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종합] ‘실낙원’ 감독 연상호, 5억 영화에 담은 AI와 인간
||2026.10.15
||2026.10.15
AI가 인간의 판단을 모방하는 시대, 연상호 감독은 요즘 같은 때에 인간만이 지닌 고유한 실존에 집중했다. 기술이 만들어낸 완벽한 세계가 과연 인간에게 진짜 낙원이 될 수 있을까.
연 감독의 신작 ‘실낙원’(제작 와우포인트, 배급 CJ ENM)은 9년 전 캠핑 스쿨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엄마 류소영(김현주 분)에게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들 류선우(배현성 분)가 기적처럼 살아 돌아오면서 시작되는 심리 스릴러로 21일 극장 개봉한다.
연상호 감독은 14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맥스무비와 만나 “AI는 보편적 집단지성의 합”이라며 “AI 시대에는 인간의 실존에 관한 고민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생각한다”고 영화를 시작한 이유를 밝혔다.
영화 속 AI 프로그램 ‘낙원의 아이들’은 평화롭고 따뜻한 공간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비현실적인 불편함을 품고 있다. 연 감독은 그 이유를 인간의 사유에서 찾았다. “인간은 사색하기 때문에 행복과 고통, 잔인함 등 모든 것을 느끼는 것”이라며 “영화 속 낙원은 사색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고통을 제거한 세계가 반드시 인간에게 이상적인 공간은 아니라는 의미다.
이 같은 생각은 지난 5월 개봉한 ‘군체’와도 연결된다. 집단성을 상징하는 좀비 무리와 개별성을 지닌 인간들의 대립을 그린 ‘군체’에 이어 ‘실낙원’은 집단지성을 토대로 작동하는 AI와 인간 사이의 간극을 들여다본다.
연 감독은 “제 작품엔 초기부터 체제와 조직, 개인과의 관계에 대한 의문이 항상 있었다”며 “AI는 집단성이 하나로 귀결된 집약체라고 생각한다. AI에 관한 논쟁은 역설적으로 인간에 관한 논쟁이기도 하다”고 기술의 발전 속에서 인간에 대한 질문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낙원’ 작업 과정에서 생성형 AI를 직접 활용하지는 않았지만 향후 영화 제작에 적용할 가능성은 열어뒀다. 연 감독은 “생성형 AI만으로 무언가를 만들기는 쉽지 않겠지만 VFX나 후반 작업과 결합한다면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실낙원’은 전작 ‘얼굴’(2025)에 이어 저예산 제작 방식을 택한 작품이다. 제작비 약 5억 원을 들여 14회차 만에 촬영을 마쳤다. 규모를 줄인 대신 현장에서 포착할 수 있는 에너지와 즉흥성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
연 감독은 “저예산 영화는 매년 만들고 싶다. 죽을 때까지 이어가고 싶은 작업”이라며 “영화산업이 고도화되면서 줄어든 즉흥성과 날것의 에너지를 채울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잘 아는 사람들과 만드는 게 재미있다”고 말했다.
기술이 완벽한 세계를 구현할수록 인간의 불완전함은 어떤 의미를 갖게 될까. 연 감독은 5억 원대 저예산 영화 ‘실낙원’에 AI 시대가 마주한 질문과 영화 제작의 새로운 가능성을 담았다.
연 감독은 손익분기점에 대해서는 “해외 시장에서도 팔려서 큰 의미가 있지 않다. 같이 한 스태프들을 위해 50만 명의 관객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실낙원’은 오는 21일 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