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글을 쓰고 아들은 표지를 그렸다" 54세 배우 권오중 가족에게 생긴 일
||2026.10.14
||2026.10.14
책 한 권을 받아 들면
제일 먼저 눈이 가는 곳이 표지입니다.
그런데 이번 책의 표지는
조금 특별한 손에서 나왔어요.
배우 권오중 씨가 지난 12일
첫 에세이 출간 소식을 알렸습니다.
제목은 『아픔이 아픔으로 끝나지 않도록』.
그리고 그 표지 그림을 그린 사람이
바로 아들 권혁준 씨였습니다.
아버지가 붙인 이름, '권혁준 작가'
권오중 씨는 책을 소개하면서
아들을 '권혁준 작가'라고 불렀어요.
아들이라는 말보다 작가라는 말을
먼저 꺼낸 것이 참 눈에 밟힙니다.
혁준 씨는 어릴 적 그림을 좋아했지만
학교에서 남과 비교당한 뒤로
한동안 붓을 놓았다고 해요.
아버지가 화실 문을 여러 번 두드린 끝에
겨우 다시 그림 앞에 앉게 됐습니다.
그렇게 다시 시작한 그림이
예술의전당에 여섯 점이나 걸렸고,
열 점 넘게 팔려 나갔습니다.
올해는 시애틀과 뉴욕에서도
초대를 받았다고 하니 놀랍지요.
하필 그날이 아내의 생일이었다
출간 소식을 알린 12일은
아내 엄윤경 씨의 생일이었습니다.
권오중 씨는 날짜를 일부러 맞췄다며
어두운 시간 손을 놓지 않은 아내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함께 남겼어요.
엄윤경 씨도 자신의 SNS에
이런 생일은 처음이라는 소감을 올렸습니다.
남편은 글을 쓰고, 아들은 표지를 그리고,
아내는 그 책을 선물로 받은 셈이지요.
세 식구가 책 한 권에 다 들어간 겁니다.
1996년, 여섯 살 연상의 아내와
주변 만류를 무릅쓰고 결혼한 두 사람.
올해로 결혼 30주년을 맞았으니
이 책은 30년 세월의 정산서 같습니다.
안아 키운 손이 이제 거드는 손으로
부모는 자식을 품에 안고 키웁니다.
권오중 씨도 한창 잘나가던 시절
일을 줄이고 아들 곁을 지켰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순서가 바뀌었습니다.
아버지가 평생 붙들고 온 이야기에
아들이 그림으로 옷을 입혀 준 것입니다.
돌봄을 받던 손이 이제
아버지의 일을 거드는 손이 된 거예요.
저는 이 책의 저자가
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글은 권오중 씨가 썼지만,
책이 세상에 나올 이유를 만든 건
그림 앞에 다시 앉은 아들이었으니까요.
'아픔으로 끝나지 않도록'이라는 제목은
앞으로의 다짐이 아니라
이미 이뤄진 일을 적은 기록 아닐까요.
그 증거가 바로 아들이 그린 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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