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이준익 왜 세로로 찍었나”…40년 밥상 뒤집은 ‘아버지의 집밥’
||2026.09.03
||2026.09.03
평범한 가족 이야기가 이준익 감독을 만나 새로운 형식을 입었다. 가로가 익숙한 영화 화면을 세로로 세운 세로형 시네마 ‘아버지의 집밥’이다.
3일 오후 서울 신천동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숏드라마 ‘아버지의 집밥’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이준익 감독과 정진영, 이정은 배우가 참석했다.
고리타 작가의 동명 레진코믹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아버지의 집밥’(감독 이준익, 제작 레진엔터테인먼트, 배급 키다리스튜디오)은 40년 동안 삼시세끼를 아내 순애(이정은 분)에게 의존했던 하응(정진영 분)이 요리백지증을 앓게 된 아내를 대신해 직접 밥을 만들면서 벌어지는 변화를 담는다.
‘왕의 남자’, ‘동주’, ‘자산어보’로 묵직한 영화적 세계를 구축해 온 이준익 감독에게도 새로운 시도였다. 이 감독은 처음부터 숏폼 드라마를 목표로 했던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이준익 감독은 “한국 영화의 진입 장벽이 높아지면서 창작자들이 숏폼으로라도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뒤에서 응원해왔다”며 “주변에서 ‘왜 직접 해보지 않느냐‘고 해서 떠밀리다시피 시작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변화는 화면의 방향이었다. 세로 프레임은 배우의 얼굴과 몸짓을 가까이 담아내면서 눈빛과 미세한 표정 변화로 연기의 결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이 감독은 가로와 세로의 차이를 그림에 비유했다. “가로 그림이 풍경화라면 세로 그림은 초상화에 가깝다”며 “세로로 촬영하면서 한 사람의 내면을 초상화처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장점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정진영과 이정은은 익숙한 부부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완성했다. 하응 역의 정진영은 40년간 집안의 주도권을 쥐고 살았던 남편이 주방에 서게 되면서 겪는 낯선 변화를 연기한다. 순애 역의 이정은은 오랫동안 가족의 식사를 책임져온 아내를 표현했다.
정진영은 “대본을 읽고 요즘 쉽게 만나기 어려운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작은 집 안에서 한 달 동안 행복하게 촬영했다. 이 감독님과 함께 작업하는 내내 즐거웠다”고 밝혔다.
이정은은 실제 부모와 함께 생활하며 관찰한 부부의 모습에서 캐릭터의 힌트를 얻었다고 했다. 그녀는 “예전에는 아버지가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면 세상이 변하면서, 나이가 든 뒤 서운한 감정을 표현하는 모습이 있다”며 “그런 부분을 참고해 연기했다”고 전했다.
‘아버지의 집밥’이 극장으로 향한 과정도 흥미롭다. 이준익 감독은 “최근 극장에서 가족의 삶이나 드라마에 충실한 작품을 만날 기회가 줄어든 것 같다”며 “세로든 가로든 극장에서 관객과 만나는 영화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시사회에서 작품의 주요 관객층과 맞닿은 중장년 관객들이 극장을 찾은 모습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아버지의 집밥’은 롯데시네마에서 단독 상영된다. 정진영은 “큰 흥행 수익을 기대하는 작품은 아니지만 관객들이 ‘재미있다’, ‘공감할 수 있었다’고 느끼는 영화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정은 역시 “자극적인 소재가 주를 이루는 숏드라마와 달리 여러 세대가 함께 볼 수 있는 이야기”라며 “세로 화면이라는 형식보다 결국 이야기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오는 9일 롯데시네마 단독 개봉하며 이후 숏드라마 플랫폼 레진스낵을 통해 17일과 24일에 걸쳐 회차 단위로 만나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