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X’ 마지막에 등장한 이름 故 김현이, 알고 보니 "익숙한 작품들에 있었다"
||2026.10.13
||2026.10.13
지난 9일 SBS '닥터X' 첫 회가
끝나 갈 무렵이었습니다.
엔딩 화면 위로 낯선 이름 하나가
조용히 떠올랐지요.
함께 달려온 동료를 기린다는 문구,
그리고 그 곁에 적힌 이름
故 김현이.
제작진 일동은 고인의 모습까지
화면에 담아 마지막 인사를 건넸습니다.
하루 뒤, 다른 드라마에도 같은 이름
이튿날인 10일, tvN
'100일의 거짓말' 첫 회 끝에도
똑같은 이름이 나왔습니다.
이번엔 사진 한 장 없이
잊지 않겠다는 짧은 자막뿐이었어요.
방송사도, 주연 배우도 다른
두 작품이 같은 사람을 기리니
"대체 누구길래" 하는 궁금증이
시청자들 사이에 번졌지요.
실마리는 '닥터X' 엔딩 크레딧에
숨어 있었습니다.
고인의 이름이 '무술' 칸에
올라 있었던 겁니다.
태권도 시범단에서 액션 배우로
알려진 바로는 김현이 씨는
초등학생 때부터 태권도를 했습니다.
커서는 국가대표 태권도 시범단으로
여러 나라를 돌며 우리 무예를 알렸고요.
그 뒤 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스턴트라는 세계를 알게 돼
액션 배우의 길로 들어섰답니다.
하지원, 이시영 씨 같은 배우들의
대역도 맡았다고 해요.
그런데 고인은 지난 8월,
촬영하러 가던 길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닥터X' 촬영을 마친 뒤였다고 하니
더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이름은 몰라도 작품은 다 안다
고인이 참여한 작품 목록을 보면
"아, 그거!"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온 동네를 들썩이게 한 SBS
'펜트하우스', 군대 이야기로
사랑받은 ENA '신병' 시리즈가 있지요.
영화로는 '검은 수녀들', '빅토리',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동화지만 청불입니다'까지 있습니다.
극장에서든 안방에서든
한 번쯤 마주쳤을 작품들이에요.
지난달 끝난 '신병4: 사보타주'의
민진기 감독은 고인의 이름을
무술감독으로 크레딧에 올려
가장 먼저 마음을 전했다고 합니다.
잘할수록 지워지는 사람의 첫 화면
대역 배우는 참 묘한 자리입니다.
잘하면 잘할수록 관객은
주인공이 직접 한 줄로 압니다.
들키지 않는 게 곧 실력인 셈이지요.
그러니 수많은 장면에 몸을 던진
김현이 씨의 이름이
화면 한가운데 처음 크게 걸린 날이
하필 추모 자막이었다는 사실이
마음을 오래 붙잡습니다.
이제 '닥터X'에서 누군가 넘어지고
맞서는 장면이 나오면, 저는
그 뒤에 선 사람들을 떠올려 보렵니다.
박수는 얼굴 없는 이에게도
닿아야 하니까요.
낯선 이름 석 자를 기억하는 일,
그게 오늘 우리가 건넬 수 있는
가장 작은 예의 아닐까 싶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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