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으로 아내도 못알아봐..."49세 성악가 이대범" 다시 노래하기까지 안타까운 사연 (KBS인간극장)
||2026.10.13
||2026.10.13
말은 끝내 입 밖으로 안 나오는데
노래는 막힘없이 흘러나온다면
믿어지시겠습니까.
이번 주 인간극장에 나온
바리톤 이대범 씨 이야기입니다.
올해 마흔아홉, 49세 성악가.
6년 전 뇌경색으로 쓰러져
오른쪽 몸이 마비되고
말까지 잃었던 사람이지요.
밀라노에 홀로 남았던 그해 가을
지금의 49세 성악가 이대범 씨는
오스트리아 빈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공부한 뒤 오페라 본고장에서
데뷔한 촉망받는 가수였습니다.
2020년 코로나가 이탈리아를 덮치자
둘째를 가진 아내와 어린 아들을
먼저 한국으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9월, 혼자 있던 밀라노에서
급성 뇌경색이 찾아왔어요.
이웃들 도움으로 병원에 갔을 땐
골든타임이 한참 지난 뒤였습니다.
마비에 언어장애, 삼킴 장애까지
한꺼번에 남았다고 하니
듣기만 해도 가슴이 철렁합니다.
만삭 몸으로 하늘길을 다시 건넌 아내
그 소식을 들은 아내 이소연 씨는
임신 7개월의 몸이었습니다.
직항까지 막힌 코로나 시국에
기어이 다시 이탈리아로 날아갔지요.
병상의 남편은 아내 얼굴도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다고 해요.
그래도 소연 씨는 살아 있어 준 것만으로
고마웠다고 털어놨습니다.
밀라노 병원에서만 50일을 버텼고요.
한국에 돌아와 딸을 무사히 낳았지만
재활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나아지나 싶던 어느 날
갑작스러운 경련이 찾아와
다시 뒷걸음질 친 적도 있었대요.
매니저, 통역사, 그리고 엄마
그러던 어느 날 이대범 씨 입에서
말 대신 멜로디가 흘러나왔습니다.
들려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다
잃었던 노래를 되찾은 거지요.
소연 씨는 그 노래를 지키려고
1인 기획사를 차렸습니다.
남편의 매니저이자 통역사가 되어
단어를 띄엄띄엄 늘어놓는 남편 말을
세상에 또박또박 옮겨 줍니다.
그 와중에 열한 살 태리,
일곱 살 태라 두 남매도 키웁니다.
남양주 집의 아침은 아빠가
아이들 등원을 돕는 걸로 열리고,
부부는 곧장 연습실로 향하지요.
악보 가사 읽기도 버거워서
한 곡을 수없이 듣고 불러야 하지만
대범 씨에겐 그 시간이 기쁨이랍니다.
산불 피해를 본 청도 주민 음악회,
국회 행사 오프닝 무대에도 섰어요.
노래 한 곡에 실린 두 사람의 박자
이번 주 인간극장에선 대범 씨가
가족들 만류에도 유치원 운동회
아빠 경기 출발선에 섭니다.
연애 시절 추억이 담긴 노래를
몰래 연습해 버스킹 무대에서
아내에게 들려줄 계획도 있다지요.
사람들은 흔히 뇌경색을 딛고 선
49세 성악가의 기적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 기적엔 박자가 둘입니다.
노래하는 사람의 박자와,
그 노래가 끊기지 않게 받쳐 준
아내의 박자 말이에요.
부부의 책임이란 결국
상대가 잃어버린 것을
서로 대신 채워 주는 일인가 봅니다.
남편이 잃은 말은 아내가 대신하고,
아내가 잃은 쉼은 남편이
꾸준한 운동으로 갚아 가는 것처럼요.
인간극장 속 이대범 씨의 노래가
유난히 깊게 들리는 건
그 목소리 안에
두 사람이 버틴 6년이
함께 실려 있기 때문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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