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조주빈이 ‘계곡살인’ 이은혜에게 보낸 편지의 ‘섬뜩’한 내용
||2026.09.21
||2026.09.21
대법원에서 징역 42년형을 확정받고 복역 중이던 미성년자 성착취물 ‘N번방’ 주범 조주빈(당시 27세)이 이른바 ‘가평 계곡살인 사건’으로 구속된 피고인 이은해(당시 31세)에게 수사 당시 “진술을 거부하라”는 취지의 옥중 편지를 보냈던 비화가 재조명되고 있다.
해당 사실은 계곡살인 사건의 수사를 직접 총괄 지휘했던 조재빈 전 인천지검 1차장검사(현 변호사)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개됐다. 당시 검찰에 따르면, 2022년 4월 공개수배 끝에 검거되어 인천구치소에 수감된 이은해에게 조주빈이 직접 쓴 서신 한 통이 도달했다.
편지의 핵심 요지는 검찰의 조사에 일절 협조하지 말고 묵비권을 행사하라는 조언이었다. 이미 중형을 선고받고 수형 생활을 하던 강력 범죄자가 세간을 뒤흔든 또 다른 흉악 범죄 피의자에게 검찰 수사 무력화 노하우를 ‘원격 코칭’하려 든 셈이다. 당시 수사팀조차 “사회적으로 악명을 떨친 수형자가 새로 주목받는 중범죄 피의자에게 주제넘은 충고를 건넸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이은해와 공범 조현수의 태도는 치밀했다. 과거 구속 수감 전력이 있어 교정시설 생리에 밝았던 두 사람은 외부 조력자나 수형자 간 동선을 이용해 검찰 조사 내용을 공유하고 진술을 맞추는 이른바 ‘말 맞추기’를 시도했다. 검찰이 구치소 수용 거실(방)을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이들의 밀서와 담합 정황이 들통났다.
특히 두 사람은 범행 후 수사를 받으면서도 ‘징역 10년 안팎을 선고받으면 6년 뒤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된다’, ‘모범수로 복역해 일찍 출소하겠다’는 식의 가석방 시나리오를 계산해 둔 메모까지 작성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동시에 최악의 경우 무기징역이 선고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본인들의 범행이 얼마나 중대한지를 스스로 인지하고 있었음을 증명하는 결정적 정황 증거가 됐다.
검찰 조사와 재판을 통해 입증된 2019년 6월 30일 가평 용소계곡 사건의 실체는 철저한 사전 기획 살인이었다. 이은해 일당은 평소 물을 극도로 무서워하던 피해자 윤모 씨(사망 당시 39세)에게 수상 레저를 반복 체험시키며 수영을 잘하는 조현수와 일행을 ‘안전판’으로 철저히 믿게 만들었다.
하지만 사건 당일 오후 8시 24분, 어두워진 계곡에서 피해자가 4m 높이 바위에서 뛰어내리자 이들의 태도는 돌변했다. 주변에 있던 구명 튜브를 치우고, 물에 빠진 피해자가 1~2분간 살려달라고 구조를 요청했음에도 조현수 등은 현장에 가만히 서 있거나 자리를 벗어났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야 할 법적 작위의무가 있는 배우자가 고의로 구조를 방치해 숨지게 만든 것이다.
1심 법원인 인천지법 형사15부는 이들의 범행을 심리적 지배(가스라이팅)에 의한 직접 살인(작위)은 아니라고 보았으나, 구호 조치를 고의로 하지 않은 ‘부작위(不作爲)에 의한 살인’을 유죄로 인정했다. 통상 법리상 부작위 살인은 작위 살인보다 가볍게 다뤄지지만, 재판부는 “피해자를 뛰어내리게 유도한 뒤 구조를 전혀 하지 않아 익사하게 한 것은 칼로 찔러 살해한 것과 규범적으로 동일하다”며 이은해에게 무기징역, 조현수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항소심을 거쳐 2023년 9월 대법원에서 상고가 최종 기각되며 그대로 확정됐다. 결과적으로 “진술을 거부하라”던 N번방 조주빈의 훈수와 수감실 안에서 굴렸던 ‘조기 가석방’의 꼼수는, 검찰의 철저한 압수수색과 물증 수사, 사법부의 엄정한 법리 판단 앞에 무력화된 채 끝을 맺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