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 컷] 박위, 선한 영향력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2026.08.27
||2026.08.27
장애인의 이동권과 인권 문제를 꾸준히 이야기해 온 유튜버 박위의 이번 선택은 아쉽다. KTX에서 휠체어를 이용하던 중 낙상 사고를 겪은 그는 안전 문제를 알리기 위해 당시 CCTV 영상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했다. 그러나 공익을 위한 문제 제기라는 취지와 달리 논란의 초점은 사고 자체보다 한 개인을 대중 앞에 세운 방식으로 옮겨갔다.
최근 공개된 영상에는 박위가 경사로를 내려오던 중 휠체어 바퀴가 사회복무요원의 발에 걸려 넘어지는 장면이 담겼다. 박위는 고의가 아니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경사로에 발을 올려놓은 공익요원의 행동에 화가 났고, 안전교육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영상을 공개했다. 이후 논란이 커지자 해당 콘텐츠를 삭제하고 전달 방식이 미숙했다며 사과했다.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사고의 원인을 지적하는 것과 사고 당사자를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은 분명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박위에게는 100만 명에 가까운 유튜브 구독자가 있다. 일반인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과 인기 인플루언서가 CCTV를 통해 특정 가능성이 있는 개인의 행동을 공개하는 것은 파급력부터 다르다. 영상 속 사회복무요원은 유명인도, 자신의 입장을 설명할 수 있는 주체도 아니다. 현장에서 사과까지 이뤄진 상황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박위가 더욱 신중했어야 했다.
물론 그가 겪은 사고가 가볍다는 뜻은 아니다. 휠체어 이용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시설이나 장비, 안내 체계가 있다면 개선돼야 한다. 장애인의 이동 과정에서 반복되는 불편과 위험을 공론화하는 것 역시 의미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랬다면 개인을 향하기보다 시스템으로 향했어야 한다. 실제로 일부 철도 관계자와 휠체어 이용자들은 리프트나 경사로의 구조적 문제, 안전을 위해 현장 근무자가 발을 사용하는 관행을 언급하며 개인의 실수보다 시설과 업무 환경을 먼저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움을 주는 과정에서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우려되는 부분은 이번 일이 장애인을 돕는 사람들에게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수가 온라인에 공개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진다면, 결국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 자체를 망설이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다.
박위가 지금까지 장애 인식 개선을 위해 해온 노력까지 부정할 필요는 없다. 이번 논란은 어떻게 말했느냐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선한 의도가 모든 방식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장애인의 권리를 말하는 일은 중요하지만 그 권리를 주장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약자의 권리와 존엄까지 놓쳐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