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구 쇠창살에 머리 낀 라쿤… 경찰·소방관이 선택한 뜻밖의 이송 방식
||2026.08.30
||2026.08.30

비가 내리고 난 뒤 서늘한 공기가 감돌던 마을 길목, 하수구 맨홀 덮개 위로 정체불명의 작은 물체가 포착되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본 주민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배수구 쇠창살 사이로 머리가 끼어 버린 어린 라쿤 한 마리가 두 앞발로 간신히 철창을 움켜쥔 채 매달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 하수구 위에서 버티던 절박한 순간
얼굴은 하늘을 향해 바짝 들어 올린 채, 아래로는 하수구 구덩이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조금만 힘이 빠지면 그대로 떨어지거나 목이 죄여올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스스로 머리를 빼내려고 몸부림을 쳐보았지만, 차가운 쇠창살은 어린 라쿤의 머리를 단단히 죄어올 뿐이었습니다.

◆ 현장 출동이 불가능했던 수의사팀
신고를 받은 뉴잉글랜드 야생동물 센터(NEWC) 케이프코드 병원 팀은 급히 출동을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하필 그 시각, 야생동물 병원 내부에는 이미 목숨이 위태로운 다른 환자들이 밀려들어 당장 현장으로 달려갈 수 있는 수의사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 30kg 배수구 철창을 통째로 들어 올리다
그 순간 마을의 대응팀들이 하나둘 현장으로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본(Bourne) 자원관리국, 소방서, 경찰서, 도로교통과 대원들이 머리를 맞대었습니다.
수의사가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면 방법은 하나였습니다. 라쿤이 매달려 있는 30kg이 넘는 육중한 배수구 철창 전체를 땅에서 떼어내어 통째로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이었습니다.
대원들은 라쿤이 놀라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배수구 덮개를 들어 올려 병원으로 무사히 이송했습니다.

◆ 식용유와 비닐봉지가 만들어낸 10분의 기적
병원 주차장에 도착한 의료진은 즉시 진정제를 투여한 뒤 탈출 작전에 돌입했습니다.
피부 마찰을 줄이기 위해 카놀라유를 머리와 쇠창살 주위에 바르고, 비닐 쓰레기봉투를 활용해 미끄러지듯 머리가 빠져나올 수 있는 틈을 만들었습니다. 신중한 시도 끝에 단 10분 만에 라쿤의 머리가 쇠창살 밖으로 빠져나왔습니다.
진정제에서 깨어난 라쿤은 검사 결과 탈수 증세 외에는 뼈나 근육에 큰 이상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현재 야생동물 센터의 야외 방사장으로 옮겨진 라쿤은 건강을 회복한 뒤 다시 야생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