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축구 군면제 논란 선수들이 사과해도 전국민이 분노하는 이유
||2026.10.05
||2026.10.05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숙적 일본을 꺾고 대회 4연패라는 대기록을 세운 남자 축구 대표팀이 금메달의 환희를 누리기도 전에 거센 ‘병역 특례 실언’ 논란에 휩싸였다. 일부 선수들의 경솔한 언행과 뒤늦게 내놓은 해명문이 오히려 팬들과 대중의 공분을 키우며 후폭풍이 확산되고 있다.
논란의 시작은 결승전 승리 직후였다. 대표팀 주장 이기혁은 경기 종료 후 방송 취재진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군대 안 갑니다!”라고 외쳤다. 상무 입대를 불과 9일 앞두고 있던 상황에서 극적으로 병역 혜택을 받게 되자 억누르지 못한 감정을 분출한 것이다.
대표팀의 막내 박승수(뉴캐슬)는 라커룸에서 ‘전역모’를 쓴 채 인증 사진을 찍어 SNS에 게시해 논란을 자초했다. 10대인 선수가 아직 입대조차 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역모를 장난스레 착용한 모습은 군 복무 중이거나 병역 의무를 마친 국민들에게 허탈감과 불쾌감을 안겼다.
여기에 결승골 기점 역할을 했던 양민혁(베스테를로)의 믹스트존 인터뷰가 불씨를 키웠다. 양민혁은 메달을 획득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사실 메달이나 트로피는 정말 중요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보상받는 것은 군 면제라는 혜택이 있으니까 그것 하나만 보고 경기를 뛰었다”고 밝혀 국가대표로서의 품격과 태극마크의 무게감을 스스로 깎아내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선수들의 과도한 발언이 온라인과 여론을 통해 일파만파 번지자, 논란의 당사자들은 잇달아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이들이 발표한 사과문과 해명이 오히려 대중의 눈살을 더 찌푸리게 만들었다.
양민혁은 “병역 혜택이 여러 동기 중 하나였다는 뜻이었는데 말이 와전됐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직전 인터뷰에서 “군 면제 하나만 보고 뛰었다”고 명확히 못 박았던 발언과 정면으로 배치되면서 ‘말 바꾸기 식 해명’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특히 사과문 말미에 보답하겠다는 다짐 뒤에 붙였던 느낌표 문장 부호를 네티즌들의 지적이 이어지자 슬그머니 삭제 수정하는 모습까지 포착돼 진정성 시비에 휘말렸다.
박승수는 전역모 착용에 대해 “팬에게 선물 받은 모자였다”며 군 복무를 가볍게 여기려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명했으나, 사진을 굳이 라커룸에서 찍어 올린 분별없는 태도에 대한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주장 이기혁 역시 귀국 현장에서 “병역 혜택만을 신경 쓰고 뛴 것이 아니다”라며 사과의 뜻을 전했으나, 결승 직후 본인이 “입대가 9일 남았었다”며 환호했던 발언과 엇갈린다는 빈축을 샀다. 더욱이 SNS 사과문에서 자신의 발언 배경을 “순간의 행복과 도파민 때문이었다”고 표현하면서, 국방의 의무를 충실히 수행 중인 국군 장병들의 헌신을 가볍게 치부했다는 싸늘한 반응을 자아냈다.
축구 대표팀 일부 선수들의 철없는 행동과 미흡한 사과는 스포츠계를 넘어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결산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의 발언이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못했다”며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 교육을 약속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군대를 혐오시설 다루듯 조롱하는 태도에 참담함을 느낀다”며 “나라를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군 장병들의 희생을 욕보이는 선수들에게 군 면제 혜택이 주어지는 것은 가당치 않으며, 현행 아시안게임 병역 특례 제도를 전면 재고해야 한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피 땀 흘려 얻어낸 아시안게임 4연패라는 대업이 선수들의 순간적인 경솔함과 미숙한 대처로 인해 ‘병역특례 폐지론’이라는 거센 역풍의 진원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