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종합] “한차례 고사했다”…류승룡이 ‘비광’ 선택한 결정적 이유
||2026.08.25
||2026.08.25
배우 류승룡에게 영화 ‘비광’은 처음부터 선뜻 선택할 수 있는 작품은 아니었다. 이에 시놉시스만 읽고 한 차례 고사했다고. 이미 ‘염력’(2018)과 ‘7년의 밤’(2018)에서 아버지 역할을 맡았던 터라 또다시 비슷한 결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망설여졌기 때문이다. 그를 움직인 건 시나리오보다 이지원 감독이 건넨 편지였다.
류승룡은 25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맥스무비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시놉만 보고 고사했다. 계속 아빠 캐릭터만 했었으니까. 그런데 감독님이 편지를 써주셨더라. ‘중구가 아빠의 모습만 보이는 게 아니’라고 하시더라.”
무려 다섯 장에 달하는 편지에는 이지원 감독의 가족사와 이 작품을 만들고 싶었던 이유, 자신에게 영화가 어떤 의미인지, 왜 배우 류승룡과 함께하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류승룡은 그 안에서 자신을 설득하려는 기술보다 작품을 향한 진심을 읽었다고 한다.
“편지를 받고 다시 한번 시나리오를 읽게 됐다. 편지에 감독님의 가족사부터 왜 이 영화를 하려고 했는지, 왜 저와 하고 싶은지까지 써주셨는데 진심이 느껴졌다. 의도하는 바가 느껴져서 하게 됐다. 진심은 통한다고 생각한다.”
‘비광’(배급 플레이그램)에서 류승룡이 연기한 중구는 가족을 지키려는 마음과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인물이다. 특히 남미(하지원 분)의 선택을 바라보는 그의 감정은 하나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실제 결혼해 아이를 키우고 있는 류승룡에게도 중구의 행동 중 쉽게 납득되지 않는 지점이 있었다.
“저도 결혼하고 아이가 있어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 남미가 동의 없이 결정하는 부분도 달갑지 않았다. 그런데 그렇게 된 이유에는 쫓아내지 못하는 중구의 마음이 있는 것 같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얽히고설킨 관계는 ‘비광’의 중요한 축이다. 김해숙이 연기한 중구의 엄마는 이혼한 전 며느리 남미를 친딸처럼 대하고, 매형(김영민 분) 역시 장모님을 친엄마처럼 여긴다. 류승룡은 이처럼 현실에서는 쉽게 설명하기 힘든 관계를 품고 있는 것이 오히려 중구라는 인물을 이해하는 열쇠라고 봤다.
캐릭터를 위해 야구를 익히는 과정도 거쳤다. 다행히 집 근처에 야구클럽이 있어 공을 던지는 자세부터 연습했다. 여기에 이지원 감독 특유의 치밀한 디렉션이 더해졌다. “감독님이 자신이 원하는 걸 시나리오에 다 써놓은 대로 하니까 오히려 편했다. 저는 결정장애가 있는 감독님이 더 힘들다. 이미 자세하게 정해놓으셔서 그대로 했다.”
상대 배우 하지원에 대한 칭찬도 이어졌다. 특히 작은 농담에도 적극적으로 반응해주는 그녀의 리액션과 태도를 높이 샀다.
“우리나라에서 리액션이 너무 좋은 배우다. 하찮은 유머에도 웃어줘서 너무 고마웠다. 캐릭터를 인수분해해서 하나하나 나열해놓은 느낌이더라. 잘 정제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광’의 남미를 통해 또 한번 연기를 기대하게 만들었고, 터닝 포인트가 되는 작품이 될 것 같다.”
류승룡에게 ‘비광’은 볼거리보다 사람과 이야기의 힘을 ㅐ믿는 영화다. “앞으로 ‘무빙’처럼 상상의 날개를 펴는 작품이 더 많아지겠지만, ‘비광’은 CG 없이 이야기와 배우들의 연기로만 만든 작품 같다”는 그의 말에는 이 영화가 무엇으로 관객을 설득하려 하는지가 담겨 있다.
그가 배우로 살아가는 방식 역시 조금씩 달라졌다. 과거에는 가만히 있는 것이 불안해 목수 작업이나 제주 둘레길 걷기처럼 끊임없이 몸을 움직였다. 지금은 집 안의 조명을 은은하게 켜고 환기를 한 뒤, 로봇청소기를 돌리는 소소한 시간에서도 휴식을 찾는다. “그동안 가만히 있으면 도태된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로봇청소기를 돌리는 것도 힐링이 되더라”며 웃었다.
그리고 다시 연기에 대한 질문에 이르자 그의 대답은 한층 진지해졌다.
“연기는 저의 꿈이었고 생계였다. 지금은 그것을 통해 조금이라도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것 같다. 사명감도 조금씩 생기는 것 같다.”
자신이 선택한 작품이 누군가에게 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진 류승룡은 “많은 사람들에게 응원이 되어주고 싶다.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 바랐다.
지난 2021년 6월 촬영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완성된 ’비광‘을 객관적으로 마주했다는 류승룡. 이제 남은 것은 관객들의 몫이다.
“정성껏 찍었다.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시느냐에 따라 영화가 본연의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