 낯선 얼굴을 보게 됐다. “내가 알던 내 얼굴이 아니라 묘한 얼굴을 봐서 놀랐다”며 “저는 어디선가 타협하고 덜 고생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집요한 배우들을 보면서 ‘어떻게 끝까지 갈 수 있을까?’ 싶었다. 이번에는 그런 집요함으로 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딸 역할을 맡은 공효진(장주 역), 박소담(영주 역), 이연(동주 역)에 대한 애정도 각별했다. 특히 공효진에게는 자신과 함께하자는 말보다 시나리오만 보고 현명한 선택을 하라고 권유했다고. 이정은은 “공효진은 시나리오를 정말 잘 본다. 자신이 장주 역을 맡으면 어떻게 접근할지 잘 알고 있더라. 온앤오프가 놀랍고 괜한 에너지 낭비를 하지 않는다”라고 극찬했다. 박소담과 이연에 대해서도 “신인의 시기는 이미 넘었고 열정과 패기가 있어 앞으로도 더 잘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미조 감독에 대한 신뢰 역시 작품을 완성한 힘이었다. “김미조 감독님은 딸이 아니라 ‘옥실’ 그 자체였다. 현장에서도 지치는 걸 못 봤다. 촬영을 안 할 땐 소설을 쓰는 사람이라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넘친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감독님”이라고 칭찬했다.
네 딸을 향한 마음으로 끝까지 버틴 옥실처럼 이정은 역시 낯선 길을 선택해 자신만의 새로운 얼굴을 꺼냈다. 이정은은 이제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어떤 질문을 품게 될지 기대를 걸고 있다. “좋은 영화가 잘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