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와서 아내 되겠다길래..." 4천만 원 보낸 60대 남자 눈물의 사연 (KBS다큐)
||2026.10.13
||2026.10.13
아침마다 휴대폰이 먼저 울립니다.
"잘 잤어요? 오늘도 힘내요."
이 짧은 안부가 무려 5년 동안
거의 매일 이어졌다고 합니다.
지난 2일 KBS1 '추적 60분'이 소개한
대구의 한 60대 남자 이야기입니다.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언젠가
한국에 와서 아내가 되겠다던
먼 나라의 여성이었지요.
그동안 보낸 돈만 4천만 원입니다.
아들 하나 보고 버텨 온 세월
이 60대 남자는 아내와 이혼한 뒤
어린 아들을 혼자 키워 왔습니다.
밥 짓고, 학교 보내고, 일 나가고
하루가 어찌 가는지 몰랐을 겁니다.
그렇게 아들만 챙기는 사이
정작 본인 안부를 묻는 사람은
곁에 많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 빈자리에 SNS로 한 여성이 왔어요.
나이지리아에 있다는 '린다'였습니다.
"밥은 먹었어요?"가 식구를 만들 때
처음엔 낯선 사람의 인사였겠지요.
그런데 하루, 한 달, 일 년이 지나면
인사는 습관이 되고, 습관은
생활의 일부가 됩니다.
아침 인사로 하루를 열고
잘 자라는 말로 하루를 닫으니
얼굴 한 번 못 봤어도 마음속에선
이미 한 식구였을 겁니다.
린다는 한국에 와서
함께 살고 싶다는 말을 거듭했답니다.
혼자 아들 키운 남자에게
"우리 같이 살아요"만큼 달콤한 말이
또 있었을까요.
다시 온전한 가정을 꾸린다는
재혼의 꿈이 안부 속에서 자랐습니다.
비자값, 비행기값…송금은 '살림 준비'였다
린다는 자신이 수단 출신이고
전쟁을 피해 나이지리아 난민촌에
머물고 있다고 했습니다.
한국에 오려면 돈이 든다면서요.
비자 발급비, 항공료…
요구가 올 때마다 돈을 보냈고
그렇게 쌓인 게 약 4천만 원입니다.
남자에게 그 돈은 피해금이 아니라
아내 맞을 준비 비용이었을 거예요.
하지만 기다림은 5년째입니다.
린다는 아직 한국 땅을 밟지 않았고
서류와 사진을 보내며
여전히 돈을 요구한다고 하지요.
제작진은 외교부를 통해
그 서류가 진짜인지 확인에 나섰습니다.
끊지 못하는 건 돈이 아니라 '내일의 식구'
방송에 따르면 60세 이상 1000명 중
70.8%가 외롭다고 답했답니다.
열에 일곱이 외로운 셈이니
한 사람만의 일이 결코 아니지요.
저는 이 이야기 앞에서
"왜 속았냐"는 말은 꺼내기 싫었습니다.
송금 한 번 한 번이 그분에겐
새 가정을 위한 계약금이었을 테니까요.
그래서 이런 사기가 무섭습니다.
송금을 멈추는 순간 4천만 원만이 아니라
5년간 그려 온
아내와 함께하는 내일까지
잃었다고 인정해야 하거든요.
이 60대 남자가 기다림을 놓지 못하는
진짜 이유가 거기 있을 겁니다.
결국 이 덫을 이기는 건
경고문보다 곁에서 먼저 건네는
진짜 안부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저녁엔 혼자 지내는 형제나
친구에게 전화 한 통 걸어 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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